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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사람을 만나는 반경이 좁기 마련입니다. 집, 학교, 학원을 중심으로 친구를 사귀고, 오가다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동네를 벗어나고 싶으면 학교 앞에서 모여 우르르 이동하면 됐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친구들은 다른 지역으로 흩어지고, 사회에서 알게 된 동료도 사는 지역이 제각기 다릅니다. 이렇게 각각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일 때는 다들 오기 편한 지역으로 대부분 약속 장소를 정하게 되지요.

저는 친구들을 만날 때 주로 광화문에서 만나는 편입니다. 서울 시내 어디서든 광화문으로 오는 교통편이 있습니다. 그리고 광역버스 노선도 매우 발달돼 있어서 경기도 쪽에서 오기도 수월합니다.

서가 사이에 마련된 탁자
 서가 사이에 마련된 탁자
ⓒ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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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기대어 쉴 수도 있다.
 잠시 기대어 쉴 수도 있다.
ⓒ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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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광화문에서 약속을 잡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그곳에 교보문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집과 먼 교보문고를 일부러 오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약속이 있어서 어차피 광화문으로 나와야 한다면, 약속 시간 한두 시간 전에 미리 나와 교보문고로 향합니다. '일타쌍피'지요.

오랜만에 찾아온 교보문고가 싹 바뀌었습니다. 예전에 교보문고는 아무리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30분 이상을 버티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맨 채 서서 읽거나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한 30분 있다가 보면 무슨 이유인지 벌을 서는 기분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교보문고에 앉을 곳이 많아졌습니다. 길고 커다란 탁자뿐 아니라 어린이들이 뒹굴뒹굴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구석진 자리에서 몸을 뒤로 젖히고 쉴 수도 있습니다. 함께 온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푹신한 소파도 생겼습니다. 옛날에는 서가를 빽빽하게 배치해 어떻게든 책 한 권이라고 더 팔려는 듯한 인상을 줬는데, 이제는 책을 조금 적게 놓더라도 넉넉한 공간을 조성해 독자를 배려하려는 마음 씀씀이가 전해집니다.

교보문고는 서점이지만 서점의 역할말고도 추억을 많이 주곤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회지 발간을 준비하면서 자료조사를 위해 찾았었고, 시내에 나오면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돼 주기도 했습니다. 모임이 있으면 수시로 변하는 교통 상황을 감안하여 일단 교보문고에서 만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곤 했지요.

10년 전 종로서적이 없어졌지요. 교보문고만큼이나 종로서적도 제게는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이란 예상보다 컸습니다. 몇 개의 추억이 통째로 드러내진 기분이라고 할까요? 부디 새로 단장한 교보문고가 그 자리를 오래도록 지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로 된 의자와 탁자, 오래 책을 봐도 눈이 부시지 않는 자연광 조명까지. 공간이 변하니 마음도 달라집니다. 이젠 30분이 아니라 몇 시간이라도 교보문고에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긴 나무탁자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메모를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긴 나무탁자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메모를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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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교보문고, #새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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