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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정년이 법적으로 60세로 연장되니 회사는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강제로 시행하려고 한다. 그런데 회사가 내놓은 임금피크제를 보면 이건 56세에 나가라는 소리 밖에 되지 않는다."

12일 저녁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한 늙은 노동자가 확성기를 통해 이같이 외쳤다. 그는 창원공단 내 에스엔티(S&T)중공업에 다니는, 올해 정년퇴직 예정자로, 금속노조 경남지부 S&T중공업지회(아래 금속노조지회)가 연 집회에서 발언했다.

S&T중공업은 정년이 56세다. S&T그룹(회장 최평규) 소속인 S&T중공업은 지난 10월말부터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동의서'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사무직, 비조합원, 기술파트장과 연봉제 직원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에스엔티(S&T)중공업지회는 12일 저녁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S&T중공업 노조파괴 책동 규탄, 일방적 임금피크제 철회 촉구대회"를 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에스엔티(S&T)중공업지회는 12일 저녁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S&T중공업 노조파괴 책동 규탄, 일방적 임금피크제 철회 촉구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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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앞둔 늙은 노동자는 "86년에 입사해 올해로 56세 정년이 다 되었다, 지난 30여 년을 생각해 보면 정말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실감난다"며 "특히 S&T중공업 노동자들은 더욱 실감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초등학교 동창 모임을 갖고 그 자리에 가면 그래도 동창들은 저를 우러러 보았다, 그럴 때마다 전 고개를 치켜들고 어깨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며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친구들은 정년 60~61세를 다 하면서 촉탁 12년까지 보장되어 있다고 한다. 저는 늘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절로 고개를 떨구고 애꿎은 방석만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회사는 56세에도 한창 일할 나이가 되고, S&T중공업은 56세가 되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늙은이가 되는, 다른 세상이 되어 있다"며 "S&T중공업은 무슨 마법이라도 부리는가 보다, 다른 회사 다니는 사람들보다 빨리 늙게 하는 마법인가 보다, 그러니 한창 일할 나이인 56세에 쫓아내려고 저리 아등바등 기를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늙은 노동자는 "다른 회사의 경우 30여 년을 일하고 정년이 되면 많은 예우를 해주는데, 우리는 예우까지 바라지 않는다, 2년, 3년도 아닌 단지 단체협약에 있는 촉탁 1년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며 "작년 정년퇴직자들도 회사에 요구하였지만 회사가 거부해서 지금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그래서 저희 올해 정년퇴직 예정자들도 만약 회사가 촉탁을 거부한다면 법적 진행을 할 예정"이라 밝혔다.

임금피크제에 대해, 그는 "연봉을 10%에서 40% 까면 우리 같이 연봉 4000여만 원 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란 말이냐, 정년 연장 되면 뭐하나, 월급 다 깎아 버리면 공짜로 일하든지 아니면 나가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이 어찌보면 이제 다 동생들인데 이런 상황에 정년이 되어 회사를 나가야 된다는 생각에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난 30여 년 온갖 고락을 같이 해왔던 동생들에게 제가 좀 더 잘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미안하다"며 "나가는 그날까지 조합원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고, 퇴직을 하더라도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지청에 항의서한 전달

금속노조지회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근로조건 변경(임금피크제) 시행 동의서를 배포해 서명을 받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공부문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시도가 있었지만, 제조업에서 시도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에스엔티(S&T)중공업지회는 12일 저녁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S&T중공업 노조파괴 책동 규탄, 일방적 임금피크제 철회 촉구대회"를 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에스엔티(S&T)중공업지회는 12일 저녁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S&T중공업 노조파괴 책동 규탄, 일방적 임금피크제 철회 촉구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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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중공업의 임금피크제 동의서를 보면, "'기준연봉을 만 55세의 계약연봉'으로 하여, '지급률은 56세 기준연봉 100%, 57세 기준연봉 90%, 59세 기준연봉 70%, 60세 기준연봉 60%'로 하고,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은 만 56세이며 당해 연도는 임금을 동결'한다"고 되어 있다.

S&T그룹 계열사인 S&Tc와 S&T모티브는 노동조합원을 제외한 사무관리직과 비조합원을 상대로 동의서를 받아 노동부 신고 뒤 '취업규칙 변경·시행 공고'를 했다.

임금피크제 동의서에 대해, 금속노조지회는 "회사는 노동조합은 물론 해당 서명자들에게 아무 교육과 설명 없이 동의서 한 장 내밀고 서명을 강요하여, 사무관리직과 파트장들은 어쩔 수 없이 서명하였고, 직원의 과반수 이상 서명을 받기 위해 조합원 중 일부 연봉제를 실시 중인 조합원에게도 서명을 강요하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합원 중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회사가 요구하는 서명은 노동조합과 협상 없이 실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불법부당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일체 서명을 거부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지회는 "조합원들이 서명을 거부하자 회사는 작전을 바꿔 조합원들을 소위 '기술파트장'이라는 직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기술파트장을 수락하면 노동조합 탈퇴를 요구하는 노조 파괴 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임금피크제 목적 중 하나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여 중장년 고용 안정과 청년실업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회사는 신규채용 등의 계획은커녕 도리어 임금피크제를 이용한 임금착취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는 김상철 지회장과 홍지욱 경남지부장이 발언했고, 이들은 창원고용노동지청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S&T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동의서는 사무직과 파트장, 비조합원, 연봉제 직원만 대상으로 받고 있다"며 "동의서 서명에 강요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에스엔티(S&T)중공업지회는 12일 저녁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S&T중공업 노조파괴 책동 규탄, 일방적 임금피크제 철회 촉구대회"를 열었다. 사진 앞줄 가운데는 홍지욱 경남지부장.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에스엔티(S&T)중공업지회는 12일 저녁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S&T중공업 노조파괴 책동 규탄, 일방적 임금피크제 철회 촉구대회"를 열었다. 사진 앞줄 가운데는 홍지욱 경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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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에스엔티(S&T)중공업지회는 12일 저녁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S&T중공업 노조파괴 책동 규탄, 일방적 임금피크제 철회 촉구대회"를 열고, 창원고용노동부 관계자한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에스엔티(S&T)중공업지회는 12일 저녁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S&T중공업 노조파괴 책동 규탄, 일방적 임금피크제 철회 촉구대회"를 열고, 창원고용노동부 관계자한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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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임금피크제, #S&T중공업,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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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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