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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원짜리 분노>(김희장, 삶이보이는창)
 <십 원짜리 분노>(김희장, 삶이보이는창)
ⓒ 삶이보이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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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랑시'를 쓰고 싶어 하는 김희정 시인이 첫 산문집 <십 원짜리 분노>를 냈다.

살면서 때로는 갑자기 끼어든 차나 걷다가 부딪히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이웃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십 원짜리 분노'는 않고 살겠다 말하는 시인. 대신 '나와 이웃에 도움이 되는 분노'를 내면서 살겠다는 시인. 그가 말하는 비싼 분노는 무엇일까?

지난 8년간의 일들을 글이라는 도구를 빌어 시간을 기억고자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시인의 글들은 글쓰는 재주가 없어 미뤄두었던, 내가 기억해두려 생각했던 것들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글들은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글로 표현이 되었고, 그의 글들은 항상 실천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그의 시'는 항상 현장에 있었다.

김희정 작가가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에서 '약속하자'는 추도시를 낭독하고 있다. 그는 언제나 현장에 시와 함께 있었다.
 김희정 작가가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에서 '약속하자'는 추도시를 낭독하고 있다. 그는 언제나 현장에 시와 함께 있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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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용산 참사 추모제에, 제주 강정 평화대행진에, 그리고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그의 시는 시민들에게 격문이 되었고, 그의 시는 구호가 되었다. 그는 본래 시인이다. 2002년 충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이미 <백년이 지나도 소리는 여전하다> <아고라> <아들아, 딸들아 아빠는 말이야> 시집 세 권을 냈다.

시인이 낸 산문집이라서 그랬을까? 산문집을 읽는 내내 시를 읽는 듯했다. 한 편 한 편 읽으며 두고두고 읽고 싶은 그런 시집. 한 편의 글을 읽고 나서 바로 다음 글로 눈을 옮기지 못했다. 공감과 동감의 시간이 필요했고, 나도 그가 글을 쓰면서 했을 수많은 기억과 생각들을 함께 해야 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막걸리 집에서 전 하나 시켜놓고 단 둘이 대화를 나누는 듯한 착각을 했다. 책 속에서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의 글들은 날카롭다. 작가는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바로 그가 말하는 '비싼 분노'의 목적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은 아빠, 엄마, 형제, 자매, 사랑, 돈, 책, 나, 친구 등... 하지만 그것 중에 열 개를 다섯 개로 줄이면, 또다시 두 개만 남기라하면... 아니 마지막 한 가지만 남기고 모두 버리라 하면 우리는 무엇을 남겨야 할까?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기 전에 우리는 '십 원짜리 분노'는 그만하고, 대신 '비싼 분노'를 실천해야 한다.

'하루 다섯 끼 먹는 것도 아닌데' 쫓기듯 '십 원짜리 분노'에 집착한 채 살아가는 우리들이 잠시 질주를 멈추고, 소중한 것들과 '비싼 분노'를 잠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하루 다섯 끼 먹는 것도 아닌데’ 쫓기듯 ‘십 원짜리 분노’에 집착한 채 살아가는 바쁜 삶을 잠시 멈추고, 손에 책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
 ‘하루 다섯 끼 먹는 것도 아닌데’ 쫓기듯 ‘십 원짜리 분노’에 집착한 채 살아가는 바쁜 삶을 잠시 멈추고, 손에 책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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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원짜리 분노

김희정 지음, 삶창(삶이보이는창)(2015)


태그:#김희정 산문집, #십 원짜리 분노,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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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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