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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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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그 경고의 대상은 북한이 아닌 국민이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 내내 수위 높은 표현을 앞세우며 위기감을 높였다. 또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 등 강력한 대북제재를 강조하면서 정부를 향한 비판에는 "북한이 바라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의 행보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연설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정부의 조치에 국민의 일방적인 협조를 요구하는 여론전의 성격이 강했다. 이에 야권에서는 또 다시 '편 가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연설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 북의 위협을 부각시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1994년 '서울 불바다'까지 끄집어내 위기감 높이기

이날 박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관해 장황하게 나열식으로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대로 변화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지난해 DMZ 지뢰 폭발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정부의 노력과 지원에 대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대답해 왔고, 이제 수소폭탄 실험까지 공언하며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라며 "이제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고, 북한의 핵 능력만 고도화시켜서 결국 한반도에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핵 위협을 언급하면서 지난 20년 전 일까지 끄집어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은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수시로 대남 핵공격을 언급하면서 우리 측을 위협해 왔다"라며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핵불소나기', '핵참화', '핵공격', '핵전쟁', '핵보복타격' 등 핵무기 사용 위협을 지속적으로 자행해 왔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북한의 위협에 따른 긴장감을 한껏 올려 놓았지만, 그 해결 방안은 선언적 언급에 그쳤다. 박 대통령은 "핵 개발이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할 것", "미국과의 공조는 물론 한·미·일 3국 협력 강화와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도 계속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에 반복해 오던 말들이다.

또 "한미연합방위력을 증강시키고, 미사일방어태세 향상을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라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분명한 반대를 밝혔고 관영 언론은 '군사적 대응'까지도 운운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이런 부분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한·중관계 악화에 대한 불안감만 증폭시켰다.

정부 비판은 '이적 행위'로 몰고 애국심 강조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등과 함께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등과 함께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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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박 대통령의 화살은 내부로 향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와 사드 배치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남남갈등'으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사회 일부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이라는 원인보다는 '북풍의혹' 같은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그런 것에 흔들린다면, 그것이 바로 북한이 바라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금 우리 모두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강력 규탄하고 북한의 무모한 정권이 핵을 포기하도록 해도 모자라는 판에 우리 내부로 칼끝을 돌리고, 내부를 분열시키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정부를 향한 비판을 원천봉쇄했다. 이런 식의 '자기 방어'는 그 여러차례 반복됐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의 도발로 긴장의 수위가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는데 우리 내부에서 갈등과 분열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존립도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국민 모두의 결연한 의지와 단합, 그리고 우리 군의 확고한 애국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법안 통과를 주장하는 것 역시 박 대통령이 최근 연설과 각종 회의석상에서 반복해 온 레퍼토리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언제 어떻게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지 모르고 테러 등 다양한 형태의 위험에 국민들의 안전이 노출되어 있다"라며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을 하루속히 통과시켜 주시길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은 더욱 불안해졌고, 더욱 갈라져 갈등할 것"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에 관한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에 관한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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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연설에 야권은 일제히 오히려 대통령이 불안감을 높이고 정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정부의 대북정책이 냉정한 전략적 판단에 기초하지 않고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라며 "대통령은 '우리 내부로 칼끝을 돌리고, 내부를 분열시키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야당의 당연한 문제 제기를 정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희경 국민의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연설은 의혹만 가중시켰다"라며 "대통령은 개성공단 운영자금이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한반도의 위기 앞에서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생각으로 논란이 있는 입법을 들고 나온 것이야말로 정쟁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 역시  "70년대 반공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라며 "대통령의 연설은 전형적인 공포마케팅"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북한의 위협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어디에도 합리적인 해법의 제시는 없었다"라며 "불확실한 근거로 위기를 조장하고 안보불감증과 제재의 무력감을 버리고 강경하게 단결하자는 선동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이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연설을 듣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이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연설을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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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는 '신뢰의 메시지'이자 북한에게 알리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였고, 5천만 우리 국민,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외치는 '통합의 메시지'였다"라고 야당과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김무성 대표 역시 "구구절절 너무나 옳고 우리가 하고 싶은 말씀을 모두 대신 해주셨다"고 말했다.


태그:#박근혜, #개성공단, #연설, #김무성,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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