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섬 같은 느낌이잖아요, 우리가 사는 게."다은씨는 세상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선지 자신은 왠지 동떨어져 있는 섬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세상이 광범위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로 연대가 없는 사회를 꼽았다. "독일 학생들은 시위로 연대를 피력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잘못된 걸 알아도 혼자 생각하는 것으로만 그쳐요." 다은씨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
22일 봄이 오느라 해가 지지 않은 저녁 7시. 충북 청주에 위치한 충북대 사회과학대학 1층 대강당 앞은 부산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청년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오픈테이블이 열렸다. 오픈테이블은 총선청년네트워크(이하 총청연)가 우선으로 선정한 청년 정책(노동, 주거, 구직 외 12가지)을 참석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모임이다. 총청연에는 20개의 청년 단체들이 속해 있다. 이들은 지역 곳곳의 청년들을 만나며 청년 문제와 정책을 이야기 한다.
이날 충북대 오픈테이블에는 60여 명의 청년들이 모였다. 충북대 학생뿐 아니라 회사원, 활동가, 청소년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리를 메웠다. 민달팽이유니온(이하 민유)의 강의로 시작했다. 임경지 위원장은 1시간에 걸쳐 청년 주거 문제와 청년을 위한 정책을 소개했다. 이후 참가자들의 발표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정말 있다는 생각에 든든했어요"
정지오 씨는 자취지망생이다. 세종시에 있는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족히 서 너시간이 걸린다. 버스에서 주로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 지오씨는 '중심 잡는 일'이라고 답했다. 앉을 자리가 없는 만원버스라 손잡이에 몸을 의존한 채 긴 시간을 버틴다. 비싼 자취비용을 댈 여유가 없어 2년 째 버스 통학 중이다. 절로 주거문제에 관심이 많아졌다.
"주거 문제에 힘내주고 이런 단체가 정말 있고, 힘 있는 기관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든든했어요."
민유는 달팽이집이라고 불리는 1인가구의 공동주택, 그리고 행복주택 등의 주거빈곤층을 위한 제도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루는 임 위원장이 한 지역의 공공임대주택 공청회에 참석했다가 마음 아픈 말을 들어야 했다.
"청년들이 이곳에 많아지면 지역이 모텔화 된다, 너희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그러자 여당 의원과 후보자들은 주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며 '제가 꼭 (행복주택) 막을게요'라는 말을 했다는 거다. 사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다. 스스로 내건 정책을 스스로 져버리는 꼴이 됐다. 이런 식으로 목동에 계획된 행복주택은 없던 일이 됐다.
세대갈등이 아니라 세대연대가 필요해
행복주택은 세대갈등의 문제일까. '도대체 이런 갈등은 조정이 가능하긴 한 걸까'. 임 위원장은 고민 끝에 결국 세대연대가 필요한 문제라는 결론을 냈다. 중장년세대의 안정적인 노후 가 보장돼야하는데 연금이 연금답지 못하고 자녀들도 취업이 안 되니 독립을 못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청년도 안정적 노후를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청년이 기성을, 기성이 청년세대를 위해 서로의 정책을 고민하자는 말이다. 아르바이트하는 청년과 상가 임대료를 고민하는 편의점 사장님이 서로를 위한 정책을 찾는 일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 정치에 참여할 방법이 없는 게 더 문제!오픈테이블에 참석한 조유리 씨는 "가장 심각한 청년문제는 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게 아니다. 사실 청년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방법이 정말 없다. 사회활동가 등의 일을 하는 것은 솔직히 어렵다. 그렇다면 멀게만 느껴지는 활동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게 중요하다. 이런 자리가 그 예다. 정치 참여는 오늘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는 행사를 기획한 정이지(24)씨도, 강연을 맡은 임경지 씨도 같은 생각이다. '계속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 이들이 바라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 참여다.
덧붙이는 글 | '갈릴레이 서클'이 기획한 <모비딕 프로젝트>는 기성언론이 비추지 않은 구석 정치를 비춥니다. 우리의 발칙하고 빛나는 생각들을 기대해주세요. gallilei.com 페이스북(모비딕프로젝트) facebook.com/moVd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