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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5일 부산을 찾아 지원유세를 펼쳤다.  문 전 대표와 배재정 후보가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5일 부산을 찾아 지원유세를 펼쳤다. 문 전 대표와 배재정 후보가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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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양향자 광주광역시 서구을 후보가 6일 오전 '광주경제살리기 특별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당대표실에 입장하고 있다.
▲ 더민주, 광주경제살리기 특별회견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양향자 광주광역시 서구을 후보가 6일 오전 '광주경제살리기 특별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당대표실에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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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지도부의 호남 대책 : 친노 배제로 호남 지지 회복

더불어민주당 역사 60년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일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호남을 주된 정치적 기반으로 한 정당에서, 그 정당의 직전 대통령 후보로 호남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호남 출신이 80%나 되는 권리당원들이 직전 당 대표로 선출한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에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은 절대 가서는 안 된다고 한 현 김종인 지도부 때문이다.(관련기사: 알려드리겠다, 광주가 문재인에게 등돌린 이유)

사실 김종인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행을 반대한 것은 총선 기획의 일환이었다. 김종인 대표는 한 달 전인 3월 9일 기자단 오찬에서 자신의 총선 기획을 밝혔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총선 지원에 대해서 "움직이는 거야 본인 자유지만 공식적으로 하는 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또한,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의 광주 북구갑 출마설에 대해선 "광주는 안 된다.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그 사람이 혁신위를 하면서 '친노'라는 딱지가 붙어서 광주에서는 쉽지 않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후 현실화된 이해찬·정청래 의원에 대한 공천배제까지 포함하면 김종인 대표의 총선 기획은 한마디로 조중동과 국민의당의 공격 대상이 되어온 친노 색깔을 완전히 빼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이들의 명분을 없애고, 이번 선거의 관건인 호남의 지지를 회복 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해찬·정청래 의원에 대한 공천배제도 김상곤 위원장 공천 배제와 문재인 전 대표 호남 행 반대와 함께 김종인 대표가 처음부터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의원을 공천배제한 이유가 도덕성도, 경쟁력도, 의정활동 평가도 아니라 '정무적 판단'이라고 한 것이 이를 확인해준다. 김종인 대표는 "내가 정무적 판단이면 정무적 판단이지, 다른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김종인 대표의 총선 전략은 지지자들의 우려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유는 전통적인 더민주 지지층의 열정과 자존심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내재되어 있었으니, 그것은 호남 대책의 오류였다. 그 결과, 지금 호남이 심상치 않다. 꾸준히 떨어져온 국민의당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고, 특히 호남이 국민의당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물론 호남 대책 오류의 핵심은 역시 '김상곤 위원장 광주 공천 반대'와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행 저지'다.

이에 대해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문재인 전 대표가 가만히 있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지지율이 20%를 넘는, 1위의 대선주자가 선거지원 활동을 한다고 해서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높아진다는 지적은 어불성설이다. 내가 보기에, 최근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 상승의 원인은 김종인 지도부의 호남 대책이 처음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호남이 더민주에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2012년 11월 광주를 찾아 5·18 국립묘지를 참배, 분향하고 있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2012년 11월 광주를 찾아 5·18 국립묘지를 참배, 분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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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해왔고,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을 만들어낸 호남이 더민주로부터 마음이 떠난 것일까? 나는 최근에 발표한 <정치의 귀환 : 야당, 갈등을 지배하라!>에서 이 문제에 대해 분석했다(77~102쪽).

나는 더민주에 대해 호남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서운함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민주는 그동안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던 호남을 대변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했다. 호남은 어차피 찍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중도층 내지 무당파, 심지어는 새누리당 지지자들보다 더 무시했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 직후 조국 교수가 했다는 발언은 그 서운함의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내가 호남 사람이라도 새정치연합을 안 찍는다. 돈 대주고, 힘 대주는데 의사 결정에선 소외된다고 여긴다면 찍을 이유가 없다." 국민의당은 바로 이런 호남의 서운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다.

물론 지난해 이후 호남에서 형체도 알 수 없이 확산된 '반문 정서'는 국민의당에 의해 왜곡된 면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호남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가지고 있는 서운함과 의구심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본질은 "과연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금 호남 사람들에게 더민주는 '문재인의 당'일 뿐이다. '김종인의 당'이 아니다. 그런데 호남 사람들은 지금 문재인 전 대표에게 깊은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 많은 부분 왜곡되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호남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느낀다는 점이다. 거기에다 의구심도 더해졌다. 과연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과 소통하려 하고 호남의 아픔을 공감하고 있느냐를 의심하는 것이다.

이런 서운함과 의구심을 가진 호남 사람들에게 선거 기간 동안 문재인 전 대표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것은 서운함을 적대감으로 바꾸는 것이요, 의구심을 확신으로 강화 시키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결정적 패착이요, 자멸의 길이다.

김종인 지도부의 호남 대책은 '조중동 사고의 내면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일 오후 광주 남구 구동 광주공원을 찾아 광주에 출마한 이용섭, 양향자, 이병훈, 최진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 광주 집중유세 나선 김종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일 오후 광주 남구 구동 광주공원을 찾아 광주에 출마한 이용섭, 양향자, 이병훈, 최진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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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민주가 호남의 서운함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해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것에 답해야 한다. 호남의 서운함에 적극적으로 답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새누리당을 이길 정당은 더민주밖에 없으니 다시 한 번 더민주를 선택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호남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내가 보기에 지금 호남 사람들이 가장 서운한 점은 '호남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박원순 등 야권의 대선 주자는 모두 부산·경남 출신이다. 더민주는 호남 출신의 대선 주자를 키워야 하고, 그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김상곤 위원장을 광주에 공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좀더 중량급의 인물, 야권에서 호남을 대표해 향후 대선주자로 커나갈 수 있는 인물들을 이번에 호남, 특히 광주에 공천했어야 했다.

왜 김종인 지도부의 호남 대책은 이렇게 소극적이고 허술했을까? 왜 조중동과 국민의당의 공격 대상이 되어온 친노 색깔을 빼면, 국민의당 창당 명분이 사라지고 호남의 지지가 회복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 이유는 '조중동 사고방식의 내면화'에 있다. 호남의 정치적 요구를 '반 문재인', '친노 패권주의 청산'으로 이해하는 것은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며, 그것은 '조중동 사고방식의 내면화'일 뿐이다. 조중동과 국민의당의 주장을 충실히 이행한다고 호남 유권자의 마음이 돌아온다고 보는 것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호남에 중량급의 인물을 공천하지 않고, 문재인의 지원을 저지하는 것은 호남을 국민의당의 영역이라고 더민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문재인, '갈등'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라

김종인 지도부의 호남 대책은 잘못됐다. 호남이 갖고 있는 서운함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그 서운함을 회피하고, 은폐하려고만 했다. 나는 답은 오히려 '거꾸로'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갈등을 대변하려는 용기가 없다면 정당도 지도자도 미래가 없다. 갈등을 회피하거나 넘어서면 안 되고, 갈등을 지배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야당은 '중도'의 함정에 빠져 있다. 지도자는 갈등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야 한다. 갈등과 무관한 지도자는 테크노크라트일(기술관료)뿐이며, 결코 대중적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표는 당연히 호남에 가야 한다. 회피하면 안 된다. 그것이 논란이 되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며, 잘못된 프레임에 의해 갇힌 결과일 뿐이다. 국민들에게, 특히 호남 사람들에게 더민주는 '문재인의 당'이다. 호남에게 표를 달라고 하면서, 문재인 전 대표가 선거 기간 동안 코빼기도 비치지 않으면 자멸할 뿐이다. 지금 호남의 서운함과 의구심을 풀어주고, 정권교체에 나서줄 것을 설득할 사람은 문재인 전 대표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창오 기자는 새시대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민주당과 정치 현장에서 18년간 몸담아 온 '정치적 지식인'의 내부로부터의 시각, 민주당에 대한 보고서" <정치의 귀환 : 야당, 갈등을 지배하라!>라는 책을 냈습니다. 2011년에는 세대구도의 등장과 그 역사적 의미를 분석하고 2040세대의 정치적 주도성을 주창한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태그:#문재인, #김종인, #문재인 호남 행, #안철수 , #호남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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