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씨앗 한 톨에는 아주 멋진 숨결이 고요히 잠들어서 우리를 기다립니다. 씨앗 한 톨은 우리가 즐겁게 심어 줄 날을 기다리면서 새근새근 자요. 한 해를 자기도 하고, 열 해를 자기도 하는데, 때로는 백 해나 오백 해를 자기도 해요. 다만, 씨앗을 잘 건사해야 오래도록 새근새근 자면서 우리를 기다릴 수 있어요. 씨앗을 아무렇게나 둔다면 이 씨앗은 어느새 썩고 말 테지요.

겉그림
 겉그림
ⓒ 크레용하우스

관련사진보기


손바닥에 있는 이것은 해바라기 씨앗이에요. 해바라기 씨앗은 4월에서 6월 사이에 심어요. (1쪽)

아라이 마키 님이 빚은 그림책 <해바라기>(크레용하우스, 2015)를 한겨울에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면 우리 집 마당이나 밭자락에 어떤 씨앗을 심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림책 <해바라기>에 나오듯이 해바라기씨도 심을 만합니다. 해님을 닮은 해바라기씨를 심어서 아이들하고 함께 언제나 해바라기 노래를 부를 만해요. 상추씨를 심을 수 있고 시금치씨를 심을 수 있어요. 어떤 씨이든 흙은 모두 고이 품어 줍니다. 어떤 씨이든 우리가 건네는 손길을 기다려요.

햇볕이 씨앗을 포근히 어루만집니다. 빗물이 씨앗을 촉촉히 적십니다. 바람이 씨앗을 맑게 쓰다듬습니다. 여기에 사람들 손길이 살가이 닿으면서 사랑스러운 꿈 하나가 씨앗에 스며들어요.

속그림. 싹이 튼 해바라기풀이 해님을 따라서 움직이는 모습
 속그림. 싹이 튼 해바라기풀이 해님을 따라서 움직이는 모습
ⓒ 크레용하우스

관련사진보기


해처럼 커다란 해바라기꽃이 피어납니다! (18쪽)

우리가 심은 씨앗에 싹이 트고 뿌리가 내리면서 떡잎이 나오고 난 뒤에는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어버이 품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도 아기 티를 벗으면서 그야말로 무럭무럭 자라면서 기다가 서다가 걷다가 뛰다가 달리다가 노래하다가 웃다가 울기도 하면서 씩씩하게 자라요.

해바라기는 해님을 바라보면서 웃고, 아이는 어버이를 마주보면서 웃습니다. 해바라기는 해님 기운을 받으면서 잘 자라고, 아이는 어버이 사랑을 받으면서 잘 자라요. 해바라기는 이 바람을 기쁘게 맞아들이면서 살랑살랑 춤을 추고, 아이는 따사로운 눈길로 바라보는 어버이 숨결을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덩실덩실 춤을 춰요.

정갈히 일군 밭에 씨앗 한 톨을 심듯이, 곱게 돌보는 아이 마음자리에 사랑씨 한 톨을 심습니다. 마당에서는 남새도 꽃도 자라고, 아이 마음 속에서는 꿈도 기쁨도 자랍니다. 그리고, 이 보금자리를 가꾸고 이 아이를 보살피는 어버이 마음 속에서도 새로운 꿈날개가 훨훨 피어납니다.

속그림. 활짝 피어난 해바라기꽃. 그림책 본문은 두 쪽에 걸쳐서 이처럼 해바라기를 보여준다.
 속그림. 활짝 피어난 해바라기꽃. 그림책 본문은 두 쪽에 걸쳐서 이처럼 해바라기를 보여준다.
ⓒ 크레용하우스

관련사진보기


여러분도 해바라기 씨앗을 심어 보세요. 씨앗이 꽃을 피우고 다시 새로운 씨앗을 얻을 때까지 소중하게 키워 보세요. (32쪽)

그림책 <해바라기>는 작은 씨앗 한 톨에서 커다란 꽃송이로 거듭나는 해바라기 한살이를 꼼꼼하게 엮은 그림으로 잘 보여줍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씨앗심기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어른'도 재미나고 즐겁게 '씨앗심기를 배울' 수 있도록 차분히 알려줍니다. 씨앗 한 톨에 뿌리가 내려서 줄기가 쑥쑥 오르는 모습을 찬찬히 보여주고, 해바라기꽃을 이루는 혀꽃하고 대롱꽃이 저마다 어떻게 바뀌어 새로운 씨앗으로 거듭나는가 하는 대목을 가만히 알려주어요.

이 그림책을 빚은 아라이 마키 님이 우리한테 씨앗 한 톨을 심어 보라고 넌지시 말씀하듯이, 참말 우리 스스로 곱게 씨앗 한 톨을 심은 뒤 꾸준히 지켜보고 살펴보면서 '그림일기'를 써 본다면, 그림책 <해바라기> 곁에 나란히 꽂을 만한 재미나고 신나는 '우리 그림책(관찰일기 그림책)' 한 권을 빚을 만하리라 생각해요.

속그림. 해바라기 한살이를 아주 꼼꼼하고 차분하게 보여주는 이 그림책을 보며 아이랑 즐거이 씨앗 한 톨을 심어 보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생각해 본다.
 속그림. 해바라기 한살이를 아주 꼼꼼하고 차분하게 보여주는 이 그림책을 보며 아이랑 즐거이 씨앗 한 톨을 심어 보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생각해 본다.
ⓒ 크레용하우스

관련사진보기


씨앗 한 톨이면 돼요. 딱 씨앗 한 톨만 심으면 돼요. 우리 보금자리마다 씨앗 한 톨이 싹을 틔워 꽃을 한 송이씩 피울 수 있으면, 우리 보금자리를 비롯해서 마을에도 나라에도 온누리에도 고운 꽃내음이 흐드러질 수 있어요.

덧붙이는 글 | <해바라기>(아라이 마키 글·그림 /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펴냄 / 2015.8.10. / 1만 원)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해바라기

아라이 마키 글.그림, 사과나무 옮김, 타카하시 히데오 감수, 크레용하우스(2015)


태그:#해바라기, #아라이 마키, #그림책, #씨앗, #삶노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