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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감염인 요양병원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가 22일 대구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에이즈 감염인 요양병원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가 22일 대구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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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HIV/AIDS, 에이즈) 감염인들의 생존율이 늘어나면서 고령의 감염자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요양시설이 전무한 가운데 에이즈 감염인 요양병원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가 마련돼 주목을 받았다.

대구시의회와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는 24일 오전 대구시의회 회의실에서 'HIV/AIDS 감염인 요양병원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지자체별 지정병원 마련과 시민들의 의식 제고 방안을 모색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에이즈 감염인 9615명 중 60세 이상의 고령 환자가 1135명으로 1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에이즈 감염인들의 기대수명이 늘어나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요양시설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협회가 전국의 1300여 개 요양병원 중 23개의 공공요양병원과 5개의 민간요양병원에 장기요양이 필요한 에이즈 감염인의 입원을 문의했으나 모두 '격리병실이 없다'거나 '전염성 질환자는 받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정부가 지난 2014년 에이즈 환자 진료 및 요양체계 구축 계획을 발표해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감염인의 요양 및 치료 등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거나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또 지난해 12월에는 에이즈 감염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해 인권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었지만 실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역에서 고령의 에이즈 감염인이 증가하고 무의탁 노인 감염인의 돌봄과 지원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해 의료와 복지적 시스템 마련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에이즈가 일반 전염병처럼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했으나 일반 요양병원에 함께 입원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에이즈 감염인 요양병원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가 22일 대구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에이즈 감염인 요양병원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가 22일 대구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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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화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1997년 이후 에이즈는 항바이러스제의 발달로 더 이상 죽는 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하지만 당사자들은 가족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사회적 차별을 받지 않도록 인식개선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최근 관련 법 개정의 긍정적 변화에 맞추어 지자체 차원에서도 에이즈 감염인을 만성질환자로 인식하고 요양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재반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난희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은 "감염인들이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지 못해 집에서 호흡기를 다는 사연도 있다"며 "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병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우 경북대 감염내과 교수는 "에이즈는 잘 치료하면 위험하지 않지만 오히려 담배가 에이즈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감염 전파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더라도 일반 환자와 같이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장 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장은 인권의 차원에서 의식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소장은 "감염인들의 인권사무소 진정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의료서비스를 거부당하는 것"이라며 "오해와 왜곡, 편견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소장은 이어 "건강과 생명의 문제가 있어 갈 곳이 없어서는 안 된다"며 "차별과 의료 거부행위는 조속히 극복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은 대대적인 의식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형 대구지방변호사회 교육이사도 "에이즈가 위험한 질병이기 때문에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하고 "의료인은 의료법상 진료행위를 거부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에이즈 감염인 요양병원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가 24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가운데 에이즈 감염인인 여운(가명)씨가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에이즈 감염인 요양병원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가 24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가운데 에이즈 감염인인 여운(가명)씨가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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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이즈는 완치되는 병이 아니고 국민적 정서가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요양병원 이용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또 국가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의 경우 에이즈 환자가 입원했다는 소문 때문에 환자가 줄어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노태맹 대경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노동인권위원장은 "아무 위험이 없는데 왜 무서워하느냐고 질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의료는 생활이고 이데올로기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일반 환자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치료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알게 되어 있다"며 "문제는 일반 사람들에게 당연한 걸 모르냐고 질문하는 건 옳지 않다. 어떻게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호 서부노인전문병원 진료부장은 "'에이즈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는 기본적으로 당연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면서도 "문제는 일반 병실에 입원시킬 경우 다른 환자의 반발과 간병인들의 건강권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준 대구시 어르신복지과장과 백윤자 대구시 보건건강과장도 에이즈 환자를 보는 개인들의 불안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함께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시간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여운 대구경북 HIV감염인 자조모임 '해밀' 회장은 "지난 2008년 에이즈에 감염되어 많은 고통을 겪어 왔다"며 "우리는 병을 치료할 의술도 필요하지만 마음으로 받아줄 인술이 더 필요하다.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에이즈, #대구시의회, #요양병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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