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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고법 판결 직후 집회를 연 전교조 교사들.
 지난 21일 서울고법 판결 직후 집회를 연 전교조 교사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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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제2조 제4호 가, 라목만 나, 다, 마목과 달리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 독립성 등 적극적 요건이 충족되지 못할 것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각 목의 통일적·유기적 해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노조법 제2조 제4호 각 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 21일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를 통보한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준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황병하)의 판결문 핵심 내용이다.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란 규정을 전교조가 위반했기 때문에 '6만 명의 조합원 가운데 해고자 9명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

노조법 제2조 제4호는 노조의 '자주적 단결'을 보장해주기 위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서울고법의 판결문 내용이 2015년 헌법재판소 결정문과 1971년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거나 상반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헌재 "무자격 조합원, 입법취지에 어긋남이 분명해야 법외 통보할 수 있어"

지난 해 5월 28일 헌재는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교원노조법) 제2조는 합헌'이란 결정을 내리면서도 다음과 같은 제한 조건을 달았다.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교원으로 제한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하여, 이를 이유로 이미 설립신고를 마치고 정당하게 활동 중인 교원노조의 법상 지위를 박탈한 것이 항상 적법한 것은 아니다."

이 내용을 뒤집어 해석하면 '현직 교원으로 조합원 자격을 제한한 조항이 합헌이더라도, 이를 이유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를 통보하는 것은 위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자격 없는 조합원이 교원노조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법취지에 어긋남이 분명할 때 비로소 행정당국은 교원노조에 대하여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다"고 단정했다.

당시 헌재의 합헌 찬성요지를 설명한 강일원 재판관은 "자격 없는 조합원의 숫자, 그들이 교원노조 활동에 미치는 영향, 행정당국의 개입이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 법원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헌재는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에 대해 '전교조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자주성 침해 정도) 등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지만 서울고법은 이 결정문을 무시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5월 28일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헌법재판소의 판결 모습.
 지난 해 5월 28일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헌법재판소의 판결 모습.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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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와도 상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71년 3월 30일 대법원(재판장 주재황)은 당시 전국연합노동조합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 해산명령 취소 청구소송'에서 "노조 해산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대법원 선고 71누9)했다.

당시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노조 설립총회 참석자 34명 중에 조합원 무자격자 2명이 끼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노조해산을 명한 것은 재량권의 남용"이라면서 "설사 2명이 업소의  비근무자이기 때문에 무자격 조합원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이유로 서울시가 노조의 해산을 명한 것은 자유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보지 아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 전교조보다 무자격자 393배 많은 노조도 "'노조해산' 안 된다"

전교조는 2013년 10월 24일 정부로부터 전체 조합원 6만 명 가운데 9명이 해고자(무자격자)라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전체 조합원에서 차지하는 무자격자 비율은 0.015%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무자격자가 전체의 5.9%를 차지한 전국연합노조에 대해서는 해산명령 취소를 선고했다. 전교조보다 무자격자 비율이 393배 많은 노조에 대해서도 이처럼 판결한 것이다.

1997년 10월 28일 서울고법(재판장 권광중)도 '노조활동금지 가처분사건' 판결문에서 "조합원 중 일부가 자격이 없는 경우 바로 노동조합법 상의 노조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로 인해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되었거나 그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노조의 지위를 상실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또한 최근 서울고법의 판결과는 상반된 것이다.

강영구 변호사(민변 교육청소년위)는 "헌재와 대법원은 무자격 조합원의 숫자 등을 따져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됐을 경우에 한해 '노조 아님' 통보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서울고법이 기존 판례와 헌재의 결정문을 무시한 채, '근로자 아닌 자가 단 1명이라도 가입하면 노동조합이 아니다'라고 해석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을 한낱 장식품으로 전락시킨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전교조 법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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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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