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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설치미술가 아이웨웨이가 '레고'로부터 판매 거부를 당한 사연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중국 설치미술가 아이웨웨이가 '레고'로부터 판매 거부를 당한 사연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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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장난감 업체 레고가 중국의 설치미술가이자 반체제 인권운동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에게 블록 판매를 거부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은 26일(현지시각) 아이웨이웨이가 오는 12월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내셔널 갤러리'에서 전시할 작품을 만들기 위해 레고 측에 블록을 대량 주문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웨이웨이는 레고 블록을 이용해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호주의 운동가들을 형상화해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강조하는 뜻으로 방 하나를 채우는 설치 미술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알카트라즈 감옥에서도 넬슨 만델라, 에드워드 스노든 등 전 세계 반체제 인사 175명의 얼굴을 레고 블록으로 만들어 전시하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레고는 아이웨이웨이의 블록 주문을 거부했다. 레고는 대변인 성명에서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정치적 어젠다를 위한 판매는 하지 않는다"라며 "이는 전혀 새로운 원칙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레고 "정치적 이용 원치 않아"... 누리꾼들 "직접 보내주자"

레고 블록을 변기에 버린 사진을 올려 레고의 판매 거부에 항의하는 아이웨이웨이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레고 블록을 변기에 버린 사진을 올려 레고의 판매 거부에 항의하는 아이웨이웨이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 아이웨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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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레고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블록 판매를 거부했다는 비판 여론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레고는 최근 2년간 중국 매출이 50% 이상 늘어나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레고가 상업적인 가치만 추구하고, 예술가에게는 검열을 가하며 차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레고에 항의하는 뜻으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레고 블록을 변기 안에 버린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전 세계 누리꾼들은 레고를 비판하며, 자신들의 레고 블록을 아이웨이웨이에게 보내주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이웨이웨이에게 보낼 레고 블록 사진을 올리며 사람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사람들이 보내주는 레고 블록으로 전시품을 만들 것이라고 답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빅토리아 내셔널 갤러리 측도 아이웨이웨이의 전시회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유명 시인 아이칭(艾青)의 아들인 아이웨이웨이는 중국에서 영화와 사진을 배웠고, 미국에서 미술을 배우고 세계적인 설치미술가로 변신한 그는 2014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중앙집권체제와 인권탄압을 비판하면서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혔다. 중국 정부는 아이웨이웨이에게 가택연금 조치를 내려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4년간 여권을 압수하는 등 탄압을 가하다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으며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중국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에게 레고 블록을 보내주겠다는 한 누리꾼이 "아이웨이웨이를 지지한다"는 글을 블록으로 만든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중국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에게 레고 블록을 보내주겠다는 한 누리꾼이 "아이웨이웨이를 지지한다"는 글을 블록으로 만든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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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아이웨이웨이, #레고, #설치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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