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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6일 낮 12시30분(평양시간 낮 12시)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결심에 따라 주체105(2016)년 1월6일 10시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6일 낮 12시30분(평양시간 낮 12시)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결심에 따라 주체105(2016)년 1월6일 10시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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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북한의 '수소탄'실험은 전격적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1초에 북한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이 포착되기 전까지 한국 정부는 물론 중국과 미국 정부도 이를 알지 못했다. 북한은 과거 3차례 핵실험 때는 사전에 중국과 미국에 통보했으나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이전 핵실험들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유엔 제재에 반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사전 징후를 드러냈으나, 이번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각국 정부를 포함해, 국내외 수많은 전문가들도 북한이 이 시점에 4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핵'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대신 '인민생활 개선' 등 경제를 강조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올해 1월 1일 신년사와도 결이 달랐다. 신년사 분위기와 달리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5일에 이미 이번 '수소탄'시험 명령을 하달했다.

지진규모 등으로 볼 때 북한 발표처럼 '수소폭탄'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과 별개로, 이처럼 예상 밖의 행동이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수소탄 실험은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은 왜?... "미국과의 평화협정 부각· 당 대회 앞두고 국내정치적 목적"

북한의 수소탄 실험을 조선중앙TV가 보도한 6일 오후 서울역 내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 북한 수소탄 실험 서울역 시민 반응 북한의 수소탄 실험을 조선중앙TV가 보도한 6일 오후 서울역 내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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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 시점에 '수소탄 실험'을 한 것일까.

수소탄 실험을 위한 과학적·기술적 준비가 갖춰진 시점이라는 기본적 조건을 제외하고 나면, 대외적 목적이 우선 꼽힌다. 이달 12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하기로 돼 있고, 오는 3월 말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 같은 일정을 상기한 뒤 "북한이 핵능력 과시를 통해 협상력을 높여 북미 평화협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이번 '수소탄 실험'을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서게 되었다"고 강조한 것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정 전 장관은 이와 더불어 "오는 5월에 36년 만에 당 대회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김정은 시대'와 강성국가의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다시 국내 결속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내부 정치용 성격도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도 "올해 미국 대선 및 정권교체 전에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은 '수소탄 핵실험'을 통해 미국이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포기하고 북미 직접대화에 나서 북미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북한의 성명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북한은 한국 정부로 하여금 '통일준비'와 '통일외교'를 포기하고 북한과의 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압박하는 것을 목표로 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모란봉악단 공연 무산으로 북중관계가 악화되고, 남북차관급 회담으로 남북관계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강공책을 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안 움직여... 오히려 미 대선후보들 대북강경 경쟁, 차기 정부 선택폭 줄여"

북한이 첫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6일 오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서울 도렴동 외교부를 방문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북한이 첫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6일 오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서울 도렴동 외교부를 방문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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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핵실험의 주요 목적의 하나가 미국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면, 이는 성공할 수 있을까.

정세현 전 장관은 "대북제재가 중국견제라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로서는 지금 움직일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한미관계 전문가인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임기 1년을 남긴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문제에 뛰어들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후보들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경론 경쟁을 벌이게 돼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선택지를 좁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수소탄'실험은, 지난해 '8.25합의' 이후 다소 완화된 남북관계에도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뒤흔들고 북한 핵문제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규정하면서 "북한이 이번 핵실험에 대해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곧 있을 신년기자회견에서 상당히 강도 높은 대북비판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과 관련,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서 남북관계는 끝났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관계 개선 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북중관계의 마찰도 불가피하다. 지난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 때, 불과 20분 전에 통보받았던 중국은 이번에는 아예 통보를 받지 못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면서 "우리는 조선(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상황을 악화하는 그 어떤 행동도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외교부 성명'을 발표했다.

화 대변인은 "북한이 중국에 핵실험 계획을 통보했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답했다. 중국 당국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은 당연히 해야 할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답해, 이후 예상되는 유엔 대북 추가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격양, "북한 사전 통보 안 했다" 공개... 고강도 제재 동참여부는 미지수

그러나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한다 해도, 북중관계를 극단적으로 끌고 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정성장 실장은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과 중국 관계가 불편하고,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에 비판적이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소극적인 미국과 한국도 북한의 핵개발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적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강도 제재에는 동의해도 고강도 제재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세현 전 장관도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대단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고강도 대북압박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한때 약하게나마 봄기운이 돌았던 남북관계와 북중관계는, 2016년 시작과 함께  결국 '8.25합의'이전의 살얼음판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태그:#북한 수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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