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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26일 오후 11시 22분]
"언제까지 국민들이 도망쳐야 하나"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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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망명하고 또 국내 메일이 불안해 지메일로 옮기고... 최근 어떤 분이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해서 드렸더니 '아직도 여길 쓰세요? 불안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국민이 언제까지 도망쳐야 합니까?"

14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이버 망명'을 얘기했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누군가 자신의 정보를 엿볼지 모른다는 불안 탓에 '알아서' 방법을 강구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테러방지법 제정시 국가정보원이 통제 받지 않는 '정보수집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배 의원은 "어떤 분은 '우리 같이 평범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은 국정원이 어떤 정보를 수집하든, 스마트폰을 뒤지든 상관 없다'고 말하시더라"라며 "그에 진심으로 동의하시는지 묻고 싶다, 평범한 삶을 사는 내가, 내 부모가, 내 자식이, 내 이웃이 국정원에 의해 정보를 수집당해도 상관없는지"라고 물었다.

그는 이에 대해 미국의 정치인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으로 답했다. 배 의원은 "벤자민 프랭클린은 '작은 안전을 위해 작은 자유를 포기하는 사회는 절대 안전하지 않으며 결국 안전과 자유 둘 다 잃게 될 것"이라면서 "오늘의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것 같은 말"이라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헌법'을 인용하기도 했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된 17조와 18조였다. 그는 "지금 우리들이 테러방지법을 걱정하는 것과 잇닿아 있는 조항"이라고 부연했다.

3시간 40분 간의 토론을 마친 배 의원 다음 타자는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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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의원은 자신의 가족사를 들어 테러방지법 제정을 위해선 국정원에 대한 불신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분신한 전태일 열사 얘기다.

전 의원은 "우리와 어머니는 제 오빠 전태일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활동을 했으나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의 감시와 억압은 우리에게 정신적인 테러를 가했다, 우리는 정신적인 테러를 당한 당사자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시 어머니는 근로조건개선과 노동조합 결성 등 오빠의 요구조건이 해결되기 전엔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런 이유로 눈이 가려진 채로 중앙정보부 사람들에 의해 '안가'로 끌려가셨다"라면서 "당시 그들은 잠실의 34평 아파트 문서, 외환은행 통장, 돈 보따리를 내놓고 회유했지만 이를 듣지 않자, 국가안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우리 가족을 24시간 감시했다"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마치면 같은 당 추미애·정청래·진선미·최규성 의원 등이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도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부터 시작된 야당의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은 현재(26일 오후 11시 10분) 76시간째 이어지고 있다.

[5신 : 26일 오후 8시 27분]
"당뇨병도 기준 있는데 비상사태 기준은?"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던 도중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국민감시법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던 도중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국민감시법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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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면 어쩌라고!" 의사 출신 김용익 의원의 '테러방지법' 진단 26일 오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맞선 열세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출신 답게 '당뇨병'과 '고혈압'에 비유하며 '테러방지법'을 진단했다.
ⓒ 강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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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국회의원이면 이게 상정됐을 때 맞다 틀리다 결정할 수 있겠나? 이건 여야를 떠나서 결정할 수 없는 거예요. 왜냐. 사회적 논의의 기반이 아무것도 없잖냐. 어쩌라고. 대통령이면 다야?"

13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제대로 된 여론수렴 절차 혹은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고 '국가비상사태'라며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까지 불사하며 강행한 여권에 대한 비판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자유나 행복권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라면서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을 통과 안 시켜주면 큰일나는 것처럼 몰아붙이는데, 무슨 권리로 그러느냐"라고도 되물었다.

특히 그는 "(직권상정 요건을 규정한) 국회법 86조를 보라, 천재지변 없었잖나, 지진이 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것이 있었나, 해일이 있었나, 그렇다고 세 번째 요건인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가 있었나"라면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자신과 같은 '의사 출신'임을 상기시키면서 "당뇨병 진단할 때도 기준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지금이 전시 사변 같아요? 정의화 의장이 의사거든요? 신경외과 의사선생님이에요. 의사가 뭔가 진단할 땐 엄격한 기준이 있어요. 의사 맘대로 고혈압이야, 당뇨병이야 찍는 게 아니에요. 당뇨병은 8시간 공복에서 혈당 조사해서 126mg 이상 돼야 당뇨병이에요. 또는 경구당부하검사라는 걸 하는데 설탕 75g을 먹어서 두 시간 후에 재요. 그때 200mg 넘어가야 당뇨병이란 진단을 내려요. 그런데 '전시와 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건 무슨 기준이에요? 당뇨병 기준처럼 어떤 기준이 있을 것 아닙니까."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도 질타했다. 김 의원은 당장 "예비역 해당하는 분들, 지금 당장 TV 보는 것 중단하고 소집 들어가세요, 부대에 들어가시라고요. 비상사태라니깐요? 지금 TV 보지 말고 들어가요, 빨리"라고 말했다.

당장 준전시 상황에 해당하는 국가비상사태라면 관계 법령에 따라 예비역 소집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야당이 진짜 국가비상사태라고 생각했으면 무제한 토론을 사흘씩 하고 있겠나"라면서 "여당 의원들은 다 어디 갔어? 비상근무 해야 될 사람들이"라고도 지적했다. 또 "국가비상사태인데 경찰청장은 아랍에미레이트랑 중국 방문하고, 국가비상사태시 치안을 담당해야 할 사람이 해외순방 다녔단다"라면서 "무슨 놈의 국가비상사태가 이래"라고 반문했다.

만 64세인 김 의원은 유신정권 당시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테러방지법을 처리해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저는 만 9살부터 27살까지 청춘의 전부를 박정희 대통령 치하에서 지냈다, 하루도 행복할 날이 없었다, 늘 두려웠다"라며 "사실 대단한 운동가도 아니고 잡혀가지도 않았는데 데모를 하고 나면 늘 언제나 학교 밖에 경찰이 지키고 있다는 꿈을 꿨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학 3학년 때 정신과 실습을 돌았는데 정신과 환자 상당수가 '중앙정보부(현 국정원)가 날 미행한다'는 피해망상을 앓고 있었다"라면서 "사찰을 하는 정보기관이 있는 한, 끌려갈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금 국정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 있나. (국정원) 담당인 국회 정보위원도 모른다는 거에요. 세상이 모르는 조직이 나를 감시할 수 있다는 것만큼 두려운 일이 어디 있겠나."

"비상사태라더니 대통령이 '손가락 하트' 날리는 사진 보도"

김 의원은 무제한 토론을 시작한 지 2시간 4분 만에 연단을 내려왔다. 그 뒤는 같은 당 배재정 의원이 이어 받았다.

연단에 선 배재정 의원은 토론에 앞서 그보다 먼저 연단에 섰던 필리버스터 주자들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존경을 표했다. 또 "한 트위터 친구가 고생하시는 속기사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정치사, 역사를 새로 쓴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다고 믿는다, 고맙다"라고 인사했다.

배 의원 역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의 근거인 '국가비상사태' 규정을 비판했다. 그는 "오늘 언론에 재미있는 사진이 났다, 대통령 취임 3주년이라고 (박 대통령이)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됐다"라면서 "국가비상사태라면서요?"라고 물었다.

새누리당은 간간히 '딴지'를 걸고 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이라며 소리 높여 항의했다. 이에 배 의원은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무제한 토론을 신청하셔서 하시기 바란다, 의제와 관련돼 있다"라고 되받았다.

사회를 보고 있던 정의화 국회의장도 "(토론을) 들으세요"라고 김 의원의 항의를 제지했다. 본회의장에 있던 야당 의원 측에서도 "의장님 말씀 들으세요"라고 소리쳤다. 이에 김 의원은 "뭘 들어, 듣기는"이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8시 17분 현재, 현재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은 73시간 째 진행되고 있다.

[4신 : 26일 오후 6시 22분]
"일단 널 털어보겠다" 알기 쉬운 테러방지법

김현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도중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을 언급하며 관련 댓글 내용이 적힌 자료를 출력해 쌓아놓고 발언하고 있다.
▲ '국정원 댓글' 출력해 온 김현 의원 김현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도중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을 언급하며 관련 댓글 내용이 적힌 자료를 출력해 쌓아놓고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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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테러방지법은 테러리스트를 잡는 법이다.
② 근데 그게 너일 수 있다.
③ 물론 테러리스트가 아니면 상관없다.
④ 근데 테러리스트인지 아닌지는 너를 털어봐야 알 수 있다.
⑤ 그러니까 일단 너를 털어보겠다."

12번째 필리버스터 주자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알기 쉬운 테러방지법'을 소개했다. 김 의원은 "그렇다, 의심이 드는 사람은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표적이 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의) 독소 조항을 걷어 내고 다수 국민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게 더민주의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토론의 '주재료'는 김 의원이 그간 국회 정보위원으로서 국정원을 조사하면서 쌓아온 자료와 경험이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어깨 높이까지 오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 관련 문서 뭉치를 연단에 차곡차곡 쌓고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장이 100% 잘하겠다 항변해도 국민이 믿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국정원의 과거 행태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준비한 자료가 많다 보니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중간 중간 김 의원의 허리는 자료를 찾기 위해 자주 굽었다. 새누리당은 이도 문제 삼았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진행 시간 중 발언 중단 시간이 얼마나 가능한가, 자료 찾는 것도 중단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김 의원은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라고 맞섰다. 이에 정갑윤 부의장이 "계속 말씀하시라"라고 말하면서 토론이 다시 시작됐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 유혹 빠지기 쉬워"

시민들이 보낸 트위터 메시지와 더민주 홈페이지 게시판의 글도 토론 발언에 포함됐다. 김 의원은 "기다릴 것 같아 읽겠다"면서 자신에게 직접 트위터 메시지를 보낸 17살 청소년의 편지글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래는 그 메시지를 일부 정리한 것이다.

"저는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다. 흔히 꽃다운 나이라 불리는 17세다. 진로가 아니라 나라꼴을 걱정하다니, 어이가 없다. 전 게임하는 게 행복하다. (테러방지법 통과로) 국정원이 왜 제 게임 취향을 알아야 하는지, 제 사생활을 왜 밝혀야 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이름만 언급해도 잡혀가는 그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김 의원은 국정원의 권력 남용 사례도 열거했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벌어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자세히 언급하면서 본인이 직접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현장을 찾았던 기억을 복기했다.

그는 "당시 국정원이 취한 행동이 얼마나 국론을 분열하고 갈등을 일으킨 요인이 되었나"라면서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은 항상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그동안 국정원에서 벌어진 대형 사건사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한 쓴소리도 거듭했다. 김 의원은 "2014년 국회에 세월호 가족이 왔을 때 정의화 의장이 곤혹을 치렀다"면서 "국회법상 그 자리에 (일반 시민이) 있는 것은 안 되는 문제였는데 의장님이 직권으로 그것을 허용해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 때문에라도 직권상정을 지적하고 싶다, 긴급한 테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여과 장치 없이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김현 의원은 마지막 발언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란다"면서 "테러방지법의 강행은 정부의 실패를 부른다는, 감히 충정 어린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후 4시 45분 4시간 16분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온 김현 의원은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바통을 넘겼다.

척수성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김용익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연단에 등장했다. 연단 높이도 김 의원의 눈높이에 맞게 낮춰졌다. 그는 "앉아서 발언하게 돼 죄송하다"면서 "일어서서 할 수도 있는데 장시간 설 수 없어 앉아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연단 중앙에 '테러 방지법은, 국민감시법' 등의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걸자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이 연단 앞으로 나와 "저렇게 하면 안 된다"며 항의했다. 정갑윤 부의장은 이를 받아들여 "국회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 그동안 관례를 참고해 회의를 운영했다"면서 "발언대에서 피켓을 고정하고 발언을 진행한 사례가 없는 만큼 발언에 필요할 시엔 피켓을 들고 사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팻말을 내린 김 의원은 다시 국회 관계법 소책자를 들어 보였다. 김 의원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도록 국회 사무처가 만들어준 것으로, 여기 (국회의원이 숙지해야할) 헌법이 있다"면서 국민 개인의 시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헌법 조항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한편, 오후 6시 현재 더민주의 무제한 토론은 70시간 이상 진행되고 있다.

[3신 : 26일 오후 1시 42분]
"테러방지법 아니라 국정원강화법으로 불러야"

"테러방지법이라는 용어 대신 국정원 강화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법 내용 자체가 국정원 강화를 위한 목적이 주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테러방지법의 새 이름을 제안했다. 그는 26일 낮 12시 28분, 5시간 15분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쳤다. 11번 째 토론 주자로 나선 서 의원은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런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지 몸소 깨달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헌법 제 37조 2조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판사 출신답게 서 의원의 필리버스터엔 '법'을 인용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법이라고 소개한 헌법 제37조 2조항은 국민 개개인을 감시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근거로 활용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고성과 삿대질로 토론을 방해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는 국회법을 활용했다.

"의제와 관련 있는 내용만 발언? 어디에도 그런 표현 없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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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의원은 파란 국회법 소책자를 들어보이며 "국회 선진화법 제106조 2의 무제한 토론 실시 등을 보면, 위원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토론을 하려는 경우라고 규정돼 있다"면서 "어디에도 직접 관련된 내용만 해야한다는 표현은 없다"고 분석했다.

서 의원은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며 "관련 내용만 발언하라"고 항의하자 "그렇게 발언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제가 말하고 있는 거다, 법에 따라서 하시라"라고 반박했다. 이어 "방청석에 초등학교 아이들이 방청하러 왔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데 삿대질하고 큰소리 치면 어떡하나, 발언자 발언에 문제가 있다면 정식으로 문제 제기 해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때 국회의장의 질서 유지권을 발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갑윤 부의장의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을 하지 말라'는 주의에 대해서도 국회법으로 맞섰다. 앞서 정 부의장은 이전 필리버스터에서 김경협 더민주 의원이 SNS 의견을 전달한 것에 대해 "국회법 제102조 규정, 의제 외엔 발언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꼭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서 의원은 "102조는 무제한 토론이 존재하지 않을 때를 가정한 규정"이라면서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추가된 106조를 따라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106조 조항은 효율성이 목적이 아니라, 소수자의 발언 보장이 핵심인 조항이다"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의 바통은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어 받았다. 12번 째 주자가 된 김 의원은 "24일 오전 9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라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국정원의 폐해들을 많이 경험했기에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의 인터뷰 전문을 활용해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정치'를 비판했다. 인 목사의 인터뷰 중 "40%만 믿지 마시고 전부를 믿어서 국민들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말을 특히 강조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통치에 찬성하는 의원도 있겠지만 걱정하는 국민도 있다, 이들도 국민이다"라면서 테러방지법에 대한 다양한 국민 의견과 국회 전체 판단을 종합해 숙고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정의화 의장에 대한 비판도 보탰다. 그는 "3박 4일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불러온 것은 정 의장의 선택도 한 몫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초선 의원이 대선배이자 국회의장에게 말하기 송구하지만, 고언을 드리고 싶은 바다, 지금이라도 직권상정을 철회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라고 전했다.

[2신 : 26일 오전 10시 20분]
필리버스터 본격 방해 나선 조원진, 이석현 "퇴장당할래?"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26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김경협 의원의 무제한 토론 도중 이석현 국회부의장에게 김 의원의 발언이 의제와 벗어 났다고 항의를 계속하자 이 부의장이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26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김경협 의원의 무제한 토론 도중 이석현 국회부의장에게 김 의원의 발언이 의제와 벗어 났다고 항의를 계속하자 이 부의장이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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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다시 강력한 항의로 무제한 토론이라는 합법적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나섰다. 야당 소속 부의장은 언성을 높이며 여당 의원에 퇴장을 경고하고 나섰고, 반대로 여당 소속 부의장은 "의제의 범위 내에서 발언해달라"고 당부했다.

강기정 의원의 토론순서에선 잠자코 있었던 여당 의원들은 26일 오전 2시부터 시작된 김경협 의원의 토론발언 도중에 수차례 항의했다. 김 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열거하는 대목에서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의석에서 일어나 손을 들고 "발언 내용이 의제를 벗어났다. 의장은 이를 지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발언은 의제외에 미치거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에 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 국회법 102조를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장석에서 의사진행을 맡고 있던 더민주 소속 이석현 부의장은 "어떤 것이 의제 외이고 의제 내인지 구체적으로 식별하는 규칙은 없다"며 "선례를 보더라도, 1964년 김대중 의원의 필리버스터 연설 속기록을 보니 김준현 의원 구속동의안 말고도 다양하게 말한 선례가 있다. 1969년 박한상 의원의 필리버스터 속기록에도 경주 불국사 얘기부터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국회법 102조를) 의제와 직결해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답했다. 이어 "의장은 치우치지 않고 매우 공정하게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권은희 의원은 과거 선례를 좀 더 공부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항의를 멈추지 않았고 이 부의장은 거듭 "의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의장이 판단하고 있으니 마음놓고 하고싶은 말씀을 하시라"며 무제한 토론을 계속 진행시켰다.

다음 항의자는 이미 여러 차례 나섰던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였다. 김경협 의원은 "SNS에서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며 "간첩대량생산법, 유신회귀법, 사생활감시법, 국민압박법, 무한사찰정당화법, 국민단속법, 빅브라더법, 유신부활법, 창조국민사냥법, 국정원날개달기법, 공권력강화법, 스마트폰감시법, 국민도청법, 카톡사찰법, 장기집권발판법 ,통신사찰법, 독재부활법, 중정부활법, 국정원대마왕법, '정권연장을 위한 전능하신 돋보기'법, 다본다법, 국정원지존법, 21세기최악법, 국민통제법, 국민입막음법, 국민사생활컨닝법, 정권교체방지법, 인권강탈법, 국정원맘대로법, 테러보다위험한법, 무제한도청법, 국민주권강탈법, 유신부활법, 아빠따라하기법, 희망정치무덤법, 신공안통치법" 등 목록을 읽어나갔다.

조 의원은 의석에 앉아 "말하는 내용이 테러방지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항의했다. 이에 김 의원은 "발언을 하시고 싶으면 정식으로 발언기회를 요청해서 하시라. 제 발언을 방해하지 말기 바란다"며 다시 "가만히있으라법, 헌법무력화법, '국민들 더 괴롭혀'법. 국정원하이패스법, 무차별도청법, 국민바보만들기법, 국정원몰카법"이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조 의원의 항의는 계속됐고 다시 이 부의장이 나섰다. 이 부의장은 "김경협 의원 말은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을 이렇게 생각한다고 SNS에 올라온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고 테러방지법과 관련된 내용으로 발언하는 것"이라며 "경청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 의원은 단상 앞으로 나가 항의를 계속했다. 이 부의장은 "모든 국민의 생각이 조 의원 생각과 같지 않다"며 "원내수석부대표 말을 접수했고 동의할 수 없어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이제 좀 들어가라 방해가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들어가지 않았고, 참다 못한 이 부의장은 역정을 내고 말았다.

야당 부의장 "계속 항의하면 퇴장" - 여당 부의장 "의제와 연관된 발언하라"

이 부의장은 회의장의 질서유지를 위해 퇴장시킬 수 있는 권한을 의장에게 부여한 국회법 145조를 언급했다. 그는 항의발언을 하고 있는 조 의원에게 "깊이 생각하라. 의장이 경고했다. 계속 참을라니까. 의장의 의사진행권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며 "경위를 불어서 퇴장시켜야겠냐"고 경고했다.

조 의원은 다시 "김경협 의원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며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이 부의장은 목소리를 높여 "뭐가 사실이 아닙니까. 내가 의장직을 걸고 얘기한다. 의사진행권을 방해하지 마세요. 참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외쳤다. 조 의원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자기 당 소속 부의장을 내세워 '의제 연관성 준수'를 강조했다. 이석현 부의장과 교대해 의장석에 앉은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부의장은 김경협 의원의 토론이 끝난 뒤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소셜네트워크상 의견을 여과없이 장시간 전달하거나 소개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로서 본회의장에서 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이 있다"며 "무제한 토론에 시간제한이 없지만 발언신청서에 기재된 안건이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것이니 의원들은 허가받은 의제 범위 내에서 발언해서 국회법 102조 규정을 꼭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발언 뒤 오전 7시 13분부터 열한번째 주자 서기호 정의당 의원의 토론발언이 시작됐다.

[1신 : 26일 오전 5시 36분]
마지막 단상에 오른 강기정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SNS 상에서 화제가 된 강기정 필리버스터 패러디 사진.
 SNS 상에서 화제가 된 강기정 필리버스터 패러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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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이 만 이틀을 넘기고 사흘째에 접어들었다. 26일 오전 10번째 토론자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오후 8시 55분 토론을 시작한 강기정 더민주 의원은 26일 오전 1시 59분 토론을 마쳤다. 강 의원은 마지막 발언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불렀다. 광주 북갑이 지역구인 강 의원은 지난 2013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도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5·18 기념식에서 이 노래 제창 순서를 없앤 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날 이 노래를 부르기 앞서 강 의원은 "이 자리가 몸싸움했던 자리가 아닌, 날을 새가면서 토론할 수 있었던 자리가 될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라며 "발언을 마치려고 하니 지금까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참 답답하다. 제가 꼭 한번 더 이 자리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날 무제한 토론을 눈물과 한숨으로 시작했다. 토론에 나서기 직전,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강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해달라고 당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공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것이다. 다른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에 '의제와 상관 없는 말은 하지 말라' '그렇게 하면 공천 받을 것 같냐'고 삿대질을 하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강 의원의 발언 순서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3선인 강 의원은 17대, 18대 국회 땐 무제한 토론 제도가 없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렇게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면 폭력 의원으로 낙인찍히지 않았을 것이고 저의 4선 도전은 또다른 의미를 가졌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 의원은 2008년 12월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개회 저지에 나선 일 2009년 7월 종편채널 출범을 위한 미디어법 강행처리 당시 몸싸움 와중에 당시 한나라당 소속 보좌진을 때린 혐의로 5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강 의원은 2009년 7월 미디어법 처리 저지 상황을 거론하면서 "지금 이석현 부의장님이 계신 저 자리까지 날아오르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혔던 적이 있다"며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을 거론했다. "그때 장관 출신 의원님도 (의장석으로) 튀어올랐고, 백재현 의원님도 동참했다. 국회 폭력의 배후조종자이며 종편 망국론을 설파하고 다닌 정세균 대표님도 이 자리에 와 계신다. 추미애 의원님도 함께했다"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오후 10시 55분께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석현 부의장은 "강 의원은 학생시절부터 몸을 던져가면서 투쟁을 많이 했다"며 "정의로운 사람으로 불러주지 못하고 언론의 지칭대로 폭력의원이라고 하는 걸 변호를 해주지 못한 것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나도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하자 강 의원은 발언대 뒤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침 9시만 되면 댓글 분탕질, 댓글 알바는 퇴근하라"

강 의원은 지난 2012년 12월 발각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여직원의 오피스텔 앞을 급습한 야당 의원들 중 한 명으로 이 여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강 의원은 당시 상황을 언급하면서 "국정원 댓글녀는 재판을 받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재판을 받으면서 댓글녀가 우리를 처벌하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강 의원은 "24일 밤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뒤 관련 기사에 달린 거의 모든 댓글이 야당을 응원하고 테러방지법안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다음날 아침 9시부터 야당을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로 분탕질이 돼 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칼퇴근을 하는지 그런 댓글들이 싹 사라진다"며 "지난 대선 당시의 댓글 알바단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 생각난다. 십알단들은 퇴근들을 좀 하시고 이 시간부터는 그런 댓글들이 좀 없어야겠다"고 말했다.

5시간 4분의 토론발언을 통해 그동안 의정활동의 회한을 풀어놓고 단상을 내려가는 강 의원을 향해 새누리당 소속 부의장의 격려도 이어졌다. 정갑윤 부의장은 "강 의원이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나와줘서 정말 고맙다"며 "앞으로 무궁한 영광이 있길 바라고 다시 여기서 보게되길 바란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태그:#무제한토론, #필리버스터, #테러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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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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