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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앞에서 한베평화재단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노화욱)가 재단 설립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 베트남에 사과를, 미래 세대에 정의를 4월 2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앞에서 한베평화재단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노화욱)가 재단 설립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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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교육계, 문화·예술계 등 각계 인사 60여 명이 베트남전 종전 41주년을 즈음해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문제에 대해 베트남에 사과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베평화재단추진위원회(위원장 노화욱 극동대 석좌교수)는 27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를 직시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더 이상 그 해결을 미뤄둘 수만은 없다"면서 "베트남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통해서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75년 4월 30일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연인원 32만 여 명의 한국군이 베트남에 파병되었으며, 그 중 5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여 명의 부상자와 2만여 명의 고엽제 후유증 환자가 발생했다. 현지에서 한국군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베트남 민간인들의 숫자는 적어도 9000여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노희욱 위원장은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곧 길이다'라는 말이 있다"면서 "전쟁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것이 곧 그 길이며,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구수정 건립추진위원은 "한국은 현재 미국이나 일본보다 앞선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라며 "양국간 교류는 봇물 터지듯 늘어가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거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성폭력 등 과거사 문제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휴화산처럼 양국 관계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구 위원은 또 "어느 민족이든 역사적 과오를 범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사를 부인하는 것은 미래에도 똑같은 과오를 반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과 다름 없다"며 "베트남 전쟁 당시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양심을 바로세우는 일이며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성숙한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국군에게 학살당한 여성과 아이를 형상화한 '베트남 피에타' 조각상도 공개됐다. 가로·세로 70cm, 높이 150cm, 150kg의 조각상은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제작했다.

위안부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서경·김운성 부부가 제작을 맡은 조각상은 어머니가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모습으로, 베트남전에서 희생된 수많은 어머니와 아기들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아 '마지막 자장가'라는 이름이 붙었다.
▲ 마지막 자장가 위안부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서경·김운성 부부가 제작을 맡은 조각상은 어머니가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모습으로, 베트남전에서 희생된 수많은 어머니와 아기들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아 '마지막 자장가'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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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는 여러 차례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한국군에 의해 죽음을 당한 수많은 아이들의 사연을 접했고, 그 강렬한 목소리와 이미지가 가슴을 찌르는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 이들을 위한 조각상을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조각상은 어머니가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모습으로, 베트남전에서 희생된 수많은 어머니와 아기들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아 '마지막 자장가'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베평화재단건립추진위원회는 파월 한국군이 주둔했던 베트남 중부 곳곳에서 '한국군 학살 50주년 위령제'가 열리는 올해, 베트남과 한국에 조각상을 각각 설치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작품의 제작과 설치를 위해 평화교육을 비롯한 시민모금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노화욱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강우일 주교, 명진 스님, 이정우 전 경북대 교수,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정지영 영화감독, 유시춘 소설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 등이 참석했다.

재단은 출범을 계기로 베트남 전쟁의 진실규명, 사과와 반성, 베트남 피해자에 대한 지원 확대, 한국군 참전군인 살피기, 문화예술교류 등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태그:#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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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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