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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검찰에 보낸 교사 음성 녹취 파일을 담은 CD 사진.
 교육부가 검찰에 보낸 교사 음성 녹취 파일을 담은 CD 사진.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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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전국교사대회에 참가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뒤, 음성파일을 만들어 검찰에 넘긴 사실이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노동조합 활동의 자주성을 침해한 불법 지배개입'이란 지적이다.

교육부 과장 등 3명 집회 염탐하더니 CD 만들어

16일,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 등에 대한 검찰의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공소장(2015년 6월 25일) 등에 따르면 교육부 직원들은 휴일인 지난 2014년 7월 12일 오후에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열린 합법 집회를 염탐했다.

이어 이들은 당시 전국교사대회에 참석한 교사들의 발언 내용을 몰래 녹음한 뒤, 음성파일 8개 등을 CD로 제작해 검찰에 직접 제공했다. 당시 집회 현장을 염탐한 교육부의 장아무개 직원 등은 검찰에 출석해 이런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진술했다.

이 직원은 검찰에 낸 진술서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법상 노조 아님'을 통보한 정부의 처분 등에 대해 대회사, 공연 등을 통해 비난하며 박근혜 정권에 반대하고 퇴진을 직접 주장했다"면서 "위 내용들은 현장에서 직접 목격 후 진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채증한 뒤 검찰에 보낸 '전교조 교사 참가 현황 및 발언 내용'이란 문서를 보면 당시 대회 참석 교사 37명의 발언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다.

이 문서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갖고 창(노래)을 만들어 풍자함"이라고 적은 뒤 "언론 자유는 속박, 국민들은 핍박, 주변 내시들 종박, 개념 희박 친박..." 등의 노랫말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이 문서는 별주부전을 패러디하며 공연에 참석한 교사들이 말한 "여왕님을 낫게 하려면 전교조의 간을 먹어야 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란 가요를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한 "야야야 전교조가 어때서 해직돼도 우리 조합원,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참교육 내 사랑인데, 바뀐애야 비켜라 전교조가 어때서..."란 내용도 담겨 있다.

이 당시 교육부는 교원단체 담당 과장을 단장으로 한 3명의 직원을 대회 현장에 파견했다. 교육부는 같은 장소에서 20여 명의 시도교육청 교원단체 담당 직원들을 소집해 교사들에 대한 '동향 파악' 활동을 지시했다. 이들은 출장을 신청한 뒤 교육청에서 교통비 등을 받아 서울에 집결했다(관련기사 : 교육부, '전교조 집회 염탐' 비밀 지시했나).

기자가 입수한 교육부 문서 '전교조 법외노조 저지 전국교사대회 대응계획'을 보면 교육부는 전국교사대회가 열린 당일인 12일, 17개 시도교육청 직원들을 대회장으로 소집했다. 외부에 노출되는 공문이 아닌 전자메일 발송이라는 비밀 방식으로 그랬다.

2014년 7월 12일 오후 5시쯤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 길섶에서 교사들 발언을 엿듣고 있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직원.
 2014년 7월 12일 오후 5시쯤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 길섶에서 교사들 발언을 엿듣고 있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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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교육부는 문서를 통해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협조하여 불법시위를 사전 예방하라"면서 "행사 진행 경과, 예상인원 파악, 발언 내용 등 동향보고를 벌일 것"을 지시했다. 그때도 이 문서가 공개되어 논란이 된 바 있다(관련기사 : "경찰청과 협조, 전교조 교사 동향 보고하라"). 그런데 교육부가 이렇게 수집한 채증자료를 만들어 교사 처벌을 위해 검찰에 넘긴 사실이 새로 드러난 것이다.

강영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교육청소년위)는 "사용자인 교육부의 직원들이 전교조의 적법하고 자주적인 집회를 몰래 녹취하고, 해당 파일을 검찰에 제공한 것은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라면서 "현행법은 근로자의 노조 활용에 대해 사용자가 지배하거나 개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자주성 짓밟는 행위" vs.교육부 "공개된 집회, 도청 아냐"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도 "정부가 해직교사 가입을 트집 잡아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한 근거는 교원노조법상 '노조 자주성 보장' 조항 때문"이라면서 "교육부가 전교조 집회를 염탐하고 '도둑 녹음' 자료를 검찰에 넘긴 행위야말로 노조의 자주성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2014년 전국교사대회에서 교육부 직원들이 녹음을 하고 사진을 찍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개된 장소에서 벌인 집회에 대해 녹음을 한 것은 도청 등 불법자료 취득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육부가 사찰로 채증한 자료를 검찰에 넘긴 것은 노조 자주성 침해행위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노코멘트하겠다"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전교조 법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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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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