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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 종료 방침에 실망한 국민들을 향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이종걸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 종료 방침에 실망한 국민들을 향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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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에 대한 국회 본회의 무제한토론의 마무리를 맡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필리버스터를 계속하란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달 29일 처음 필리버스터 중단 소식을 알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한밤의 의원총회에서 격론 끝에 이종걸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필러버스터를 끝내기로 확정했다. 이 원내대표는 2일 오전 7시 2분 심상정 정의당 대표 다음으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국민 여러분에게 정말 죄송합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껏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열정으로 국민들은 국회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알게 된 것 같다"며 "난데없이 필리버스터 중단 소식이 알려져 우리 의원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놀란 점에 대해 제가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수미 의원님,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납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강기정 의원님" 등 두 의원을 특별히 거론하기도 했다.

"필리버스터, 국민 웃기고 울린 시대의 어록"

이 원내대표는 "180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 대장정이 이제 저의 토론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이 때론 가슴을 울리고, 때론 정곡을 찌르는 토론이 이어지며 국민을 웃기고 울린 시대의 어록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권력이 지우고 왜곡했던 사실들을 상기시킨 기록이었다"며 "(필리버스터는) 우리 시대의 어두운 자화상을 통해 그 어둠의 권력에 처절하게 짓밟히고, 의연하게 저항했던 모습을 거론하며 지금 희망을 보여준 거대한 벽화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어떻든 필리버스터가 의원들이 그 동안 쌓았던 내공을 직접 펼쳐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1/100이라도 마음의 빚을 덜게 됐다"며 "우리 당은 지난 몇 달 동안 갈등을 보여드리며 실망과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혼심을 다한 우리 의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국민 여러분은 우리 당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토론에 참가한 의원들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지지도도 올랐다"며 "이렇게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리버스터를 결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동안 토론에 참여한 의원들의 주옥같은 어록을 소개드려야 할 것 같다"며 더민주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내용을 요약해 전달하기도 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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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을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정 의장은) 그 동안 협상을 위해, 또 국회의 운영을 위해 평소 만나고 이해했던 정 의장이 아니었다"며 "정 의장은 의장으로 취임할 때 '결코 직권상정을 하지 않는다'며 돌아가신 이만섭 전 국회의장을 따르고 존경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떠올렸다.

바로 뒤 의장석에 정 의장이 앉아 있음에도, 이 원내대표는 정 의장을 거론할 땐 이례적으로 큰 목소리를 냈다. "지금은 (정 의장이 직권상정의 이유로 내세운) 국가비상사태의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 이 원내대표는 "객관적으로, 중립적으로, 합리적으로 (원칙을) 지켰던 정 의장이 이렇게 어쩌다 이렇게 신뢰를 무너뜨렸는지 의문이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의원 동원령... "표결 대비하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는 가운데,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다가가 정의화 국회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는 가운데,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다가가 정의화 국회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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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을 향한 비판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이 원내대표는 "정 의장이 신념을 버리고, 이렇게 터무니없는 직권상정을 한 것은 대통령에 의한 압박이 있었으리라고 확신한다"며 "지금도 존경의 뜻을 놓지 않고 싶은 정 의장이지만, 이와 같은 입법 쿠데타가 어떻게 대통령에 이뤄졌는지 찾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건가요'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이런 이야기가 그냥 나온 이야기겠나. 항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과 관련해 똑바로 정신이 박혀 있는 정치인이라면, 아니 그냥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나오자 의석에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9시 의원총회를 열어 필리버스터 종료 후 테러방지법 표결에 대비했다. 이 자리에서 원유철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 표결에 들어가면 야당이 일제히 빠지거나 반대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한 명도 빠짐없이 본회의장에 참석해 정족수를 확보해야 한다. 이 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강조했다.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곧바로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도 상정돼 표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법사위를 통과한 북한인권법도 이날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태그:#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무제한토론,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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