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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 '2013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간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응답한 부모의 비율이다(표본 5000명 중, 만 18세미만 자녀를 둔 1380명에 대한 응답 결과, 정서적 폭력 포함). 학교폭력은 전학이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한 청소년은 어디로 가야 할까?

전국에는 불가피하게 가정에서 나온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가 109개 있지만, 중장기 쉼터는 27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군 단위 지자체 중에서 중장기 쉼터가 있는 곳은 충남 홍성군이 유일하다.

모금 릴레이를 위한 SNS 게시물에 사용된 민아양의 사진
 모금 릴레이를 위한 SNS 게시물에 사용된 민아양의 사진
ⓒ 최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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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아(가명)양은 16살이다. 그녀는 현재 머물고 있는 단기쉼터에서 2016년 3월에 퇴소해야 할 상황에 처했지만(단기쉼터에서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최장 9개월이다), 쉼터 소장님의 배려로 9개월을 연장해서 살게 됐다고 한다.

민아씨가 있는 청주에는 여성 청소년을 위한 중장기 쉼터가 없다. 민아씨는 쉼터에서 살 수 있는 1년의 시간을 이용해 '살아남을 용기, 집만 있어도 괜찮아!'라는 소셜 펀딩 프로젝트로 여성 청소년을 위한 중장기쉼터 만들기에 도전 중이다. 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 지금은 어떤 마음인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주변의 청소년들이 단기 쉼터에 머문 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들었어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쉼터를 '비행을 저지른 안 좋은 청소년들이 가는 곳'으로 봐요. 사실 비행을 저질러 쉼터로 온 청소년들은 거의 없어요. 제가 쉼터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가정불화로 이곳을 찾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많은 친구들에게 쉼터는 불안한 상태에서 빠져나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단기 쉼터에서 살 수 있는 9개월이란 시간은 짧다고 느껴요. 퇴소 후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는 얘기를 해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주위에 도움을 청하고, 스스로도 이것저것 자료를 수집해서 크라우딩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 민아씨가 '좋은교육 협동조합'(아래 좋은교육)의 첫 번째 직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좋은 교육 협동조합은 어떤 곳인지,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가 궁금하네요.
"아는 분께서 청소년과 관련된 상담을 잘해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좋은교육'이었어요. 이곳은 복잡한 사회문제와 공부를 게임과 체험으로 만드는 문화콘텐츠제작 기업이에요. 사회적기업가 육성도 목표로 해서, 청소년이 살 만한 세상을 스스로 만드는 것을 추구하고요. 제 안타까운 상황을 듣고 함께 고민하게 되었고 크라우딩 펀딩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제가 수학을 좋아해서 회계를 배우고 싶다고 하니, 저를 정직원으로 채용해 주셨어요. 지금은 좋은 교육에서 회계랑 일반적인 행정일을 맡고 있어요."

- 민아씨의 페이스북을 보니 김병우 충북 교육감님께 편지를 써서 프로젝트에 동참해주실 것을 요청하기도 하고, '집뚝딱셀카 캠페인'이라는 릴레이 형식의 SNS홍보를 하는 걸 봤어요. 앞으로 구상해두신 다른 활동들이 있나요?
"내년 초에 '후원의 밤'을 열어 장기쉼터마련설명회를 제가 직접 발표하고, 후원인분들을 중심으로 쉼터건립 준비위원회를 결성할 거예요. 그 후에 서명운동과 모금운동을 통해 청주와 정부에 요청을 하여 쉼터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지금 SNS를 통해 하는 활동들은 대부분 혼자 하고 있지만, 쉼터의 친구들과 오기 전의 친구들이 제가 하는 일을 많이 지지해줘요. '좋은교육'의 직원 분들과 상담 선생님 분들도 많은 조언을 주시고요."

저는 최민아라고 합니다. 16살 청소년 입니다.
 저는 최민아라고 합니다. 16살 청소년 입니다.
ⓒ 최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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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으로서, 혹은 그냥 민아씨가 많은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쉼터에 산다고 비행 청소년일 거라고, 학교 밖 청소년은 사고쳐서 학교 그만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시선을 바꿔주셨으면 합니다. 보통 학교 다니는 청소년들은 낮에는 학교에 있잖아요? 저같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평일 낮에 시내버스를 타면 기사님들이 성인요금을 내라고 해요. 청소년증을 보여드려도 이게 뭐냐고, 학생증을 보여달라는 분들도 있고요.

사실 주변에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 많아요. 학교를 그만두고 쉼터에 있는 친구들은 알바를 하면서도 시청이나 도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학업상담을 받고 검정고시를 준비해요. 지레짐작으로 '이럴거다' 생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가명을 쓰긴 하지만 얼굴도 알려질 텐데 활동을 하면서 걱정이 없느냐"고 물어봤다. 민아씨는 "솔직히 걱정은 되지만, 제가 안 하면 (장기쉼터가) 마련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는 했어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프로젝트가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민아씨의 소셜 펀딩 프로젝트의 목표는 1월 11일까지 500만 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후원링크) 1월 14일에는 프로젝트의 후원자와 청주시의 주요인사들을 초청해서 장기쉼터 마련 설명회, 지지발언, 공연 등을 하고 중장기쉼터마련 준비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태그:#청소년쉼터, #학교 밖 청소년, #쉼터, #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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