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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여수경찰서에 이어 오늘은 광주지검 순천지청 앞에서 다시 모여 철저한 수사 촉구를 하는 여성단체 회원들. 광주여성변호사회도 이번 사건을 도왔다.
▲ 광주지검 순천지청 앞 기자회견 지난 3일 여수경찰서에 이어 오늘은 광주지검 순천지청 앞에서 다시 모여 철저한 수사 촉구를 하는 여성단체 회원들. 광주여성변호사회도 이번 사건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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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유흥주점여성 뇌사사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지난 23일 오전 11시  광주지검 순천지청 앞에서 여수 여종업원 사망사건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자들의 구속 수사를 재차 촉구했다(관련기사: "'여수 유흥업소 뇌사' 제보 여성들, 정말 용감했다").

제주, 전주, 익산, 대전, 인천, 광주, 창원, 부산에서 온 80여 명의 전국여성단체 회원들이 검찰청사 앞에 모인 것이다. 이어 오후 2시부터는 여수시 학동 소재 유흥주점 앞에서 피해여성 추모 행사를 열고 주점으로부터 한 블럭 떨어진 여수시청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오전 여수시 학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여종업원 A씨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 발견 당시 몸에 멍든 흔적이 있던 A씨는 결국 20일 만에 사망했지만, 사건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아직 피의자는 구속되지 않았다. 경찰이 폭행치사 혐의를 받아온 40대 업주 등 관련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긴 했지만 지난 21일 검찰이 재지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오는 31일까지 보강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순천 기자회견에서 공대위 정미례 공동대표는 구속수사를 미룬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가 다시 모인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초동수사 미흡으로 이미 증거인멸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의 구속 의견이 무시되고 아직도 피의자는 구속이 안 되고 있습니다. 먼저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합니다."

공대위는 이번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려면 검찰이 보강수사를 내세워 재수사를 지휘할 게 아니라 "사건 관련자들을 하루속히 구속수사해 서로를 분리시켜 진술을 확보"하는 게 마땅하다며 "관련자 구속수사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했다는 대구여성인권센터 상담소 정박은자 부소장은 "이번 사건은 지역사회의 견고한 카르텔이 음성적인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우리가 자주 모여도 검경이 왜 겁을 안 내는 줄 아세요? 두껍게 형성된 유착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흥주점에서 검은 돈으로 매수된 든든한 배경 때문입니다. 공무원, 경찰, 검찰에게 권한이 있는데도 단속과 수사가 안 되는 것은 유착 때문이라고 봐야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유착 관계를 깨야 합니다."

여성변호사들도 발 벗고 나섰다. 지난 21일 광주여성변호사회도 15명으로 공동변호인단과 법률지원단을 꾸렸다. 이들은 논평에서 "단순 질식사로 마무리될 뻔했던 사건이 동료 여종업들의 용기 있는 제보로 진실이 세상에 알려졌다"며 "경찰은 초동수사 미흡으로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피의자들의 증거 인멸로 인해 여전히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률지원단 소속 이소아 변호사는 "다른 증거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구속수사해서 사실관계를 밝혀달라"며 "이 사건에 대한 의견서를 다음 주에 검찰에 낼 예정이며, 사망한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동료 여성 9명에 대한 법률 지원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에겐 쾌락의 공간... 누구에겐 치외법권

행진하는 참가자들. 누구에게는 유흥주점이 "황금알을 낳는 공간" "쾌락과 환희의 공간"이다.
 행진하는 참가자들. 누구에게는 유흥주점이 "황금알을 낳는 공간" "쾌락과 환희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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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업원이 희생당한  업소 앞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유흥주점은 누구에게는 "착취의 공간" "치외법권의 공간"이다.
▲ 희생당한 현장 앞에서 추모 헌화 여종업원이 희생당한 업소 앞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유흥주점은 누구에게는 "착취의 공간" "치외법권의 공간"이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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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열린 오후 추모식에서는 추모사 낭독, 헌화와 함께 9명의 제보자 동료 중 한 명이 보낸 편지가 낭독되기도 했다. 제보자들은 이날도 수사 관련 조사를 받고 있어 함께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억울하게 우리 곁을 떠났기에 우리는 그녀의 억울함을 이렇게나마 알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맞다가 차라리 죽어 버리면 좋겠다던 그녀의 말이, 다음날 눈 뜨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말이, 우리를 이 자리에 서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9명의 제보자는 이날도 수사에 협조하느라 함께하지 못하고 대신 한사람이 추모의 글을 보내왔다. 현재 이들의 보호와 지원이 절실하다.
▲ 제보한 여성의 추모의 편지 9명의 제보자는 이날도 수사에 협조하느라 함께하지 못하고 대신 한사람이 추모의 글을 보내왔다. 현재 이들의 보호와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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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 초 경남 하동의 농협 직원이 횡령한 돈 21억 중 수억 원을 해당 업소에서 탕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때 업주 박아무개씨는 입건이 되었지만 그후 단속과 처벌이 적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그것들이 제대로 됐다면 이번 사건은 막을 수 있었다고 참가자들은 안타까워 했다.

참가자들은 성명서에서 여수경찰에 "유흥업소 및 주변 모텔로 이어지는 불법성매매행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고 건물주, 토지주까지도 그 책임을 묻는 법집행을 철저히 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명의만 바꾼 채 영업을 계속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위반업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지 낭독으로 일부 참가자들이 흐느끼는 가운데 여수 YWCA 한윤덕 사무총장도 추모사를 이어갔다.

"헌법 11조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헌법이 지켜지지 않은 나라입니다. 폭력에 시달리고 착취 당했음에도 법이 제대로 보호해 주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유흥주점  앞에서 외쳤다.

"저 업소가 누구에게는 '환희와 쾌락의 공간'이었고, '황금알을 낳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희생자와 제보자들에게는 '치외법권의 공간'이었고, '착취의 공간'이었습니다."

시청 앞 광장에서 있었던 마무리 집회에서는 끝까지 함께 자리한 '청일점' 여수YMCA 이상훈 사무총장이 남성을 대신하여 사죄했다.

"성매수는 남성들이 합니다. 남자들이 와서 사죄해야 함에도 여성들만 있으니 제가 대표로 사죄합니다. 그리고 어디 이것이 여수만의 일입니까? 어디 어제 오늘만의 일입니까?  이 사건은 강자가 약자를 때리고 착취하는 '폭력'이 본질입니다. 그러한 폭력으로부터 국가는 시민을 보호해야 합니다. 국가를 대신한 공무원이, 경찰이, 검찰이 보호를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세월호'와 '백남기 농부 사건'과 닮아도 이렇게도 똑같이 닮았습니까? "


태그:#여수 유흥주점, #여수 여종업원, #여종업원 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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