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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맨리는 서퍼들의 천국이다. 맨리비치는 파도가 너울져 친다. 기다란 서핑보드에 자신의 몸을 곧추세워 파도를 탄다. 새하얀 백사장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처음 바라본 호주의 바다는 여유와 시원함이었다.

시드니 시티에서 30여 분 떨어진 이곳. 우리나라로 치면 강화도나 경포대쯤 되겠다. 경치는 아름답고 사람들은 편안한 차림으로 다니고 있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계절이 우리나라와 반대다. 이곳은 아직 여름이다. 가벼운 건 옷차림뿐만 아니다. 맨발로 거리를 다니는 것은 부지기수다. 노인들도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기위해 서핑보드를 가지고 나온다. 웃통을 벗고 나오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자가 머물던 숙소에서 조금 걸어나오면 바다가 보이는 풀밭이 나온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누워 각자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말그대로 즐기고 있었다. 책을 읽거나 낮잠을 즐기거나. 시계를 보니 오후 3시가 갓 지난 시각. 휴양지라서 그런가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이게 일상이란다. 9개월먼저 호주에서 생활한 친구가 말했다.

"여긴 3시면 일이 끝나. 그럼 나와서 서핑도 즐기고 자기 취미를 즐기는 거야."

한국에서 오후 3시면 피곤에 절어 회사 시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때다. 그 시각에 호주인들은 각자의 삶을 즐기고 있다.

유모차를 끄는 남자, 신기하네...

해변을 나와 길을 걸었다. 친구가 살고 있는 셰어룸에 잠시 들렀다가기 위해서다. 호주에 온 첫날이라고 고기를 먹잔다. 거리를 걸으면 주위를 둘러봤다. 높은 빌딩은 없다. 기껏해야 2층짜리 집이 전부. 도로는 2차선인데 폭이 좁았다. 인도를 따라 나무나 풀이 심어져 있다.

집까지 가는 길에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유모차를 끌며 운동을 하는 백인남성.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는게 어렵다. 시간대도 시간대거니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라니. 입맛이 씁쓸하다.

"이곳에서는 저녁시간이 되면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게 일상이야."

유모차를 끄는 남자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던 기자를 보며 친구는 말했다. 그는 오지인(호주인들을 이곳에서는 오지인이라 부른다) 밑에서 일을 8개월간 했다. 꽤 여기 문화에 익숙하다.

간단히 짐을 챙기고 저녁을 먹기위해 마트에 들렀다. 'coles'. 우리나라의 이마트 같은 호주의 대형마트다. 없는 것 뺴고는 거의 다 있었다. 고기를 사기위해 이런 저런 부위를 둘러봤다.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고기는 싼 편이다. 1kg좀 넘는 양을 샀는데 가격은 30호주달라.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3만 원이다.

"불판은 안 사도 돼?"

밖에서 고기를 구워먹자는 말에 가스버너를 들고 왔겠거니 생각했던 기자. 석쇠나 불판을 안사냐는 말에 친구가 웃는다.

"일단 따라와봐."

고기와 과일을 사고 다시 길을 나선다. 아뿔싸. 그런데 빠진 것이 있다. 바로 술!

"여기서 못 산다."

마트에서 술을 안판다며 나를 끌고 간 곳은 리퀴드샵. 호주에서 술은 이런 리퀴드샵에서만 판매한다고 한다. 일반 마트에서는 당연히 술이 없다.

호주에서 술은 리퀴드샵 이외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 음식점도 술판매 허가 받기 어렵다. 그래서 글라스값을 내고 가지고 온 술을 마실 수 있는 BYO를 채택한 음식점이 많다.
▲ 리퀴드샵에서 판매하는 술 호주에서 술은 리퀴드샵 이외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 음식점도 술판매 허가 받기 어렵다. 그래서 글라스값을 내고 가지고 온 술을 마실 수 있는 BYO를 채택한 음식점이 많다.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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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구매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도착한 곳은 공원. 공원에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자신들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한쪽 구석으로 가니 신기한 물건들이 있다. 바로 바베큐 기계.

"호주는 바베큐 기계를 공원마다 설치해뒀어. 그래서 고기 구워먹으려면 여기와서 먹으면 돼."

궁금증이 풀렸다, 여기서 고기를 구워 먹는구나

공원 곳곳에 바베큐 시설이 마련돼 있다. 누구나 쓸 수 있다. 쓰고 나면 정리는 필수.
▲ 바베큐 시설 공원 곳곳에 바베큐 시설이 마련돼 있다. 누구나 쓸 수 있다. 쓰고 나면 정리는 필수.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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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쓰고 나면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가야된다고 한다. 바베큐 기계 옆에는 쓰레기통이 있다. 쓰레기통은 우리나라처럼 세세히 나눠있지 않다. 일반쓰레기와 캔, 플라스틱같은 재활용품 정도. 음식물쓰레기나 종이를 따로 분류하지 않는다. 거리에 쓰레기통은 집집마다 하나씩 있다. 그래서인가. 거리에 쓰레기를 찾기 어려웠다.

공원에는 반드시 쓰레기통이 비치돼 있다
▲ 바베큐 시설 옆 쓰레기통 공원에는 반드시 쓰레기통이 비치돼 있다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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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구워먹으면서 경치를 바라봤다. 공원 바로 앞 바다. 요트들이 정박해있다. 전부 개인소유 요트라고 한다. 바다와 가까이 있고 '저녁이 있는' 오지인들에게 요트는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도구다. 공원에서 느껴지는 가족과의 시간. 여유.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찾기 힘든 것들이다.

호주에 오면 흔히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고 한다. 돈, 영어, 경험.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그나마 얻어갈 수 있다고 한다. 친구도 비슷한 말을 꺼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그의 말에 끄덕거리며 저녁을 마쳤다.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 10시가 좀 넘은 시각. 주위 상점은 죄다 문을 닫고 펍과 편의점만이 문전성시다. 이곳에서 가게문은 4시만 되면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점심, 저녁 장사의 개념이 없다. 아침과 점심 또는 저녁에만 문을 열고 장사를 한다. 길게 일하는 것보다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노동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았다. 방으로 들어오니 외국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간단히 인사를 했다. 독일에서 온 친구였다.

"같이 파티갈래?"

백팩커에서는 매일 저녁 파티가 열린다. 음악을 틀고 술을 마시며 춤을 춘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금세 어색하지 않게 친해지는 문화. 한국과는 다른 문화다. 그의 말에 손사레를 쳤다. 무척 피곤한 하루였기 때문. 잠을 자겠다며 그를 돌려보내고 침대에 누웠다.

머릿 속에는 첫 호주에 대한 설렘과 앞으로의 선택이 둥실둥실 떠다녔다. 무슨 일을 해야하며, 이곳에서 적응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깊은 고민은 피곤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워홀러, #여행,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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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언론고시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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