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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라떼는 청년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로 패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편집자말]
'금수저'는 청년세대를 넘어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단어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얘기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었고,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속담은 '개천에서 이무기도 안 난다'로 바뀌었다. 이번 청춘라떼에서는 4명의 청년들이 '금수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단순 부러움에서 시작된 금수저

수저
 수저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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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금수저, 솔직히 말하면 부럽고 셈난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예전에는 누가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는데 지금은 SNS에 서로 다 올리니까. 내 친구는 무엇을 먹고, 어떤 가방을 들고,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 예전에는 알기 힘들었던 것들이 SNS에 들어가면 다 나온다. SNS가 한 몫 한 것 같다.(웃음)

[누키] 내가 가지지 못한 걸 누가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부러워진다. 예전엔 가진 사람에 대한 감정이 단순한 부러움이었다면, 지금은 나처럼 저 사람도 힘들어졌으면 좋겠다, 쟤도 한 번 힘들어졌으면 좋겠다로 바뀐 것 같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감정이 점점 격해지는 것이 요즘 사회 분위기인 것 같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가진 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과 비난

[카푸] 한때 인터넷에서 흙수저와 금수저 사이의 뜨거운 공방이 있었다. 흙수저의 삶들은 이러이러하다 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금수저 관련한 기사가 올라오면 댓글에 온통 욕과 비난 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린다. 금수저에 대한 감정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감정적으로 다가가면서 비판과 비난의 수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점장] 나는 이게 감정적으로 다가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논란의 시작은 '기회의 불평등'에서 시작됐다. 기회의 불평등은 비단 흙수저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동수저, 은수저, 심지어는 금수저에게도 기회의 불평등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회의 불평등'을 이야기 할 땐 흙, 동, 은, 금 모두 기회가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커다란 공론의 장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너무 치우친 나머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싸움으로 간다면 이번 논란의 핵심인 '기회의 불평등'의 논점을 흐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나쁜 금수저는 대물림하고 갑질하는 그들

노래 가사에 '부자는 부자라고 말도 못해'라는 가사가 있다. 보통 미국이나 선진국의 부자들은 존경받는 대상이다. 하지만 한국만큼은 이상하게도 부자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다.

[포도] 부자들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고 있다. 자식들을 낙하산으로 고용하는 빈도가 허다하고, 요즘엔 회장님들의 갑질, 대기업의 갑질이 뉴스에 종종 나온다. 존경받는 기업, CEO가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배려도 많이 하고 기부도 많이 하지만(웃음).

[이점장] 금수저, 말 그대로 태어났을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거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건 당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전제는 아버지가 회사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을 때다. 맛집들을 보면 2대, 3대 걸쳐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 식당의 소유권은 100% 그 집안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이유로 회사도 그렇게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을 때다. 회사가 내 소유가 아닌데 내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나는 이해가 안 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마땅히 비난하고 손가락질 해야 한다.

[누키] 나도 동감한다. 누구나 부모님에게 물려받는 걸 원한다.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다(웃음). 하지만 내 것이 아닌 걸 물려주는 건 안 된다!

독일의 대표적 금수저 기업 '파버 카스텔'

파버카스텔
 파버카스텔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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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 색연필로 유명한 독일의 기업 '파버 카스텔'은 252년째 파버 가문이 운영하고 있고, 현재 8대째 이어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지분 98%를 파버 가문이 가지고 있다. 160년 전에 이미 직원들을 위해 회사 내에 유치원을 만들었고 직원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도 매우 훌륭하다.

파버 가문만 대물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까지도 2대, 3대 걸쳐 이 회사에서 일한다. 어느 누구도 파버 가문에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왜? 파버 가문의 것이니까. 문제는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악덕 금수저들이다.

회장님 아들 프리패스?

[누키] 설령 아버지가 회사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다고 해서 아들이 회사를 물려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는 창업자 혼자가 일궈낸 것이 아니다. 회사가 커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직원들의 노력과 결실이 있었을 테고 슬럼프도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걸 다 겪어낸 직원들이 있는데 어느 순간 '툭'하고 아들이 물려 받는 건 아닌것 같다.

[포도] 맞다. 밑에서 부터 차근차근 올라와야 한다. 물론 기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회장님이라면 바닥부터 가르치겠지만 남들보다 빠른 승진은 용납이 안 된다. 승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평범한 직장인은 평생 일해서 임원직 자리에 못 오른다. 3대째 내려오는 맛집을 봐라 자식에게도 쉽게 비법을 안 알려준다(웃음).

[카푸] 나도 동의한다. 시작점이 다른 것에 대한 박탈감이 클 것 같다. 같은 자리에서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엄청 유능한 것도 아닌데 도착점이 다르다. 엄청난 특혜다.

[이점장] 그래도 난 회장님 프리패스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까... 세 분이 말한 것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100% 지분을 가진 회사의 대물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50%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 계속해서 대물림 하는 그들이지. 얘기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꼭 내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하나? 왜?

금수저의 또다른 핵심 비정규직

금수저의 논란의 핵심은 '기회의 불평등'에 있다. 내가 누구 집 아들/딸로 태어났느냐에 따른 불평등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동일노동 차별임금에 있다.

[이점장]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자동차 왼쪽 바퀴와 오른쪽 바퀴를 다는 사람의 임금이 다르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쪽은 정규직이 다른 한쪽은 비정규직 혹은 하청업체 직원이 달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퀴를 다는 데 더 특별한 능력이 필요로 하지 않다. 앞으로 나는 정규직이 될 가능성보다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일노동에 따른 차별임금은 또 따른 불평등을 초래한다.

[포도] 대기업의 문어발 경영도 문제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출했다는 기사는 예전부터 나왔다. 요즘 대기업이 안 하는 사업이 없다. 계속해서 소상공인의 기회마저 빼앗아간다.

금수저에 대한 역차별?

[카푸] 조혜정씨의 연기 논란이 금수저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적이 있다. 연기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주연 배우 역할을 받았다는 것이였는데 그로 인해 너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 상태에서 감독이 캐스팅 했다면 '왜 저렇게 연기를 못해?' 하고 끝났을 텐데 아버지가 조재현씨라 더 많은 비난을 받은 것 같다.

부모와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공인들에게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 같다. 다들 열심히 노력했을 텐데... 부모님보다 못한다, 자식이 왜 저러냐, 불필요한 비난들이 붙는 게 안타깝다.

[이점장] 차두리 선수도 정말 훌륭한 선수였는데 아버지의 업적 때문에 더 많이 비춰졌어야 할 빛이 바랬다. 우리는 그 사람을 온전히 그 사람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다. 꼭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 그저 축구를 사랑했고, 연기가 하고 싶었을 뿐일 텐데...

녹음을 마치며

[이점장] 우리 사회에 건강한 금수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까 우리가 언급한 파버 카스텔 같은 기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건강한 금수저들이 많이 생긴다면 혜택 받는 사람들을 결국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 바로 우리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키] 흙수저들이 스스로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내 탓이 아니다. 격차가 줄어들고 기회가 평등해진다면 그리고 모든 직업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포도] 개인 탓하지 말고 시스템 탓을 하자. 사회를 비판하자. 원색적인 욕 말고 논리있는 비판을 해보자. 개인은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가 됐으면 한다.

[카푸] 지금 세대, 지금 현실을 금수저라는 키워드가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금수저는 내게 많은 질문들을 준다. 평등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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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춘라떼, #금수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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