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브랜드 선포식’에서 내빈들과 함께 이날 서울브랜드로 선정된 ‘I.SEOUL.U'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브랜드 선포식’에서 내빈들과 함께 이날 서울브랜드로 선정된 ‘I.SEOUL.U'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시민들의) 불만이 그렇게 많아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이다. 기자는 지난 28일 오후 박 시장이 야심차게 벌이고 있는 일자리대장정 전용버스에 올랐다가 박 시장의 권유로 그의 옆자리에 앉게 됐다.

마침 이날 저녁 새로운 서울브랜드를 발표하는 선포식이 있을 예정이어서, 그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 데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박 시장은 "내가 주도해서 한 거라면 모르겠는데, 시민들이 한 거라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기자가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불만이 이렇게 높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고 묻자 박 시장이 의외라는 듯이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사실 의외인 사람은 기자였다. 3개의 최종 후보작을 놓고 벌이는 찬반투표를 홍보하는 사이트의 댓글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하이서울이 낫다" "다시 선정해라" 등 반대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국내 대표적인 영자신문의 칼럼니스트는 대놓고 '콩글리시'라며 힐난하는 칼럼을 써 논란에 불을 지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전날 쓴 <"콩글리시" vs. "폄하마라"... 새 '서울브랜드' 논란> 기사에 달린 500개 가까운 포털 댓글 가운데 세 후보작을 지지하는 내용은 가뭄에 콩 나듯 할 정도로 비판 일색이었다. 

박 시장이 이같은 상황을 걱정(?)까지는 몰라도 당연히 알고는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박 시장은 왜 이렇게 답변했을까. 의문은 곧 풀렸다. 이어진 대화에서 박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서울브랜드 후보안 1
 새로운 서울브랜드 후보안 1
ⓒ 서울시

관련사진보기


"기자들이 대체로 '괜찮다'는 생각으로 돌았다던데..."

- 기사에 달린 댓글이 다 안 좋습니다. 딱 봤을 때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야 하는데...
"출입기자들도 다 처음에는 낯설다고 했어요. 낯선 것은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니까 어렵겠지요. 그런데 담당자에게 한번 얘기 들으면 확 바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자들 생각이 바뀌었어요. 생각보단 기자들이 그렇게 나쁘게 쓰지 않잖아요."

- 네. (나쁘게는 아니지만) 주로 찬반 논란 위주로 쓰죠.
"근데... (기자들이) 대체로 '괜찮다'는 생각으로 돌았다고 하던데. 그 얘기 듣고."

기자는 박 시장의 대답을 듣고 시민들과 박 시장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어떤 벽이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시장의 생각이 일반 시민들의 생각과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박 시장 말대로 시간이 지나면 낯선 것에 익숙해져서 새 서울브랜드가 시민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13년 동안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하이서울'도 도입 당시에는 엄청난 반대를 겪지 않았던가.

서울브랜드추진위의 설명대로 "(surprising이나 dynamic처럼) 도시 이름앞에 형용사를 붙이는 형태는 이미지를 한정시키게 되므로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는 것도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하지만, 새 서울브랜드의 성패를 떠나 '소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장이 시민들의 여론을 전혀 모르고 있다면 그건 전혀 다른 문제 아닐까.

아래는 새 브랜드 발표 후, '대체로 괜찮다는 생각으로 돌았다'는 기자들이 쓴 기사 제목들이다.

- 서울 새 브랜드 I.SEOUL.U 공개하자마자 '된서리'(서울신문)
- 한글 영어 서울시민을 모두 부끄럽게 하는 I.SEOUL.U(경향신문 사설)
- Un-English slogan(코리아타임스)
- "아이유에 장악된 서울시?" 새 서울 브랜드, 논란 가열(중앙일보)
- 서울 새 브랜드 '아이 서울 유' 무슨 뜻?…시민 갸우뚱(JTBC)
- 나는 널 서울한다?... 외국인들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조선일보)

○ 편집ㅣ이준호 기자



태그:#박원순, #서울브랜드, #아이서울유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