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고에 여신심사 사후관리 제도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고에 여신심사 사후관리 제도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우리나라 가계 빚이 결국 1200조 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속도였다.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122조 원 가까이 빚이 늘었다. 정부의 부동산 띄우기 정책에 맞물린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소득은 제자리인데 빚만 늘어나 소비만 위축되고 있다.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 침체는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경기 침체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향후 금융시장 불안으로 가계 빚이 금융부실로 이어지면,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 신용
 가계 신용
ⓒ 한국은행

관련사진보기


2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5년 4분기 가계 신용 발표를 보면, 작년 말 기준으로 가계 빚(가계 신용 잔액 잠정치)이 1207조 원이다. 지난 2014년말에 1085조30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121조7000억 원이나 빚이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가계 빚이 120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은 많았지만, 이번 한은 발표로 공식 확인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동안 가계 빚이 41조1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한 분기동안 40조 원 넘게 빚이 증가한 것은 처음이다. 한은이 내놓은 가계신용은 가계가 빚을 얼마나 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수치다. 은행이나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 뿐 아니라 결제하기 전인 신용카드 사용금액까지 포함돼 있다.

1년새 121조7000억원 늘어... '부동산 띄우기'에 '빚내서 집사기' 내몰려

이처럼 가계 빚이 급증한 이유는 현 정부의 '부동산 띄우기' 정책 때문이다. 지난 최경환 경제팀은 경기부양을 위해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재정을 쏟아붓고,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에 불을 지폈다.

저금리에 부동산 규제가 풀리면서 부동산 값은 들썩거렸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 2014년에 전년대비 0.5% 올랐지만, 작년에는 3.8%까지 뛰어 올랐다. 특히 전·월세값이 급등하면서 '차라리 집을 사자'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 올 1월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4.9%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고치였다. 지난 2013년 1월에는 전세가 비율이 매매가의 56.8% 수준이었다.

가계 신용 잔액
 가계 신용 잔액
ⓒ 한국은행

관련사진보기


결국 가계 빚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로 몰렸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은행에서만 주택담보대출이 18조 원이 늘었다. 정부가 올해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하기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상용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은행에서 대출을 해줄때 올 2월부터 소득심사 등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는데,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만 401조7000억 원이나 됐다. 비은행예금기관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까지 합하면 작년말 기준으로 500조 원이 넘는다.

가계부채 잡겠다면서 오히려 빚만 ↑... 소득은 제자리, 경기침체 고착 우려

문제는 가계 빚의 증가 속도다. 지난 2002년 말 464조7000억 원이었던 가계 빚은 2006년에 607조1000억 원, 2007년 665억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어 2008년에 723조5000억 원에서 2012년 963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 기간동안 각각 200조 원, 220조 원씩 증가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3년에 가계 빚은 1019조 원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서더니, 지난 2014년엔 1085조2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작년에 1200조 원을 넘으면서 3년 만에 200조 원이 넘는 가계 빚이 증가했다. 누리꾼 ktig****(네이버 아이디)는 "2015년 빚 창조의 원년이었군요~ 병신년 올해는 또 얼마나 창조하려나 궁금하네요"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가계 빚이 급증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 오는 2017년까지 가계 부채 비율을 지금보다 5%포인트 낮추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작년 한해동안만 121조7000억 원(11.2%)이나 증가하면서, 최근 9년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가계 빚은 급증하지만 소득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동향을 보면 작년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1분기 2.6%, 2분기 2.9%, 3분기 0.7%에 불과했다. 소득은 제자리인 데다 빚만 늘면서 그만큼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 위축은 경제 성장의 한 축인 내수 경기의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1월 "가계 부채로 인해 성장이 제약 받을 수 있다"라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금리인상이나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악화로 이어질 경우, 자칫 막대한 가계 빚이 금융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수출부진과 내수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소비위축 우려와 함께 가계 부채의 질 뿐 아니라 양적인 부분도 조절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득이 오르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채무불이행이 크게 증가하는 등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태그:#가계 빚, #한국은행, #부동산 띄우기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