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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제시한 초·중등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대로라면 강원도 내에선 초등학교 220개교, 중학교 65개교, 고등학교 21개교 등 도내 초중등 학교의 절반 가까이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대개 시골 학교들이 많지만, 도시 지역이라고 통폐합에서 자유롭지 않다.

교육부 기준을 도시 지역 학교에 적용하면 어떨까. 읍·면 지역은 초등 120명, 중등 180명 이하이지만 도시 지역은 초등 240명과 중등 300명 이하인 학교가 통폐합 대상이다. 다른 지역은 두고 동해 지역으로 한정하여 한번 따져 보자.

강원도 내에서 동해는 춘천, 원주, 강릉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동해시에는 초등학교가 열네 곳이 있으며 학생 수가 천 명이 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전교생이 73명인 학교도 있다. 물론 이전 통폐합 학생 수 기준이 60명이었던 까닭에 통폐합의 영향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새 기준에 따르면 동해 지역에서만 초등학교 여섯 곳이 문 닫아야 할 형편이다. 망상동, 삼화동, 발한동, 삼화동 지역은 초등학교가 없는 곳이 되고 만다. 자연히 학생들의 통학 거리나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제시한 학교 통폐합 권고기준에 따랐을 때 통폐합 대상학교
▲ 동해시 지역 통폐합 대상학교 교육부가 제시한 학교 통폐합 권고기준에 따랐을 때 통폐합 대상학교
ⓒ 이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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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폐교 대상학교와 통합 예상학교 사이 거리로만 따져볼 때, 삼화초(폐교 대상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통합 예상학교인 청운초의 거리는 5.6km다. 폐교 대상인 망상초와 통합 예상학교인 동호초의 거리는 6.3km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폐교 대상학교와 통합 대상학교 간 거리로만 따진 것으로 가정에서 학교까지 통학 거리로 따지면 10km가 넘는 학생도 허다하다.

통학 거리가 크게 늘어난 까닭에 학생들이 걸어서 학교에 다니기란 쉽지 않다. 결국 통학버스를 운영하거나 부모들이 자녀를 태워다 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통학버스는 여러 곳을 들러야 하는 까닭에 실제 통학 거리나 통학 시간은 훨씬 더 늘어난다.

교육부 기준을 적용했을 때 학교가 없는 지역도 생긴다
▲ 사라질 학교 살아남을 학교 교육부 기준을 적용했을 때 학교가 없는 지역도 생긴다
ⓒ 이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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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을 반기는 쪽에서는 학생 수가 어느 정도 되어야 질 높은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으며 교육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까닭을 든다. 학생이 적으면 아무래도 친구 사귀는 것도 그렇고 여럿이 하는 교육활동은 할 수 없는데 학생을 모아놓으면 좋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 말은 학교 통폐합하고는 아무 영향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일 때가 허다하다. 통폐합이 입길이 오르는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라고 생각해 보라. 통폐합이 되었을 때 학교는 어찌 다닐 것이며 방과후시간은 또 어떻게 보낼 것인가. 교육부는 '장거리 통학'같이 통폐합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을 인센티브로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통폐합 지원금 대부분은 학교 시설을 덧대거나 고치는 데 들어가고 학생 통학 여건을 개선하는 데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결국 통학 버스가 운영하기 어려운 지역에 살거나 부모가 태워다줄 형편이 안 되면 학교 교육은 포기하라는 말이다. 그래도 굳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겠다면 살던 고향을 떠나 학교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라는 격이다. 이는 정부가 나서서 지역을 죽이는 일이며 국민의 기본권인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학교를 학생 수라는 잣대로 학교 문을 닫겠다는 생각 밑바닥에는 시골학교는 뒤처지고 낡고 뭐든 모자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크고 화려한 서울만 우러러 보고 자라와서 생긴 콤플렉스인지도 모른다. 물론 자본의 논리도 무시 못한다.

그동안 강원도교육청은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로 작은학교 학생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작은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는 특성화 교육과정, 지자체와 도교육청 업무협약, 지역사회와 학교의 상생발전 시스템을 마련해왔다. 이에 학교마다 지역 특성을 살린 교육과정 운영으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는 등 지역사회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은 지난해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행복교육 정부3.0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는 작은 학교들이 우리 교육의 낙후된 과거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아이를 키우는 건 어찌 학교뿐이겠는가. 저 산과 바다, 하늘, 바람, 나무, 풀꽃, 돌, 거기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아이를 키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교육의 가치는 아이를 사람답게 키우는 일이다. 아이나 부모 삶 따윈 아무 고려 없이 단순히 학생 수를 따져 이 학교 저 학교로 나눠 넣는 일이 아니다.



태그:#학교 통폐합, #동해시, #적정규모 학교 육성, #교육부, #강원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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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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