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 '빅 이어'(Big year)를 아는가. 새에 미친 사람들을 위한 미국의 비공식 대회인 '빅이어'는 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얼마나 많은 종류의 새를 보느냐를 겨루는 게임이다. 새를 보는 탐조인구가 2011년 기준 약 4700만 명이라니 대단한 숫자다. 영어로는 '버드와쳐'(Birdwatcher)나 '버더'(Birder)라 불리는 새보는 사람들을 우리나라에선 '탐조인'이라고 칭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새에 미쳐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회인 빅이어는 영화로까지 제작됐다.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생각되겠지만 상업오락영화로 제작돼 우리나라에도 2011년 개봉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인 오웬 윌슨, 잭블랙, 스티브 마틴이 출연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다. 이 기사는 영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 대회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열린다. 아마추어탐조회에서 진행 중인 '그린버더즈 빅이어'는 아직 탐조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약 1만 명 내외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탐조인들도 잘 모르는 대회가 2015년에 진행됐다. 우승자에게는 도감과 디지스코핑(만원경과 쌍안경 등의 광학장비와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연결해 촬영하는 방법) 장비 등의 부상이 주어졌다. 나도 2015년 참석하여 LG 상록재단 한국의 새 도감을 선물로 받았다. 2015년에 빅이어 우승자는 약 208여 종을 관찰한, 대전에 거주하는 안광연씨가 차지했다.
미국의 경우 700여 종 이상 봐야 우승권에 들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570여 종의 새가 서식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새를 보는 사람이라면 250종 이상의 관찰할 경우,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아직 대회 초창기이고 탐조인들조차 관심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훨씬 더 좋은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아마추어탐조동호인연합회 운영자 김동현씨는 멸종위기에 놓인 국내 야생조류와 야생동물에 관한 자연관찰자들의 국내리그로 국내에서 촬영된 디지스코핑 사진 및 DSLR, 필름사진 및 4K UHD 또는 Full HD 동영상 을 통해서 일반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자연 환경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일깨우고, 지역환경 보전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관찰기록및 사진 동영상 작품을 공모하고자 대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6년 대회기간은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14일까지다. 국내에서 탐조하는 Daum 카페 ID를 소유하고 있는 국내거주 내국인 및 외국인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아마추어탐조동호인연합회
http://cafe.daum.net/Birdwatching/18sy/1024). 미국처럼 성대하고 화려하지는 않은 출발이지만 점점 더 확대되고 커질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대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2015년 나는 120여 종의 새를 기록한 것만으로도 부상을 받았다. 조그만 관심을 갖고 기록한다면 탐조인 누구나 빅이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탐조인이나 일반인 모두 새를 보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한번 도전해보기를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