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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밋 롬니(오른쪽)와 현재 공화당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왼쪽)의 상호 비난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밋 롬니(오른쪽)와 현재 공화당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왼쪽)의 상호 비난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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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가 분열 위기로 치닫고 있다.

독설과 기행을 일삼으며 온갖 논란을 몰고 다니는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선두를 질주하며 대선 후보직에 성큼 다가서자, 위기감을 느낀 공화당 주류 진영이 트럼프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지난 1일 경선의 최대 분수령인 '슈퍼 화요일' 대결에서 압승을 거두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트럼프의 승리가 확실해졌다는 것이 대다수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트럼프를 막기 위해 다른 후보를 지원하거나, 막후에서 여론몰이를 해왔던 공화당 주류 진영은 막다른 길에 몰리자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난하고 나섰다.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던 밋 롬니가 먼저 나섰다.

롬니 "트럼프는 사기꾼이자 가짜" 비난

ABC, CNN 등 미국 주요 방송에 따르면 3일(현지시각) 롬니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대학 연설에서 "트럼프는 사기꾼이고, 가짜"라며 "국민을 속이고 있는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는 약자를 협박하고 부정직하며, 여성을 혐오하는 인물"이라며 "만약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다면 미국의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를 향한 전망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을 겨냥해 "그의 상상력과 현실적 권력이 결합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며 "만일 트럼프의 공약이 이행된다면 미국은 기나긴 침체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건 보수인 롬니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라며 "공화당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고,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정책을 반영하는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도 발끈하고 나섰다. 롬니의 발언을 접한 트럼프는 이날 포틀랜드 유세에서 "롬니는 4년 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내게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구걸했던 인물"이라며 "2차례 도전에도 대권을 놓친 그는 실패한 후보"라고 특유의 독설을 퍼부었다.

이어 "롬니는 이번 대선에도 도전하려다가 내가 출마하자 두려워서 계획을 접은 것"이라며 "롬니야말로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반격했다.

'진퇴양난' 공화당, 트럼프를 어찌하리오

도널드 트럼프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상황을 설명하는 CNN 뉴스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상황을 설명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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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선 필패론'을 가장 두려워하는 공화당 지도부는 후보 단일화를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민하고 있다. 분산되고 있는 '안티 트럼프' 표심을 결집해야 역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건 보수로서 공화당 주류 진영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경선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강경 보수라는 점이 부담스럽다.

이렇듯 루비오와 크루즈의 정치적 성향이 너무 달라서 단일화에 성공해도 효과가 제한적이고, 아직 40대 중반인 두 후보 모두 4년 후를 기약할 수 있어 경험을 쌓기 위해서라도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만약 단일화가 실패한다면 최후의 수단은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다. 어느 후보도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가 대선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추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의원 과반을 확보한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다. 더구나 이제부터 1위 후보가 그 지역의 모든 대의원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제' 경선이 많아 트럼프의 독주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공화당이 트럼프를 저지하더라도,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가 경선 결과에 불복해 제3당을 창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보수층 표심이 쪼개지면서 정권 탈환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날 트럼프는 NBC 방송 인터뷰에서 "나를 비판하는 공화당 주류의 광고가 TV에 넘쳐난다"라며 "만약 내가 당을 떠난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아닐 수도 있지만 나를 지지하는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은 언제나 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갈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공화당이 과연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결정할 것인지 주목된다.


태그:#미국 대선, #도널드 트럼프, #밋 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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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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