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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구한 운명입니다. 출생은 물론 삶과 죽음까지도 미스터리 한 인물입니다. 그가 남긴 <사기>는 '위대'라는 말로도 모자랄 만큼 엄청난 기록입니다. 47세, 죽음보다 더 치욕스러운 궁형을 자처해 목숨을 연명한 까닭이 오로지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읽을 때쯤이면 어느새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사기>는 기원전 99년, 사마천이 47살에 완성한 책입니다. 중국 전한 왕조시대의 역사서로 중국 이십사사의 하나이자 정사의 으뜸으로 꼽힙니다. 130권으로 된 <사기>는 5, 부 본기(本紀) 12권, 표(表) 10권, 서(書) 8권, 세가(世家) 30권, 열전(列傳) 70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토록 방대하고 위대한 역사서임에도 <사기>는 희대의 난서(亂書)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하기야 자구(字句)를 이해해야 하고, 시대와 공간, 역사적 가치조차 극복해야만 새길 수 있는 기록이기에 <사기>가 희대의 난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건 어쩜 아주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표지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표지
ⓒ 도서출판 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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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지은이 김영수, 펴낸곳 도서출판 창해)에서는 미스터리한 사마천, 희대의 난서라고 하는 <사기>를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서 문답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매사에 있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렴풋 하는 설명은 분명하지도 않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모든 걸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 하는 설명은 쉽습니다.

저자는 <사기>와 사마천을 20년이 넘도록 연구해 왔습니다. 그동안 저자가 쓴 내용은 뮤지컬 <사마천> 원작으로 채택될 만큼 작품성이나 충실도 또한 남다릅니다.

책에서는 기구한 삶을 산 사마천, 출생과 죽음에 드리워 있는 이런 의혹과 저런 미스터리를 논리정연하게 풀어줍니다.

참고문헌을 뒤적여 찾아낸 책상머리 설명이 아닙니다. 사마천이 태어나고, 사마천 후손들이 살고 있는 곳을 찾아가 기록한 생생한 설명들입니다.  

발걸음으로 더듬은 기록은 사진으로 싣고, 후손들 핏줄을 타고 흐르는 전언은 논증을 배경으로 하는 공감이 돼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입체적 설명입니다.   

학  생 :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군요. 그런데 <태사공자서>를 보면 <사기>의 글자 수가 52만 6,500자라고 나옵니다. 이 숫자에 어떤 의미가 있는 갈까요?

김영수 : 52만 6,500자는 사마천지 <태사공자서>에서 직접 밝힌 숫자입니다. 사마천이 글자 수를 직접 밝힌 이유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혹시나 자신의 책을 누군가가 훼손하지 않을까 염려해 취해둔 사전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 057쪽

사마천은 <사기> 130권 중 맨 마지막 권이자 자서전에 해당하는 <태사공서>에, 이 <태사공서>를 "정본으로 명산에 깊이 간직하고(장지명산藏之名山) 부본은 수도에 두어 (副在京師부재경사) 후세에 성인, 군자 들이 열람하길 기대(사후세성인군자俟後世聖人君子)한다"(<태사공자서>)고 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기>의 글자 수가 52만 6,500자임을 기록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이는 후일 불순한 권력자들이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기 입맛에 맞게 기록을 훼손하거나 조작하는 것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니 <사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주도면밀한 기록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기>는 사마천이라고 하는 한 사람만의 일생과 바꾼 당대의 기록이 아닙니다. 아버지 사마담이 수집해 놓은 방대한 자료, 학업을 중단하고 천하를 답사한 20대 초반의 여행을 밑그림으로 한 사마 가문의 종보 같은 역작입니다. 

읽다보면 질문하고 있는 학생 돼 있어

사마천 입장에서는 핏줄처럼 이어야 할 선친의 유업이었기에 남근을 잘리는 궁형, 내시라고 하는 치욕적인 여생을 선택해서라도 이뤄야만 했던 대업이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학생이 묻는 질문, 김영수가 하는 답을 읽다보면 사마천의 출생,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 사마천이 그 위대한 <사기>를 남길 수 있었던 밑그림 같은 배경이 자연스레 밝혀집니다.

연이어 출가될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2)와 (3)이 기다려지는 건 어느새 책 속 '학생'이 돼 미스터리하기만 했던 사마천에 대해 묻고, 난해하기만 했던 <사기>를 되묻는 주인공 아닌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지은이 김영수 / 펴낸곳 도서출판 창해 / 2016년 3월 28일 / 값 18,000원)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1 - 사마천, 삶이 역사가 되다

김영수 지음, 창해(2016)


태그:#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김영수, #도서출판 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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