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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터 3일간 정부의 보육료 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집단 휴가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기사가 며칠 전부터 나왔죠. 휴가 예정 첫날인 오늘 신문을 보니 보육교사 일부가 정상 출근했고,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네요. 보조교사 등을 투입해서 휴원 기간에 불가피하게 등원하는 아이들을 통합보육 방식으로 돌봐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쌍둥이 남매가 다니는 유치원형 어린이집도 혹시 휴원을 하지 않을까 잠시 마음을 졸였어요. 28일부터 휴원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예정된 외부 소풍을 간다며 즐겁게 등원했어요.

'휴원 기사' 나올 때마다 가슴 졸이는 맞벌이 부부

'어린이집 휴원' 기사가 나올 때마다 맞벌이 부모는 가슴을 졸인다.
 '어린이집 휴원' 기사가 나올 때마다 맞벌이 부모는 가슴을 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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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는 이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혹시 우리 아이가 다니는 기관이 휴원을 하지 않을까 마음을 졸입니다. 기관이 휴원하게 되면 하루 종일 돌봐줄 사람을 갑작스럽게 구하거나 휴가를 내야 하는데, 긴급한 개인 사유에 맞춰 일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갑작스러운 휴원 소식에 선생님들을 원망하기 십상이지만, 저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죽하면 휴원을 강행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목소리를 낼까 싶어요.

정부의 보육료 예산을 들여다보면, 국비와 지방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비는 말 그대로 중앙 정부의 예산이며, 지방비는 각각의 지방자치단체 예산입니다. 지방별로 소득격차가 심하고 인구 규모가 상이하기 때문에 예산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가 많습니다.

중앙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육비를 각 지자체가 부담하라고 선언하자 그들은 일제히 보육예산이 바닥나서 지급할 수 없다고 선언하죠. 이런 선언의 피해는 늘 운영비 부족으로 시달리는 기관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합니다.

정책을 시행하기로 한 것도 중앙 부처이니 그 예산도 중앙 부처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자체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고 있는 기관에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예산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지자체의 태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보육비의 책임을 지자체에게 전가하는 중앙 부처 역시 문제가 있고요.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예산을 바라보며 기관을 운영하는 원장이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중앙 부처나 지자체의 이러한 태도를 하루이틀 겪은 것도 아닌데, 예산 인상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아이와 부모를 볼모 삼아 걸핏하면 휴원을 선언하는 것도 문제가 있죠.

중앙 부처, 지자체, 기관의 문제와 더불어 휴원하게 되면 며칠간이나 평소와 다른 리듬을 경험하며 기관에 가지 않은 어린이들도 불편함을 겪게 되죠. 맞벌이 부부도 어렵습니다.

정부는 언제까지 모든 사람들을 좌불안석으로 만들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이집 집단 휴원에 대한 기사가 올해 처음 난 것은 아니거든요. 불편을 넘어 어느 한쪽을 볼모로 삼아 위협하는 일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정부가 키를 쥐고 있어요.

열정 페이라도 일자리를 찾아라, 인구 감소를 피하려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고 개인의 각성을 촉구하기 전에 안정적으로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닐까요?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기가 힘든 것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도 맞벌이 부부 증가에 따른 보육 지원 등 저출산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들이 시시각각 가슴을 졸이는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보육교사의 아동 학대, 성추행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휴원까지 복합적으로 발생합니다. 이는 더욱 더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를 다른 곳에 가서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가정의 유지와 육아가 가족 구성원 모두의 책임, 나아가 사회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 한 사업주가 자녀의 양육 문제로 빈번하게 휴가를 사용해야 하거나 일찍 퇴근해야 하는 직원 고용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직장 생활을 포기하고, 경력단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거죠. 숙련된 인재가 육아 때문에 경력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데도  정부는 대책 세우기를 손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 놓은 정부, 부모 목소리를 들어라

미팅을 주선하여 결혼을 장려하고 전세자금의 대출 한도를 높여 주거 문제를 해결한다는 정책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입니다. 교육 연령을 낮춰 조기 입학을 허용하면 빠른 취업이 가능해질 것이란 주장도 그렇습니다.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려는 조삼모사 방식의 허무한 제안입니다.

무상보육을 하겠다며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의 개인 정보를 카드사에 제공하는 제도를 보면서도 정부가 부모들이 진짜 원하는 지원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이 행복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사용자가 직접 발급 신청을 하는 것이지만, 카드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 사용하려는 자발적인 신청이라고 하긴 어렵죠.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도움으로 아이를 무상으로 보육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양질의 보육과 교육을 원합니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겨둔 채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하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관은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보육교사를 선발하는 것을 국가 고시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되고 나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죠.

저같이 겨우 두 아이만 키워도 바꿔야 할 정책과 정책의 방향이 보이는데, 보육과 교육계에 종사는 분들에게는 이런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도통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보육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자녀를 양육한 지 너무 오래되어 그 어려움을 다 잊고 계신 건 아닐까요?

○ 편집ㅣ손지은 기자

덧붙이는 글 | 네이버 개인블로그(blog.naver.com/nyyii)에 10월 28일에 게시한 글입니다



태그:#쌍둥이육아, #보육대란, #어린이집휴원, #까칠한워킹맘, #무상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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