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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존엄한 존재로서 서로를 배려하는 것

2016년은 한국 사회에 연초부터 기묘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천간(天干)을 나타내는 "병(丙)"과 지지(地支)를 나타내는 "신(申)"이 만나는 2016년이 "병신년"이다 보니 신년인사들을 주고 받거나 뉴스를 볼 때 덕담을 듣는데 왠지 기분은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나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는 비속어와 부르는 음(音)이 같아 발생한 이러한 차별적 어감을 피하기 위해 2016년을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부르자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 말이 그 뜻이 아닌데 별걸 가지고 호들갑이냐 할 수도 있지만, 인권은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인 사람에 대하여 서로 배려하며 사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니, 누군가에게 부당하고 불편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 개선하자는 것이다.

세계인권선언 제29조에도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타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적절한 인정과 존중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듯이 인권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알코올 사용 장애, 사회적 인식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2016. 1. 14.  오후 2시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알코올 사용장애의 치료 및 재활을 위한 발전장안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016. 1. 14. 오후 2시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알코올 사용장애의 치료 및 재활을 위한 발전장안 토론회가 열렸다.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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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4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대구광역시 주최, 대구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주관으로 '알코올 사용장애의 치료 및 재활을 위한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는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국 교수, 대구지역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실태를 고발한 TBC 한현호 기자, 정신병원인 위드병원의 채성수 원장, 대구 동부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이창원 센터장, 알코올 사용장애 회복자의 가족인 장정희님.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권혁장 소장, 대구광역시 달서구청 행복나눔센터 희망이음팀 장건기 팀장, 대구광역시청 백윤자 보건건강과장 등 관련 전문가들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이번 토론회는 2015년 TBC 보도로 드러난 알코올 의존과 그 치료체계의 부족한 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관련 기관이 모여서 지혜를 모아보자는 취지에서 준비되었다.

관련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대구에서만 알코올 질환 관련자는 11만 명 정도이고, 전국적으로는 사회적 법적 문제야기 음주자는 연간 100만 명 규모인데,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8.6%의 낮은 치료 경험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도한 음주에 대한 관대한 인식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겹쳐서 치료 시작연령이 이미 만성중증화가 진행된 40대 이후인 경우가 많다고도 한다.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율(어떤 시점에 일정한 지역에서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 수의 비율로서, 분자는 일정 시점에서 해당 질병에 걸린 환자 수이며, 분모는 전체 인구수에 해당함)은 나이가 증가하면서 감소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중년이 되어도 유병율이 감소하지 않은 한국적 특징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국 교수가 '알코올 사용장애의 치료와 지역사회중심의 재활서비스 모형'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국 교수가 '알코올 사용장애의 치료와 지역사회중심의 재활서비스 모형'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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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국 교수의 말에 따르면 알코올 사용장애는 만성재발성질환이자 병의 악화, 경과에 있어 다양한 환경적 영향이 존재하는 복합적 질환이다. 따라서 관계기관의 유기적 협조를 통한 때는 놓치지 않는 적절한 통합적 의료서비스의 제공도 중요하지만, 알코올 사용장애로 입원하였다 퇴원한 사람이 퇴원 당일 음주를 시작한 비율이 50%를 넘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재발률이 높은 치료자체가 길고도 힘든 여정이기에 그 여정을 끝까지 하겠다는 동기부여, 즉 지속적인 사회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알코올 사용 장애에 대한 불필요한 차별적 적대감도 사라져야 할 것이다. 알코올 사용장애 회복자 가족인 장정희님은 이러한 적대감이 치료의 가장 큰 방해 요소라고 이야기 한다.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듯이 '술 좀 작작 마셔'라는 얘기를 듣는 초기부터 전문가 상담과 사례관리가 이루어 질 수 있게 전문병원 등을 찾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회적 분위기여야 한다.

알코올사용장애, 인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의료적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긴호흡으로 장기적이면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알코올 사용장애는 문제를 일으키는 음주자가 아닌 "음주 문제를 가진 사람"이라고 보는 인권적 시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음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진단에서부터 치료, 사후 모니터링의 전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는 인권적 관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대구인권사무소 권혁장 소장은 알코사용장애인의 치료와 재활은 당사자의 결정권 등이 존중되고, 당사자의 동의와 극복의 의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엄성을 지켜주는 인권감수성의 함양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대구광역정신건강센터가 연초부터 알코올 사용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와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여러 관계자들은 이번 토론회의 논의들을 바탕으로 대구지역 내 알코올 의존 치료를 위한 부족한 사회적 인프라가 보강되고 재활단체, 병원, 보건소 등 유관기관의 통합적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협조체계가 구축되며, 각자의 역할에 맞춰 최선의 노력을 약속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치료와 재활의 과정과 목적이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그들의 가족, 치료진 그리고 지역 사회가 함께 공존하기 위한 것, 즉 누군가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거나 구분하여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서로가 배려와 존중의 자세로 지금도 미래도 같은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는 위한 것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인권위와 함께 하는 시민기자단이 꾸려가는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글쓴이 김종길님은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알콜올 사용장애 환자 인권, #정신병원, #정신장애인 , #정신장애인 인권, #알코올 의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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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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