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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4.16계기수업 불허방침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즈음해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어떻게 하면 4.16계기수업을 잘해볼까' 고민하는 자리가 지난 2일 열렸다.

다시 말해, 학생의 눈높이에서 함께 수업도 진행하고, 지난해 계기 수업을 한 자료와 경험들을 나누고,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나 방향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소중한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날 자리에는 서울, 경기, 인천은 물론이고 멀리 충청과 강원에서 온 교사들도 있었다. 분위기도 자못 숙연하면서도 뜨거웠다. 이날 모임에 "왜 참석했느냐"는 질문에 김아무개 교사는 "4.16참사로 금쪽같은 250명의 제자와 동료교사 12명을 잃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교사로서 커다란 책임의식을 느꼈다. 오늘도 빚진 마음을 덜어내고자 참석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만 하고 가만히 있으라고만 할 것인가?
▲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있는 희생자 학생들 사진 우리는 언제까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만 하고 가만히 있으라고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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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있는 목판화
▲ 잊지말자 416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있는 목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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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수업이 열렸다면 이들은 어떻게 말했을까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 수업시연은 초등에서는 한희정(유현초) 교사가, 중등에서는 권혁이(운산고) 교사가 맡아 각각 진행했다. 권혁이 교사의 수업시연을 참관했는데, 참석한 교사들을 모둠별로 나눠 실제처럼 수업했다. 즉, 교사들이 이날은 피교육자가 되어 학생들이 하는 것처럼 권혁이 교사의 진행에 따라 학습활동을 진행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연 모둠활동이 눈에 띄었다. 

'만약 여러분이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당시의 한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은지와 그 이유를 이야기해 보자'라는 모둠활동에 대해, 이아무개 교사는 "선내 대기방송(09:09) 시점으로 돌아가 '가만히 있으라', '대기하라'는 방송 대신 어떻게 신속하게 행동하고 탈출해야 하는지 자세히 안내하고 싶다"고 했다.

또 '여러분이 구조 총책임자라면 당시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승객들을 구조하시겠습니까?'라는 모둠활동에 대해, 정아무개 교사는 "헬기가 석 대와 해경 구조함(123정)이 있었다는데 그것을 이용해 승객들을 신속하게 둘라에이스호(민간 유조선/ 5백여명 탑승 가능)에 실어 나르고, 그래도 미처 구하지 못한 승객들은 해군함정 함문식함(450톤급 유도탄 고속함)을 활용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 수업시연은 초등에서는 한희정(유현초) 교사가, 중등에서는 권혁이(운산고) 교사가 맡아 각각 진행했다.
▲ 권혁이 교사의 416교과서 수업시연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 수업시연은 초등에서는 한희정(유현초) 교사가, 중등에서는 권혁이(운산고) 교사가 맡아 각각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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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연 이후에는 고민들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박아무개 교사는 "침몰 당시 상황과 진실 찾기 부분을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오늘 수업시연과 선생님들의 이야기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아무개 교사는 "세월호 희생자 입장이 되어 천국에서 수업이 열렸다면 이들은 어떻게 말했을까 그런 수업도 좋을 것 같다"며 새로운 제안을 하였다.

한아무개 교사는 "지난 주 수업하면서 세월호 영상 가운데 유민 아빠 김영호씨가 단식하는 모습이 나오자 한 학생이 '저 사람 나쁜 사람이에요. 자식 버리고 돈 타먹으려 한 사람 아닌가요?'라고 말해 당혹스러웠다"며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소위 '일베' 등 잘못된 정보를 통해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아무개 교사는 "2학년들에게는 진실찾기 수업을 해볼 계획이고, 1학년 학생들에게는 추모활동 중심의 계기수업 즉, 4.16에 어떤 일이 있었고 희생된 사람들은 누구인가 알아보고 엽서 쓰기, 노란 리본 만들기 수업 등을 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의 세월호 계기수업 반대입장 표명과 관련해 최아무개 교사는 "오늘 이야기 된 내용을 토대로 용기있게 4.16계기수업을 할 생각인데 교육부가 서해교전이나 천안함 계기교육은 하라면서 왜 세월호 계기교육은 하지 말라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박아무개 교사도 "누구를 위한 교육부인가, 일국의 교육부라면 학생들과 교사들의 입장에 서야 하지 않는가? 왜 청와대 눈치만 보는가?"라면  울분을 토해냈다.

이에 대해 한희정 교사는 "세월호 수업을 하고 싶은데 교육부의 압박 때문에 어려움이 느껴지면 지혜롭게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수업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사의 기본권이기도 하지만 교육부도 권장하는 사항"이라는 것이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함께 수업도 진행하고, 지난해 계기 수업했던 자료와 경험들을 서로 나누고,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 및 방향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어떻게 하면 416계기수업을 잘해볼까’ 고민하는 교사들 학생의 눈높이에서 함께 수업도 진행하고, 지난해 계기 수업했던 자료와 경험들을 서로 나누고,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 및 방향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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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왜 세월호에 대해 말하고 교육해야 하는가?

수업시연을 마친 권혁이 교사도 "무엇보다 교사들이 세월호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자연스럽게 잠깐 묵념할 수도 있고 관련 동영상을 보여주며 세월호에 대해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며 "유가족들이 왜 2년 동안 거리에서 진실을 밝혀 달라고 하는지, 유가족들에게 편지쓰기, 단원고 교실 방문하기 등 함께 진실을 찾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예은 엄마(박은희님)는 "선생님들이 먼저 결론을 내고 말해주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보고 판단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올바른 정보와 다양한 읽을거리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실에 또 다시 침묵을 강요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며 “세월호 공동수업은 교육자의 양심이 명하는 참교육”이라고 했다.
▲ 지난 4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주기 공동수업 및 실천활동 선포 기자회견’ “교육부는 교실에 또 다시 침묵을 강요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며 “세월호 공동수업은 교육자의 양심이 명하는 참교육”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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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교육부는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4.16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는 교사에 대해서는 법령에 따라 징계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교조는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주기 공동수업 및 실천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4월 16일(세월호 참사 당일)까지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참사 2주기 집중 실천 주간'을 운영할 것을 선포한다"며 "교육부는 교실에 또 다시 침묵을 강요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며 "세월호 공동수업은 교육자의 양심이 명하는 참교육"이라고 했다.

김해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오히려 교육부가 세월호 계기수업 자료를 만들어 전국 학교에 배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도 않으면서 청와대 눈치나 보며 세월호에 대해 말 못하게 하는 것은 교육부답지 못하다"고 개탄했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이와 비슷한 원고를 보냅니다



태그:#세월호 수업 시연, #416 계기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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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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