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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11.14민중총궐기대회 인권침해감시단 기자간담회가 열려 경찰의 과잉진압논란과 물대포과잉 사용 등에 대한 문제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2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11.14민중총궐기대회 인권침해감시단 기자간담회가 열려 경찰의 과잉진압논란과 물대포과잉 사용 등에 대한 문제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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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나치 독일하에서 처음 도입된 시위진압용 물대포는 지금껏 수많은 부상자와 사망자를 낳았습니다. 의료진 확인에 따르면 지난 14일 집회에서도 의식소실, 뇌진탕, 골절 등 환자만 30여 명이 넘고 눈의 손상이나 타박상, 피부발적 등 환자까지 합치면 100명이 넘습니다. 119에 실려 간 환자만 36명이고요."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의료진으로 참여했던 전진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의료연합) 정책부장의 말이다. 그는 "약사·의사 등이 함께하는 우리 단체는 이전부터 경찰 물대포 사용의 위험을 지적해왔다, (물대포에 맞아 위독한) 백남기씨 사례는 이미 예정된 참사였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등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 홀에서 '민중총궐기 경찰 대응의 문제점과 과제- 14일 경찰은 이미 공권력이 아니었다'는 제목의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있었던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활동한 인권침해감시단의 증언·분석을 통해 ▲ 경찰 대응의 문제점 ▲ 차벽·물대포 사용의 위법성 ▲ 집회시위 자유 보장을 위한 요구 등을 발표했다. 주최 측은 "14일 집회 때 경찰은 공공을 위해 위임받은 권력, 즉 공권력(公權力)을 되레 시민을 압박하는 데 사용했다"며 "공권력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인권운동연석회의 랑희 활동가는 "2003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집회 시위의 자유는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해 불가결한 근본요소'라고 결정했음에도, 의사 표현의 일환인 집회 시위는 언제나 봉쇄된 공간 안에서 대답없는 메아리처럼 진행돼왔다"며 "경찰은 평화 행진이든 뭐든 일단 금지 조치를 해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로구청 입구에 집회 참가자들이 도착한 지 10분도 안 돼 사람들에게 살수가 시작됐다, 해산 요청도 없이 왜 바로 살수를 시작했는지 경찰이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영국 사례를 들었다. 올해 영국에는 지난 2010년 독일에서 물대포를 맞고 실명한 독일인 디트리히 바그너씨가 방문해 화제가 됐다.

"물대포로 인한 실명도 가능... 경찰, 물대포 사용 재고해야"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69세 농민 백남기씨(빨간 동그라미)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 부상자 돕는 시민에 물대포 발사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69세 농민 백남기씨(빨간 동그라미)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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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영국 내무부 장관은 살수차 사용 승인을 요청하는 런던 시장에게 '물대포는 심각한 신체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불허했다. 랑희 활동가는 "헌재도 '근거리에서의 물포 직사 살수는 기본권 침해'라고 결정했으나, 경찰은 물대포 사용이 문제가 되자 2008년 12월 근거리 직사 금지 규정을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세계 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 위원회가 발표한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관한 지침 해설'에 따르면 법집행공무원의 물리력 사용 때문에 부상자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독립적·개방적·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생명의 위험을 초래하는 물대포 사용은 금지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집회에 참여했던 의료진들도 경찰의 과잉 대응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전진한 정책부장은 "위독한 상태인 백남기씨는 초기 외상성 경막하 출혈, 즉 외상에 의한 뇌출혈로 파악됐다"며 "뇌진탕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으며,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새누리당의 주장도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진료지원단으로 참여했던 안과 의사도 간담회에 참여했다. 취재진 석에 앉아 있던 그는 간담회 말미 "당시 현장에서 물대포를 직접 맞아 안구 출혈이 일어난 부상자들을 치료했다"며 "물대포에 직접 맞으면 시신경이 끊어지거나 심하면 실명까지 될 수 있다, 경찰은 물대포 사용에 대해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문제는 야간시위 금지 등 국민 기본권인 집회·시위권을 금지하고 제약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에게 다수 부여하는 것"이라며 "평화 집회의 자유를 경찰이 보장·보호하는 방향의 집시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집시법'은 되레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게 주최 측 의견이다.  

경찰청 "참가자 책임 묻겠다" vs. 인권단체 "국민 상대로 할 소송 아냐"

경찰청은 이날 오전, 14일 집회로 인해 입은 경찰 피해 관련 책임을 묻겠다며 '민사소송 TF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호중 교수는 "국가가 하는 소송은 보통 시민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며 "경찰이 국민을 상대로 할 소송은 아니다, 이는 공권력의 절대성만 강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최 측은 14일 경찰 폭력에 관한 독립적이고 즉각적인 조사, 특히 피해자를 포함한 경찰 의 사전 조치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경찰 폭력에 위축되지 않은, 평화적 집회를 위한 대시민 행동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인권침해감시단 활동을 강화해 집회에서의 경찰 대응을 체계적으로 기록·감시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15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민중총궐기 진압을 위해 살수차용 물 18만 2100리터(약 182톤)을 사용했다. 이는 지난 4월 18일 세월호 1주기 집회 때 사용한 물 3만 3200리터에 비해 5.5배 정도 많은 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백남기씨 가족과 농민단체 회원들은 지난 18일 강신명 경찰청장 등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집회 참가자들도 "당시 경찰 폭력은 위법인 동시에 살인행위"라며 경찰청장을 살인미수죄, 직권남용죄 등으로 공동 고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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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백남기, #민중총궐기, #경찰 집회, #경찰폭력, #집회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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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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