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립 공주고등학교에 세워질 예정이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흉상 건립이 무기한 연기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었던 김 전 총리의 흉상을 교육 현장에 세운다는 소식이 알려져 지역 여론이 들끓은 탓이다.
19일 조충식 공주고 교장은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 건립은 무기한 연기됐다"며 "오는 21일 예정된 제막식 또한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흉상 건립은 공주고 총동문회 일부 회원이 주도해 추진됐으며, 이런 사실은 제막식을 5일 앞둔 지난 16일에 교사와 학생, 운영위원회에 일방 통보됐다. 김 전 총리는 이 학교 19회 졸업생이다. (관련기사:
"[단독] '박정희와 5.16 쿠데타' 김종필 흉상, 학교에 세워진다")
1학년 학생이 '흉상 건립 반대' 대자보 부착... 안팎으로 거센 반발
해당 소식은 지난 18일 <오마이뉴스> 보도로 알려졌고, 이후 학내외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날 공주교 등굣길에는 교사 10명과 학생 12명이 교문 앞에서 흉상 건립에 반대하는 팻말 시위에 나섰으며, 1학년에 이명희 학생은 '김종필 흉상 건립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교내에 부착했다. 또한 동문과 지역주민의 항의 방문 및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학교 밖 반발도 큰 상황이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조충식 교장을 포함 흉상건립추진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공주시청 상황실에서 비공개 긴급회의를 가졌다. 흉상 제막식 일정을 알리는 현수막 2장도 교내에서 철거된 상태다. 추진위원회의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은 오시덕 공주시장(새누리당)은 병원 검진을 이유로 이날 긴급회의에 불참했다.
흉상 조각을 맡은 조각가에 따르면 김종필 흉상은 영구적인 소재를 사용했으며 약 2m50cm 높이로 중장비를 동원해야 옮길 수 있는 크기다. 학교에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해당 학교에 공문을 통해 요청해야 하지만, 흉상건립추진위원회는 공문이 아닌 구두로 흉상 건립 추진 사실을 알렸다.
지난 18일부터 교문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한 박종우 공주고 교사는 이날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학내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몇몇 사람에 의해 흉상 건립이 추진되었다는 것 자체가 상식 이하"라며 "흉상 건립이 유보되었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차후에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에는 교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공주민주단체협의회의 주최로 흉상 건립 반대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흉상 건립은 교직원과 동문, 지역사회의 충분한 의견수렴 및 동의가 수렴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공주고 교정에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을 세우는 것은 공주를 5.16 군사 정변의 상징도시로 만들려 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