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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30일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 윤성규 환경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30일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 윤성규 환경부 장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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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각), 파리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가 중반을 넘어 합의문 도출을 위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 협상수석대표인 환경부 윤성규 장관이 조기 귀국해 버렸다. 수석대표인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연설을 마치고 귀국했기에 남은 협상에서 한국 대표는 윤성규 장관이었다.

2020년부터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신기후체제의 출범을 논의하기 때문에 이번 회의는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이라고 불린다. 파리합의문(Paris agreement)은 신기후체제의 근간이 되며, 감축, 적응, 재원, 역량배양, 기술, 투명성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담게 된다.

파리기후총회 연설회장에 나타난 나경원 의원

지난 5일, 실무협상을 통해 36쪽의 초안이 나왔다. 초안에는 아직 수많은 빈칸들이 있고, 남은 기간 동안 협상을 통해 완성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각국 장관급 고위대표가 나서 정치적 타결을 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선진국과 개도국의 기 싸움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데, 합의문은 늘 마감시간을 넘겨서야 완성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합의안에 대해 협상하고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 할 협상수석대표가 귀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환경부의 심각한 직무유기이다. 환경부는 기후변화협상 역할을 외교부에 넘긴 것일까? 윤성규 장관의 귀국은 정부가 이번 기후변화총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 장관이 귀국함으로써 8일 진행되는 고위급세션 연설은 차순위인 외교부 최재철 기후대사가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파리기후총회 연설회장에 나타난 사람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나경원 위원장이었다.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밝히는 고위급세션 연설은 거의 장관이나 대표단 대표가 한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방침에 대해 밝히는 연설을 국회의원이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보도에 의하면 환경부는 나경원 의원이 연설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방침에 대해 밝히는 연설을 국회의원이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 파리기후총회에서 고위급세션 연설을 하는 나경원 의원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방침에 대해 밝히는 연설을 국회의원이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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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회의에서는 지난 11월 30일 각국 정상들이 연설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수석대표로 연설을 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따르면 정상들이 한 번 발표를 한 나라는 발표를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고 한다.

이미 수석대표가 정부 입장을 밝혔기에, 굳이 하려면 새로운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경원 의원 연설은 기존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강원도 평창에서 세계산불총회를 지난 10월에 열었다는 내용이 다였다.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이라고 불리는 파리기후총회에서 한국 정부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해명해야 한다. 윤성규 장관이 협상수석대표 역할을 포기하고 귀국해야 할 정도로 긴급한 국내 상황이 무엇이었는가? 환경부는 기후변화 주무부처 역할을 수행할 의지가 있는가? 외교부도 해명해야 한다. 고위급세션 연설을 최재철 대사가 아닌 나경원 의원이 하게 된 배경과 근거는 무엇인가?

나경원 의원이 대표연설을 할 수도 있다. 핵심은 협상수석대표의 부재와 누가 연설을 해도 상관없다는 정부의 무성의함에 있다. 이날 기후변화총회장에서 벌어진 일은 한국정부가 기후변화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시민환경단체, 문화계, 종교계로 구성된 '기후행동 2015'는 협상장에서 매일 침묵의 행진과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들의 간절함과 기후변화의 위기를 걱정하는 많은 시민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한국의 시민환경단체와 종교계, 문화계 참가자들은 협상장에서 매일 침묵 행진과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들의 간절함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 파리기후총회장 기후행동 2015 퍼포먼스 한국의 시민환경단체와 종교계, 문화계 참가자들은 협상장에서 매일 침묵 행진과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들의 간절함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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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장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 이유진은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태그:#파리기후총회, #윤성규 장관, #COP21, #녹색당,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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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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