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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초·중·고 학교들의 개학식이 한창입니다. 근래 없던 한파와 폭설로 하루 이틀 개학을 미루고 있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려왔는데요. 겨울 방학 후 며칠 학교에 다니다가 다시 봄방학이 시작되죠. 보통 2월에 졸업을 하지만 최근 초·중·고 학교들이 탄력적으로 봄 방학을 없애 1월 졸업식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수능시험을 마친 고3의 경우 특별히 학교에서 학습지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12월 졸업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고 하네요.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학사 행정에 불편함을 초래하는 봄방학 대신 겨울방학의 길이를 좀 늘이고 졸업식을 앞당기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졸업과 입학 사이 긴 기간을 소속감 없이 보내야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방학 끝나면 몸살 앓는 엄마들이 많은 이유

빈 교실.
 빈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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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란 선생님에게, 부모에게, 아이들에게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방학의 사전적 의미는 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된 하기(夏期)·동기(冬期) 및 학기말 휴가, 법정 수업일수를 제외하고 학교의 특수성에 따라 조정하고 있는 장기 휴가를 말합니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에 따르면 시대별로 방학은 더위와 추위를 피해 쉬는 것, 농번기에 가사를 돌보아주는 것 등으로 사용된 고전적 의미에서부터 산업시대에 이르러서는 상급학교의 입학시험이나 졸업 후 취직시험을 준비하는 형태로 방학 때 학업을 이어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냉·난방시설의 보급, 기계화에 의한 청소년 노동의 필요성 감소 등으로 사실상 학기 도중과 방학의 구분이 없어져 많은 비용을 들인 학교 시설을 일 년에 몇 달씩 유휴화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개선하고 평생 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방학을 이용한 각종 제도(성인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기교육) 등이 시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한국학 중앙연구회>한국민족 대백과에서 일부 발췌)

방학은 선생님들에게, 혹은 학교를 운영하는 행정적인 측면에서 새 학기를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간입니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에게 방학이란 학기 중에 못한 학습을 보충하거나, 선행학습을 위한 기간으로 인식되기 마련입니다. 더불어 아이들은 학교의 통제에서 벗어났으나 공부와 놀이 사이에서 부모와 줄다리기를 하는 기간으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방학 시즌이 도래할 때마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관리하느라 바빠집니다. 하루 종일 세 끼의 식사와 간식을 챙기고, 적당한 학습을 시켜야 하고, 또 체력 단련과 문화 활동도 해야 하니까요.

방학이 끝나면 그간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힘들었던 엄마들이 몸살을 앓는 경우가 많더군요. 대가족이 함께 지내고, 대학 입학에 올인하지 않던(공부가 일상의 중심이 아니었던) 옛날에는 방학기간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을테지만 가족수가 적어지고 모든 아이들이 방학을 통해 선행학습을 하는 요즘의 분위기에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담이 늘어난 엄마들은 방학을 힘들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일들을 챙겨줄 수 있는 엄마들은 그나마 낫습니다. 아이를 종일 케어할 수 없는 일부 워킹맘의 경우 방학 동안 아이를 돌볼 도우미를 구하거나 하루 종일 아이를 맡아주는 사설 학원 등을 알아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맘 카페를 통해 알아본 돌봄 도우미 시세는 한 아이인 경우 160~200만 원(입주 도우미 기준), 아이가 둘 이상인 경우 아이당 20~30만 원이 추가됩니다. 하루 종일 아이를 맡아주는 사설 학원도 그에 맞먹는 비용이 들더군요. 일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기 위한 비용치고는 너무 과하죠.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을 기점으로 아이를 돌보기 위해 많은 워킹맘들이 직장을 그만두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따라 종일반 사설학원이나 돌봄 도우미 시장은 자녀를 둔 부모의 비정상적인 근무시간에 변화가 오지 않는 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야근해야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회

외국의 경우 아이, 특히 영유아의 경우 아이를 기관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은 오로지 부모의 몫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스웨덴이나 프랑스의 육아 도서를 보면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해주어 부부 중 한 사람은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여 아이의 하원을 담당하고, 한 사람은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서 아이의 등원을 담당한다고 하네요.

또는 하루 4시간, 6시간 등 시간선택형 근무나 재택근무를 통해 일과 가정생활을 균형있게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는 초과근무를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사회문화도 한몫을 하는데요. 외국의 경우 초과근무를 할 시 반드시 수당을 지급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법적으로는 주 40시간 근무를 법으로 정하고 있지만 초과근무를 해도 제대로 수당을 지급해주는 회사는 본 적이 없습니다. 직원들이 초과근무를 하는 대로 수당을 지급했다간 회사가 망할 테니까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회사의 수도 많지 않고 시간제 일자리는 임시직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특별히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보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직장문화 탓인데요. 아무리 빠른 속도로 주어진 일을 처리하고 정시에 퇴근해도 일찍 간다며 눈총을 주는 분위기에서 일을 빨리하면 더 많은 일이 그 사람 앞에 쌓이게만 됩니다.

맡은 일이 적거나, 할 일을 미루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일찍 가면 일을 많이 하지 않는 직원처럼 여깁니다. 세 번째 직장에서 일하는 제가 느낀 바로는 일처리 속도가 빠르거나, 맡은 일에서 사고가 안 나면 일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문화는 어느 직장에서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근무시간에 집중해 일을 처리하기보다 어차피 야근할 건데 천천히 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집니다. 화장실 갈 틈도 없이 하루 종일 바쁘게 일했는데도 일이 줄지 않는다면, 조직의 인력 배치에 문제가 있거나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타이밍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아이가 아플 때, 부모 참관수업 및 면담 등으로 인해 부모를 필요로 할 때,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무래도 엄마 쪽이 직장에서 일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우리네 문화 속에서 저는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 이후 그리고 긴긴 방학이 미리부터 걱정됩니다.

방학 때문에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걱정입니다

다가오는 3월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쌍둥이 남매 역시 조만간 유치원 졸업과 봄방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유치원 방학기간 동안 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 전원의 동의 아래 단 한 명의 아이들도 등원하지 않고 일주일간의 방학을 시행했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신정 연휴 기간이 겹쳐있던 방학에 저희 부부는 제가 이틀, 남편이 이틀씩 휴가를 내며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아이들 방학기간에는 저희 부부 중 누군가라도 사정이 허락한다면 반드시 휴가를 내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요. 회사 생활이 늘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습니다. 가끔 부부가 함께 중요한 일과 맞물릴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친정엄마께 아이를 부탁해야 합니다.

연말과 연초에 걸친 겨울방학 때 이미 휴가를 써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던 저희 부부는 지난해, 유치원의 봄방학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유치원에 등원시켰습니다. 몸이 편찮으셨던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쌍둥이 남매가 제일 먼저 유치원에 도착했는데, 아직 보일러도 안 틀었는지 원장실에 있으라고 하더라"시며 집에 데리고 있을 걸 그랬다고 안타까워하시더군요.

100여 명의 유치원 재원생 중 졸업한 8세를 제외하니 유치원 방학기간에 등원하는 아이는 10명이 채 안 되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단호히 "그래도 괜찮다, 걔네들은 둘이니까 알아서 심심하지 않게 잘 놀 거다"라고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역시 마음이 안 좋더군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방학이 일주일이라 부부가 나누어 휴가를 내거나 가족에게 부탁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데, 학교에 가면 장장 한 달이 넘는 방학기간 동안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방학 동안 돌봄 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고, 학기 중에도 수업 후 방과 후 교실 등으로 아이들을 케어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해도 평균적인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 범위 밖에 있는 학교의 도움만으로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근무시간으로는 일하는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까지 동원해도 아이를 케어하는 게 불가능하죠.

맞벌이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아내의 직장생활을 배려하고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분담하는 남편, 물심양면으로 첫 번째이자 두 번째인 쌍둥이 남매 손주를 양육해주신 친정엄마 덕분에 버텨낸 17년 차 직장 생활, 그리고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2016년. 올해의 끝에 저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방학, #70점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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