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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에서 제일 오래된 아사쿠사 사찰 앞, 연일 외국 관광객들이 넘쳤다.
 동경에서 제일 오래된 아사쿠사 사찰 앞, 연일 외국 관광객들이 넘쳤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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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한 잔만 주세요."
"호또?"

사케를 주문했는데 '호또?'라고 물었다. '내 말을 잘못 들었나?' 재차 '사케'라 말했다. 종업원은 또 '호또?'라고 되묻는다. 순간 이 종업원이 나를 놀리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후에 안 사실. 종업원은 내가 사케를 주문한 것을 알고 있었다. '호또?'라고 되물었던 건 '사케를 따뜻하게 해드릴까요?'란 친절이었던 거다. 핫(Hot) 발음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호또'라고 했던 건데 내가 못 알아들었다.

지난 12월 7일,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연수를 다녀왔다. 교통문화, 외국인 관광객 증가, 유바리시 몰락원인 분석이 주요 과제였다. 이웃나라면서 멀게 느껴지는 일본.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2회에 걸쳐 일본 전반적 풍경과 유바리시 몰락 원인을 게재한다.

일본 음식점에서 단무지를 두 쪽만 주는 이유

저녁식사, 단무지를 두개만 주는 이유를 알았다.
 저녁식사, 단무지를 두개만 주는 이유를 알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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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면 원수 같은 단무지나 실컷 먹을랍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느닷없는 단무지 타령이다. 연수 첫날 저녁 식사자리. 동경 어느 식당에서 비빔밥을 주문했다. 우리나라 영양 돌솥밥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밑반찬이 없다는 것. 단무지 두 쪽과 미소된장국이 전부다. 단무지를 더 시켰더니 별도 금액을 요구했다. '치사하게 단무지 두 쪽 더 달라는데 돈을 더 내야 한다니, 안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선 단무지를 '다꽝'이라 부른다. 두 쪽밖에 주지 않는 이유가 있다. 가이드 말은 이렇다. 1500년경 일본 내전 중 무사의 스승으로 유명한 스님이 있었다. 그의 이름이 다꾸안이다. 야전에서 장기간 보관이 용이한 음식 개발이 필요했다. 그때 등장한 음식이 무를 절인 음식이었다. 스님의 이름을 따 '다꾸안(다꽝)'이라 불렀다. 전쟁 중 그것마저 귀했기에 스님은 매 끼니 세 쪽의 단무지만 내놓으라 했다. 그는 늘 두 쪽만 먹고 한쪽은 남겼다. 이후 음식점에서 검소의 의미로 단무지 두 쪽만 내놓는 것이 전통이 됐다.

동경 어느 주택가 골목, 깨끗한 이유가 있었다.
 동경 어느 주택가 골목, 깨끗한 이유가 있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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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깨끗한 이유를 알았다.'

동경시내 어디를 다녀도 담배꽁초 하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골목은 어떨까, 마치 누군가 시간을 정해 지속적으로 청소를 해온 듯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다. 휴지 한 조각  보이지 않았다.

선진국이라 일컷는 유럽, 담배공초가 넘치던 풍경과 대조적이다. 이유가 뭘까, 청결함을 미덕으로 삼는 일본 사람들 국민성 때문이라 여겼다. 아니다. 골목 한 귀퉁이에 걸린 경고문.

쓰레기 불법 투기 경고문
 쓰레기 불법 투기 경고문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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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불법 투기 시 1000만 엔 이하 벌금, 5년 이하 징역'

쓰레기를 불법투기하다 적발되면 한화로 1억 원의 벌금을 내야한다. 법인이 위반했을 땐 강도가 더 세다. 1억 엔, 즉 10억 원의 벌금을 물린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가정이 파탄 나는데 누가 감히 버릴 생각을 하겠냐"란 말에 공감했다.

흥미로운 일본 풍습과 문화

홋가이도 삿포르시는 지금 겨울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홋가이도 삿포르시는 지금 겨울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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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한국 화천 산천어축제, 일본 삿포르 눈축제를 세계4대 겨울축제로 꼽는다. 삿포르 눈축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했다.

"아이들이 시작한 축제입니다."

일본 홋카이도, 도청 소재지인 삿포르엔 12월부터 2월까지 평균 1m~2m 정도의 눈이 내린다. 도로 옆에 군데군데 적설량 구분을 위한 말뚝을 세웠다. 눈이 쌓였을 때 어디가 도로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란다.

폭설 때문에 겨울방학이 길었다. 어느 초등학교 선생이 집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을 구상했다. 방학기간 중 눈 조각을 만들게 하고 개학에 임박해 가정방문을 통한 평가를 했다. 삿포르 눈 축제가 만들어진 배경이란다.

'사농공상(士農工商)'

고려에서 조선시대까지 우리 선조들에겐 직업의 귀천이 있었다. 선비, 농업, 공업, 상업 등 직업에 따라 신분을 구분했다. 일본도 '사농공상'이 있었다. 차이는 '사'가 선비를 뜻하는 것이 아닌 '사무라이'를 의미했다는 게 다르다.

일본 봉건시대, 영주를 제외한 최고 계급은 사무라이였다. 그들에겐 세 개의 권리가 주어졌다. 첫 번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리다. 한 사무라이가 이웃 사무라이와 싸우다 칼이 부러져 패하면 동료 사무라이들은 칼을 만든 대장장이를 찾아 목을 벴다. 그것을 본 (대장장이) 아들은 목숨 부지를 위해 쇠를 더 강하게 연마했다. 그 문화가 업종을 쉽게 바꾸지 않고 수백 년간 전통으로 내려오는 장인정신의 단초가 됐단다.   

두 번째는 성(姓)을 가질 수 있는 권리다. 메이지유신 이전 사무라이 계급까지만 성이 인정됐다. 이후 일반인까지 확대되면서, 조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우스운 성씨도 대거 등장했다. 다나까란 성을 풀이하면 밭 한가운데란 뜻이다. 밭에서 낳았다는 의미고, 야마모토는 산속에서, 고이즈미는 작은 샘터에서 낳았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칼을 차고 다닐 수 있는 권리다. 사무라이는 항상 작은 칼과 큰 칼, 두 개를 찼다. 용도는 달랐다. 큰칼은 싸울 때, 작은 칼은 할복용이었다. 사무라이들은 할복을 명예로 여겼다. 싸움에서 졌을 때, 명예를 실추시켰을 때 영주들은 할복을 명했다. 할복이란 자신의 손으로 배를 긋는다는 말이다. 한 번으로 죽지 않으면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목을 쳤다. 절친(切親)이란 말의 유래다. 일본인들의 좌측통행도 사무라이 칼이 벽에 걸리지 않기 위함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정지선이 잘 지켜지던 곳, 신호등을 정지선 바로 위에 설치했다.
 정지선이 잘 지켜지던 곳, 신호등을 정지선 바로 위에 설치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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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정 6일간 차량 경적소리 한 번 듣지 못했다. 정장을 한 택시기사들 친절도 우리와 확연히 달랐다.

'중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교통문화가 탁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일본에 가면 우리 교통문화의 후진성을 느낀다'고 했던 한 지인의 말이 떠 올랐다. 그렇다면 정지선 지키기는 어떨까!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수의 차량들은 정지선을 밟거나 넘어 건널목까지 진입하기도 했다. 그러다 딱 한 곳에 시선이 멈췄다. 20여 분을 유심히 관찰했다. 모든 차량이 정지선 앞에 멈췄다. 이유가 뭘까!

신호등 위치 때문이다. 일본 대다수 도시에 설치된 신호등은 정지선을 기준으로 앞쪽에 있다. 어떤 곳은 정지선을 넘어야 신호등이 잘 보이는 곳도 있다. 그러나 정지선을 잘 지키는 곳 신호등은 정지선 위에 설치돼 있었다. 운전자들이 정지선을 밟거나 넘으면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 구조다. 운전자는 어쩔 수 없이 정지선에 못미처 정차해야 한다.

일본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증가한 이유

긴자거리 기무라야 빵집, 146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긴자거리 기무라야 빵집, 146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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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들어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한국을 크게 앞질렀다고 한다. 메르스 때문으로 분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단정할 건 아니다'는 생각이다.

일본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한 시스템은 일반상가 면세제도다. 점포에서 여권을 보여주면 물건 값의 8%를 돌려준다. 이 제도는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란다. 흥미로운 건 지폐가 아닌 동전으로 둘려준다. 이유는 지폐는 환전이 가능하나 동전은 자국의 화폐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한 듯하다. 세금마저 다 쓰고 가란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도 면세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백화점 등 일부 대형매장에서 시행하나 즉석에서 환불해 주진 않는다. 귀국할 때 공항에서 영수증을 제시하면 세금을 돌려준다. 관광객 입장에선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채널 90번에서 한국방송 나옵니다.'

삿포르 한 호텔에 들어섰을 때, 일행 중 한 사람이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서둘러 채널을 돌렸다. 그런데 가만 보니 우리나라 방송만 나오는 게 아니다. 러시아, 싱가폴, 대만, 중국, 태국, 호주 방송도 나온다.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다.

가만히 앉아 외국 관광객이 감소했다고 불평만 할 건 아니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불편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게 관건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시민기자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장입니다.



태그:#일본, #동경, #삿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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