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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출정식이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MB정부의 '핵관(핵심관계자)'로 불리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출판기념회에서 한 말이다. 이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청와대 참모 시절 경험 등을 엮어 쓴 회고록 '도전의 날들-성공한 대통령 만들기 2007~2013'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말대로 이날 행사는 출판기념식이 아닌 차기 총선 출마 예고 행사에 가까웠다.

특히 친이(친이명박)계의 집결장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강만수·윤증현·맹형규·김성한·박재완·현인택·고흥길 전 장관, 류우익·정정길 비서실장 등 전 청와대 수석들까지 MB맨들이 이날 행사에 총출동했다. 이미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인사 40여 명, 새누리당 내 친이계 전·현직 의원 30여 명이 각각 17, 18일 송년 모임을 여는 것을 두고 차기 총선을 겨냥한 '전열 정비'란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행사는 차기 총선을 앞둔 친이계의 결집 '신호탄'처럼 보였다.

'주인공'인 이 전 수석 역시 차기 총선 출마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혹시 국회의원 해볼 생각 있는 것 아니냐고 하시는데 제 이력에 혹시 보탠다면 한번쯤은 (국회의원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이명박 대통령 모시고 5년 동안 만들었던, 제대로 된 업적은 평가받아야 겠다, 승부하고 발전시켜서 그것을 국가발전으로 이끌어가야 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자신을 '서초동 토박이'로 소개하며 출판기념회를 서초구에 위치한 웨딩홀에서 연 까닭을 "서초와 백년가약을 맺기 위해서"라고 소개했다. 즉, 차기 총선 서초을 출마를 확실시 한 것이다.

자신이 '친이계 선수'임도 감추지 않았다. 이 전 수석은 "제 이력은 사실 딱 두 줄이다, <동아일보> 기자와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 속된 말로 꼬붕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저보고 자꾸 친이계 대표라고 하는데 친이계 대표 맞다, 이명박 대통령 각하를 5년 모셨다"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시는 '진실한 사람'도 되고 싶다, 대외적으로 저는 (친이·친박 아닌) 국가대표 국회의원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관 "이명박 대통령 각하 5년 모신 친이 대표지만 '진실한 사람'도 되고파"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 이희훈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웨딩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이 전 대통령도 확실하게 지원사격에 나섰다. 먼저 이 전 대통령은 "내가 좋아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분들이 우리 이동관 수석을 아주 극찬하고 있다"라며 "그 분들이 말하시는 걸 들어보니 저렇게 훌륭하신 수석을 발탁한 나는 더 훌륭하지 않을까 자위하게 됐다"라고 농 섞인 칭찬부터 했다. 또 "(이 전 수석이) 언론인이면서도 국가관이 편협하지 않고 뚜렷하니깐 대통령이 되면 정말 함께 일 해보고픈 생각이 있어 아주 사정을 했다"라며 "저와 함께 일했던 내각, 수석 모두 그 땐 제대로 몰랐는데 내가 대단히 사람들을 잘 썼다"고도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은 '차기 총선 공천에서 친이계란 이유로 배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은 "과거 발상에 집착하고 아집을 내세운다면, 갈등하고 분열하고 남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로 간다면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기 만만치 않다"라며 "곳곳에 숨은 인재들이 많다, 많은 인재들이 등용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재가 어느 곳에 있든지, 적군에 있든지 아군에 있든지 옆에 있든지 물 건너 (해외에) 있든지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서 나아가려면 곳곳의 인재들을 정치에서, 정부에서, 기업에서, 온갖 분야에서 등용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에서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낙천했던 점, 최근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선택' 발언 등을 감안할 때, 이 전 대통령이 '적군 인사라도 등용해야 한다'라고 꼬집고 나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이 전 수석이 출사표를 던진 서울 서초을은 현재 친박(친박근혜)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다.

이 전 수석의 회고록 발간과 함께 불거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군 대응 논란에 대해서도 변호하고 나섰다. 앞서 이 전 수석은 이 회고록에서 이 전 대통령이 당시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음에도 지하벙커 회의에 참석한 군 관계자들이 유엔 교전수칙을 앞세우는 바람에 보복 타격에 나서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최종 책임을 군에 떠넘긴 것이란 '남탓'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책을 아주 열심히 읽었는데 아주 정직하게 썼다"라며 "잘 알지도 못하고 비판한다, 사람을 평가하려면 현장을 잘 이해해야 한다, 잘 알지 못하고 현장 보지 않고 평가하는, 그런 것은 선진되지 못한 사회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이 전 대통령은 축사를 마무리하면서도 "내년 한 해는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가정, 더 나은 기업, 더 나은 정치가 되고 이동관 수석과 같이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분에게 행운이 따르고 사랑받아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은 행사 후 박근혜 정부의 3년 차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3년 남았는데 (박 대통령이) 열심히 하고 있다. 한창 일할 때"라고 답했다. 또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데 무슨 조언을 하느냐"고도 반문했다.

"적군에 있는 인재라도 등용해야 한다는 말은 총선 공천이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태그:#이명박, #이동관, #친이계, #총선 공천,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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