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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 양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로 써서 애틋하게 읽어 내려갔다.
▲ 고 박예슬 학생의 동생 박예진(고2)양의 편지 낭독 박예진 양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로 써서 애틋하게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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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난 아직도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고, 자꾸만 그 빈자리가 아른거려... 언니 손을 꼭 쥐고 잤던 그 온기도 잊혀지지 않아... 함께 걸었던 그 길을 혼자 걷다보면 그 때가 떠올라. 언니도 그때 기억하지?"

16일 오전 10시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고 박예슬 학생의 동생 박예진(고2)양은 울먹이는 목소리 말했다.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로 써서 애틋하게 읽어 내려가던 중이었다.

박양은 흠뻑 젖은 눈으로 하늘에 있는 언니에게 말을 건넸다.

"전화를 하면 받을 것만 같은 언니, 날 보며 환하게 웃고 있을 언니...  언젠가는 만나겠지. 그때 서로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고 말하자. 그리고 그때 함께 있을 우리를 위해 힘내서 싸우자. 작은 순간마저 잊지 않을게. 마지막으로 너무 사랑해."

이어 "언니 오빠들이 고통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을 때 대통령님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해 꼭 살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어쩌다 지금 등 돌린 적이 되었나요? 부디 본보기가 돼 주세요"라며 박 대통령에게도 서운함을 표현했다. 또 "눈을 가린 정부를 향해 말한다, 뭐가 그리 창피해 감추고 도피하려고 하는가? 정치인들의 무능, 무관심을 비로소 알게 됐다"라고 정부와 국회에도 쓴 소리를 전했다.

또한 "그동안 세월호 진실규명과 '기억 교실' 존치 등을 위해 싸웠다"라며 "앞으로도 이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지켜보던 많은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흐느껴 울거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아직도 세월호냐고? 우리도 벗어나고 싶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추모하는 ‘기억식’은 1분간 울려 퍼진 추모 사이렌에 맞춰 비통한 마음을 담아 묵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 묵념하는 유가족과 시민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추모하는 ‘기억식’은 1분간 울려 퍼진 추모 사이렌에 맞춰 비통한 마음을 담아 묵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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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를 추모하는 '기억식'은 오전 10시, 1분간 울려 퍼진 추모 사이렌에 맞춰 유가족, 학생, 시민, 정치인 등 3천여 명의 참석자들이 비통한 마음을 담아 묵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 같은 잿빛하늘임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추모객들이 점점 늘었다. 미리 준비한 2100개의 좌석이 부족해 분향소 주변까지 인파로 가득 찼다.

찬호아빠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아직도 세월호냐'라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도 그날을 벗어나고 싶다,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내고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면 우리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특별법이 제정돼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지만, 그것은 꿈에 지나지 않았다"며 "부디 진상조사가 조기에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막아 달라,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되고 미수습자 9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달라"고 정치권에 호소했다.

또한 "이번 선거 통해 국민의 위대한 힘을 보았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며 "304명의 생명이 5천만 국민의 생명이자 안전이다,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노란리본을 달고 함께해주기 바란다"고 시민들을 향해 당부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배 안에 갇힌 학생들을 제대로 구하지도,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해, 온 몸이 아프고 죄책감을 씻을 수가 없다."며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 이재정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배 안에 갇힌 학생들을 제대로 구하지도,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해, 온 몸이 아프고 죄책감을 씻을 수가 없다."며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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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배 안에 갇힌 학생들을 제대로 구하지도,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해, 온 몸이 아프고 죄책감을 씻을 수가 없다"라며 "4.16 이전과 이후의 교육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도록 해달라는 절절한 요구도 이뤄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단상에 선 그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 하겠다"라며 "416민주시민교육원과 416장학재단, 416 교육체제를 완수해 기억을 넘어 반드시 희망을 만들고, 아픔을 넘어 변화를 만들겠다, 학생을 교육의 중심에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석태 4·16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특조위의 활동이 유족들의 진실 규명 바람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라며 "주변의 활동 제약에도 불구하고 위원장과 조사관들의 책임이다, 앞으로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왜 고물 같은 수준의 배가 운행됐는지 선체를 인양해 제대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제종길 안산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준식 사회부총리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416가족합창단’이 검은 옷을 차려입고 희생자들에 대한 애끓는 그리움을 담아 절절하게 노래를 부르자,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 유가족 합창 <어느 별이 되었을까> ‘416가족합창단’이 검은 옷을 차려입고 희생자들에 대한 애끓는 그리움을 담아 절절하게 노래를 부르자,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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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로,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합창단'이 검은 옷을 차려입고 희생자들에 대한 애끓는 그리움을 담아 <어느 별이 되었을까> 등의 노래를 절절하게 불렀다. 무대 아래에서 많은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이어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 관계자, 종교인 등 12명이 '안산시민 공동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기억식은 마무리됐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304명을 구하지 않은 정부, '전원구조'의 오보를 낸 언론,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 정치인, 안전사회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 등을 기억하겠다"며 "세월호 선체 인양과 조사,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개정, 안전사회 기틀을 만들 것 등 10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민대표 중 한 사람인 강레지나 수녀(본오종합사회복지관 관장)는 "왜 우리의 아이들이 배 안에서 그렇게 갇혀 죽어야했는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라며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4.16 기억교육' 진행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루 종일 추모의 물결 넘실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안산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 '봄을 열다 현장.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안산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 '봄을 열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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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식에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원유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등 다수의 정치인들과 시민사회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행사가 끝난 후 유가족과 시민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했다.

오후 들어 흐린 날씨 속에서도 다양한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가 정부합동분향소를 중심으로 경기 안산 일대에서 펼쳐졌다

안산청소년 YMCA연합회는 오후 1시 30분부터 화랑유원지 내 야외 소공연장에서 추모제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를 진행했고, 유가족 등도 오후 2시부터 단원고, 고잔동주민센터 등을 돌아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으로 오는 '진실을 향한 걸음' 행사를 진행했다. 그밖에도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는 추모문화제 '봄을 열다', 오후 7시 단원고 앞 삼거리에서는 '단원고 촛불잇기 문화제' 등 하루 종일 추모의 물결이 넘실댔다.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 함께 하겠다!"는 취지의 현수막들이 안산 시내 이곳저곳에 많이 내걸렸다. 그 중에서 "별이 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진실이 밝혀졌나요? 지금은 안전한가요?"라는 현수막도 있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학생에게 현수막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묻자, "이제는 어른들이, 특히 대통령을 비롯하여 여야 정치권이 응답할 때라고 본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태그:#세월호 참사 2주기, #기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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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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