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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굵은 밧줄. 이 밧줄로 여수환경위생은 자원을 재활용하면서 환경을 보호하고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도 올리는 사회적기업의 본보기로 자리잡고 있다.
 다 쓴 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굵은 밧줄. 이 밧줄로 여수환경위생은 자원을 재활용하면서 환경을 보호하고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도 올리는 사회적기업의 본보기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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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쓰레기에 불과한 다 쓴 현수막을 거둬서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한다. 이 현수막을 태워서 없애지 않아 환경오염도 막는다. 이뿐 아니다. 다 쓴 현수막을 다시 활용해 굵은 밧줄로 만들어 판다.

굵은 밧줄은 우렁쉥이(멍게) 양식장에서 수정란 부착용으로 쓰인다. 나일론으로 만든 밧줄보다 부착력이 뛰어나 양식어민들이 좋아한다. 재활용 제품이어서 가격도 나일론 제품의 3분의 1 수준이다. 학생들의 운동회 때 쓰이는 줄다리기용으로도 들어간다. 원유관 보온용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쓰레기 재활용을 통해 환경오염을 막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일손으로 제품을 만들어 소득을 올리고 있다. 노인 일자리도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셈이다. 꿩 먹고 알도 먹는 일이다. 겉보기에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속은 꽉 찬 기업이다.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대표 이형주·73)의 모습이다. 이형주 대표를 지난 14일 여수와 순천을 오가며 만났다.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 이형주 대표. 이 대표가 여수의 사업장에서 다 쓴 현수막을 재활용해 굵은 밧줄로 생산하는 과정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다.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 이형주 대표. 이 대표가 여수의 사업장에서 다 쓴 현수막을 재활용해 굵은 밧줄로 생산하는 과정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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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환경위생의 수집장에 펼쳐진 다 쓴 현수막들. 자원 재활용은 이 현수막에서 나무막대와 노끈, 철사침을 분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수환경위생의 수집장에 펼쳐진 다 쓴 현수막들. 자원 재활용은 이 현수막에서 나무막대와 노끈, 철사침을 분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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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환경위생의 일터는 여수시 국동에 있다. 옛 여수대학교 국동캠퍼스 터를 활용하고 있다. 언뜻 쓰레기를 쌓아두는 적치장 같다. 군데군데에 다 쓴 현수막이 널브러져 있다. 여기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수집한 현수막을 손질하고 있다.

"(현수막에서) 노끈과 기둥막대를 분리하고 있어요. 호치키스(철사 침, 스테이플러)도 일일이 빼내고요."

이형주 대표의 말이다. 다 쓴 현수막의 재활용은 수거해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옥외광고물협회와 시·군청에 모아놓은 다 쓴 현수막을 자동차를 이용해 싣고 온다. 다 쓴 현수막은 여수와 순천, 광양, 목포에서 가져온다.

그 다음은 작업장에 내려진 다 쓴 현수막에서 노끈과 막대, 철사 침을 분리한다. 이 일을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하고 있다. 환경을 살리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자부심이 배어있다. 어르신들의 작업은 주 5일, 하루 8시간씩 이뤄진다.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의 작업장에서 이기철 어르신과 류말룡 어르신이 다 쓴 현수막에서 노끈과 나무막대, 철사침을 분리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의 작업장에서 이기철 어르신과 류말룡 어르신이 다 쓴 현수막에서 노끈과 나무막대, 철사침을 분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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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자 어르신이 다 쓴 현수막에서 노끈과 막대를 제거하면서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르신은 돈을 벌어 병원비로 쓰고 손자의 대학 등록금에도 보태줬다고 했다.
 김군자 어르신이 다 쓴 현수막에서 노끈과 막대를 제거하면서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르신은 돈을 벌어 병원비로 쓰고 손자의 대학 등록금에도 보태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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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어서 어디에 쓰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어디다 쓰긴? 내 용돈으로 쓰고, 손자들 용돈도 주고 그러지." 류말룡(73) 어르신의 대답이다. "나는 술값으로 많이 써. 내가 술을 좋아하거든. 손자들 오면 용돈도 주제." 이기철(77) 어르신의 얘기다. "내 병원비로 써. 쉬는 날이면 병원에 다니거든. 용돈도 주고, 손자 대학 등록금에도 보태고." 김군자(75·여) 어르신의 말이다.

어르신들이 분리한 노끈과 나무토막도 고스란히 재활용된다. 노끈은 재활용업체로, 나무토막은 불을 지피는 재료로 쓰인다. 철사 침을 빼놓고는 모두 재활용되는 셈이다.

다 쓴 현수막에서 노끈과 나무막대, 철사침 등을 분리한 현수막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이 현수막은 순천에 있는 굵은 밧줄 생산공장으로 옮겨진다.
 다 쓴 현수막에서 노끈과 나무막대, 철사침 등을 분리한 현수막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이 현수막은 순천에 있는 굵은 밧줄 생산공장으로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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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히 정돈된 다 쓴 현수막은 순천에 있는 공장에서 길게 자르는 과정을 거쳐 밧줄로 만들어진다. 순천의 공장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이 현수막을 길게 자르고 있다.
 가지런히 정돈된 다 쓴 현수막은 순천에 있는 공장에서 길게 자르는 과정을 거쳐 밧줄로 만들어진다. 순천의 공장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이 현수막을 길게 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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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와 노끈, 철사 침을 털어낸 현수막은 건조과정을 거쳐 가지런히 단장한 다음, 굵은 밧줄을 만드는 공장으로 옮겨진다. 공장은 순천시 상사면 쌍지리에 있다.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는 인력도 어르신들의 몫이다.

공장에서는 현수막을 수십 장씩 포개서 펴놓고 길쭉하게 자른다. 폭 7∼8㎝로 자르고, 이것을 이어서 기계에 넣는다. 짚으로 새끼를 꼬듯이, 7가닥을 따로 또 같이 기계에 넣어 1차 꼬아준다.

연필 정도의 두께로 꼰 밧줄을 다시 세 갈래씩 넣어 한 번 더 꼬아준다. 쓰레기로 나뒹굴어 생활환경을 해치거나 불에 타면서 환경오염을 일으켜 골치를 썩일 다 쓴 현수막이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길게 잘라서 이은 현수막이 밧줄을 생산하는 기계로 들어가고 있다. 다 쓴 현수막은 이 기계에 의해 굵은 밧줄로 재탄생한다.
 길게 잘라서 이은 현수막이 밧줄을 생산하는 기계로 들어가고 있다. 다 쓴 현수막은 이 기계에 의해 굵은 밧줄로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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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현수막이 일곱 갈래로 나눠져 굵은 밧줄 생산기계에 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들어가서 1차로 연필 정도 굵기의 밧줄이 만들어진다.
 다 쓴 현수막이 일곱 갈래로 나눠져 굵은 밧줄 생산기계에 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들어가서 1차로 연필 정도 굵기의 밧줄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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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은 지름 2㎝에서 4㎝ 안팎으로 만들어진다. 양식장에서 멍게 수정란 부착용으로 쓰이는 밧줄은 3.8㎝, 원유관 보온용은 2.8㎝로 만든다. 200m씩 한 묶음으로 만든다. 한 묶음의 무게가 70∼80㎏에 이른다.

줄다리기용 밧줄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로 구분해 1.8㎝에서 2.9㎝ 두께로 만든다. 뿐만 아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굵기를 따로 주문해 오면 다 만들 수 있다.

기계는 쌍지마을에 사는 박현모(63)씨가 돌린다. 현수막을 자르고, 뭉친 부분을 펴주고, 완성된 밧줄을 묶는 일도 모두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이 맡고 있다. 박씨의 아버지 박홍기(83) 어르신은 이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최근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자랑했다.

연필 정도 두께의 밧줄 세 가닥이 들어가서 하나의 굵은 밧줄로 가공되고 있다. 쓰레기로 나뒹굴던 다 쓴 현수막이 제품으로 완성되는 순간이다.
 연필 정도 두께의 밧줄 세 가닥이 들어가서 하나의 굵은 밧줄로 가공되고 있다. 쓰레기로 나뒹굴던 다 쓴 현수막이 제품으로 완성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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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모 공장장이 완성된 굵은 밧줄 뭉치를 기계에서 빼내고 있다. 박 씨는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에서 가장 젊은이에 속한다.
 박현모 공장장이 완성된 굵은 밧줄 뭉치를 기계에서 빼내고 있다. 박 씨는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에서 가장 젊은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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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을 이끌고 있는 이형주 대표가 다 쓴 현수막에 관심을 가진 건 지난 2007년이었다. 지인을 만나러 여수쓰레기매립장에 갔다가 크레인에 걸려 나풀거리던 현수막을 본 직후였다.

그대로 땅에 묻으면 환경오염을 일으킬 것이고, 불에 태우면 공해 등 새로운 환경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해서였다. 몇 해 전 일본에서 우연히 봤던 재활용 공장이 떠올랐다. 당시 일본에선 다 쓴 현수막을 모아서 밧줄로 만들어 재활용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다 쓴 현수막의 재활용이 시급하다고 보고 여수 수질보호환경운동회 회원들을 설득했다. 당시 이 대표는 수산직 공무원과 기업체 근무 등을 거쳐 이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처음엔 뜬금없는 얘기라며 귀 기울이지 않던 회원들이 시나브로 동의를 했다. 회원들로부터 십시일반으로 투자를 받아 현수막을 밧줄로 만들 중고 기계를 사들였다. 행정기관을 찾아가 설득을 한 결과 여수시가 먼저 힘을 보탰다. 지난 2009년이었다.

류말룡 어르신과 이기철 어르신이 다 쓴 현수막에서 노끈과 나무막대, 철사침 등을 분리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은 자원을 재활용하면서 노인들의 일자리까지 만들고 있다.
 류말룡 어르신과 이기철 어르신이 다 쓴 현수막에서 노끈과 나무막대, 철사침 등을 분리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은 자원을 재활용하면서 노인들의 일자리까지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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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현수막으로 굵은 밧줄을 만드는 공장에서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엉킨 현수막을 풀고 있다.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은 모두 노인들로만 이뤄진 기업이다.
 다 쓴 현수막으로 굵은 밧줄을 만드는 공장에서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엉킨 현수막을 풀고 있다.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은 모두 노인들로만 이뤄진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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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도 많았다. 다 쓴 현수막으로 만든 밧줄이 바다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정부기관을 통해서 우려를 털어낼 수 있었다. 때마침 열린 서울디자인올림픽에 이 밧줄을 출품해 재활용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때까지 다 쓴 현수막 수집에 시큰둥하던 관계기관과 공무원, 주민들의 태도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지역주민들의 인식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저는 자부합니다. 환경운동하면서 돈을 번다고요.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자긍심을 갖고 있고요. 평소 노인들한테 좋은 일을 한다는 사명감과 자긍심을 심어주려고 노력도 해요."

이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금명간 반듯한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큰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재활용 사업을 꾸준히 하려면 필요해서다. 생산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익금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이나 장애인을 돕고 지역을 가꾸는데 쓸 생각이다.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이 생산한 줄다리기용 밧줄.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등 각급 학교의 줄다리기용으로 납품되고 있다.
 사회적기업 여수환경위생이 생산한 줄다리기용 밧줄.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등 각급 학교의 줄다리기용으로 납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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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여수환경위생, #이형주, #노인일자리, #천로프, #사회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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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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