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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학 전문의와의 점심식사'는 대화의 형태를 빌려 보다 알기 쉽게 암 예방 및 통계에 대한 지식과 갑상선·유방·대장·간 등 각각의 암 종에 대해 알아보는 연재입니다. 한 신문사의 의학·건강기자이자 암 환자 보호자이기도 한 K기자와 한 종합병원 의사 Q의 대화로 구성해봤습니다. - 기자 말

지난 주 금요일, K는 '종양학 전문의와의 점심식사' 인터뷰를 위해 Q를 찾아갔다. Q는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며 인터뷰를 하기 전에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곳에서 먼저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K와 Q는 병원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공원 근처의 야외 테이블이 있는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음식은 무척 맛있었지만 공원을 지나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음식을 즐기기 어려웠다.

K : "선생님."
Q : "네?"
K : "'흡연자의 권리' 는 보호돼야 하는 걸까요?"
Q : "'흡연자의 권리'요…."
K : "네. 흡연자의 권리요. 흡연권이 혐연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사실 흡연이라는게 자기 몸에도 나쁘지만 간접흡연으로 인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잖아요. 그런 권리도 권리로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요?"
Q : "글쎄요. 저는 의사이지 판사나 사회학자가 아니니까…. 어느 정도까지 법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용인돼야 하는지 전문적인 의견은 말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암을 다루는 한 명의 의사로써 의견을 이야기해볼까요?"

모든 암의 원인 중 30%... 흡연

우선, 흡연이 문제다.
 우선, 흡연이 문제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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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네, 선생님. 모든 사람들이 담배가 몸에 해롭고, 특히 폐암 같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요?"

Q : "일단 큰 통계부터 살펴보면, 모든 암의 원인 중 흡연이 대략 30% 정도를 차지하고요. 나머지 70%에 음식, 감염, 직업, 유전, 음주, 환경오염, 방사선, 그 외 원인 미상 등이 전부 포함돼 있습니다.

한 가지 원인이 다른 원인 전체를 합친 것의 절반에 가까운, 아주 큰 요인이지요. 종양학 교과서의 서문에서도 '흡연은 사람이 조절할 수 있는 발암인자 중 가장 큰 인자'라고 적혀 있습니다. 또 다른 보고에서는 '흡연자의 절반은 흡연으로 인해 얻은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다'라는 내용이 있고요.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서 평균적으로 13년 정도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었네요.

흡연이 유발하는 대표적인 암으로는 폐암하고 후두암이 있습니다. 이들은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발암률이 대략 20배, 혹은 그 이상으로 보고하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뿐만이 아니라, 흡연은 두경부암, 식도암, 췌장암, 자궁암, 대장암, 방광암, 신장암, 간암, 백혈병 등 대부분의 암의 위험을 높이지요."

K : "네,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흡연의 해악은 정말 자명한 듯합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암은 어차피 '체질'이라며, 담배를 많이 피워도 오래 잘 사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Q : "흡연에 노출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정도로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암이 유발되는 정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지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훨씬 드물지만 폐암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소위 '슈퍼 건강 체질'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사람들은 담배를 피워도 되는 거냐 하면 그건 아니죠. 너무 당연한 얘기를 자꾸 하게 되는데, 담배 연기에는 공익광고 등에서 많이 보셨듯 많은 종류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폐암 유발 가능성이 낮은 체질이라고 해도, 담배를 피우면 당연히 암 발생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흡연 이야기를 하면 자꾸 폐암만 이야기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담배는 암 말고 다른 여러 가지 질병도 유발합니다. 심장질환, 폐질환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폐렴 등의 감염에도 취약하게 되고, 당뇨가 생길 위험도 높아지고요. 골다공증 위험도 높아지고, 위궤양 같은 소화기 질환도 생깁니다.

아, 그리고 치아질환도 생기네요. 구취도 발생하고요. 설령, 아주 특이한 체질이고 운이 좋아서 암에는 걸리지 않았다고 해도 장기간 흡연하게 되면 위와 같은 질환 때문에 특히 노년에 건강하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면에서라도 담배는 끊는 게 좋지요."

K : "정말 그러네요. 폐암이나 후두암 말고도, 담배가 유발하는 질병이 그렇게 많다니, 더 조심해야겠어요. 그런데 선생님,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데 폐암이 발생하는 것은 왜 그럴까요?"

비흡연자의 폐암과 간접흡연

골목 흡연. 이건 해악이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골목 흡연. 이건 해악이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 임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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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것은 참 안타깝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또,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으시던 분들이 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게 되면 더욱 정신적 충격이 크시지요. 의료진 입장에서도 안타깝고요. 전체 폐암 환자들 중에 대략 15%에서 20% 정도, 그리고 여성 폐암환자의 절반 혹은 그 이상 정도가 비흡연 폐암 환자입니다.

비흡연 폐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이 세워지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장 원인으로 의심되는 것 중 하나는 간접흡연인데요.

몇 가지 보고를 예로 들면, 프랑스의 한 연구에서는, 비흡연 폐암 환자 중 여성의 경우 79%가 간접흡연에 노출됐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수치가 좀 높게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다른 연구들도 간접흡연이 폐암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고요.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20만 명의 인구군을 대상으로 한 어떤 연구에서는, 직장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경우 비흡연 폐암 발병 위험률이 1.65배였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어려서 담배 연기에 노출된 경우 비흡연 폐암 발병률이 2.5배 정도 높았다는 보고가 있었고요.

뿐만 아니라, 간접흡연은 태아에게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2008년에 발표된 한 메타분석(여러연구를 통합해서 하는 분석) 에서는 간접흡연에 노출된 산모가 저체중아를 낳을 확률이 22% 높았다는 보고가 있었고, 2011년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간접흡연에 노출된 산모의 경우 사산률이 23% 높았어요.

누군가 담배를 피울 때, 그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 혹은 그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임산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태아에게까지 담배 연기로 인해 해를 끼친다면 얼마나 불합리하고 슬픈 일입니까."

K : "네, 선생님 말씀대로네요. 간접흡연이 태아에게까지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사실이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간접흡연 말고도, 비흡연자에게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있나요?"

Q : "일단 석면이나 비소 같은 발암물질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과거에 직업적 노출로 많이 문제가 됐었는데, 발암물질로 알려지면서 노출되는 빈도가 많이 줄었지요. 또 과거에 폐질환이 있었거나, 방사선에 노출됐거나 하는 경우도 보고된 바가 있고요. 폐암의 가족력이 있었던 경우에도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기오염도 원인으로 의심이 되고,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들도 발표가 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Cooking oil fume' 그러니까 우리말로 옮기면 '기름을 써서 하는 요리 중 발생하는 연기' 정도 될까요. 직업적으로, 혹은 일반 가정주부들도 요리를 하면서 이런 연기에 많이 노출될 경우 폐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K : "요리 때문에 폐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고요?"

Q : "네, 비교적 최근에 이런 연구들이 발표가 됐는데요. '기름을 써서 하는 요리 중 발생한 연기'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됐다는 연구들도 있고요. 특히, 중국음식처럼 고온에서 기름조리를 하는 경우 더욱 위험하다고 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고온 기름조리를 많이 하는 중국식 음식점과 저온에 끓이는 조리를 주로하는 인도식 음식점의 공기를 비교했는데, 중국식 음식점의 공기에서 발암물질이 더 발견됐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K : "요리 때문에 폐암이 생길수 있다니, 무서운 얘기인데요. 선생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Q : "일단은 가급적이면 요리를 할 때는 환기를 잘 하고, 후드를 켜 두고, 연기가 너무 발생하지 않는 조리방법을 택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네요.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요리 연기가 위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공적인 제재나 지침이 발표된 것은 없습니다. 추후에 대규모 연구 등을 통해서 이 사실이 좀 더 알려지면, 이에 대한 제도적 개입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흡연권에 대한 철학적 고찰

암 유발 최대요소... 바로 흡연이다.
 암 유발 최대요소... 바로 흡연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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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원래 생각해뒀던 주제 말고 지금 나눴던 흡연 관련 얘기만으로도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Q : "그러게요. 식사 중에 옆에서 담배를 태워 주신 분 덕분에, 주제를 떠올리는 수고를 덜었네요. 고맙다고 해야 할지…."
K : "아니오. 고맙다고 안 하셔도 돼요."
Q : "하하."

K : "그럼 선생님, 이건 암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흡연권, 특히 야외나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Q : "글쎄요…. 저는 사회학자가 아니라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그 질문을 듣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한 신문기사가 생각이 납니다. 최근의 기사는 아니고요. 1980년대의 기사였는데, 99세 고령의 영국의 한 국회의원이, 다른 의원들이 런던 2층 시내버스에서 흡연을 금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시하면서 흡연자 권익보호 운동을 펼쳤다는 기사였어요. 아, 이 기사가 1984년 기사네요. 그러면 이분은 1880년대 태생이시라는 건데…. 지금이야 흡연, 그리고 간접흡연도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요. K씨,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혹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언제쯤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을 것 같아요?"

K : "네? 글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담배는 몸에 안 좋다고 배워서요."
Q : "담배가 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의가 처음 제시되기 시작한 것이 대략 1940년대에서 1950년대에요. 물론, 당시에 담배회사들의 맹렬한 공격을 받았죠. 1960년대에도, 담배가 폐암을 유발할 거라고 정말로 믿는 미국의 의사는 3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는 담배가 몸에 안 좋다는, 혹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힌 게 그보다 더 늦었겠지요. 그러니 지금 주로 길거리 흡연 등의 문제를 유발하는 남자 기성세대들은 아마 그런 인식이 거의 없을 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는 흡연자가 사회악인 것처럼 매도되는 것이, 어찌보면 억울할 수도 있겠어요.

이상적으로는, 담배는 아예 마약처럼 불법으로 규정하고 제조 자체를 금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폐암 20배, 후두암 20배…, 그 외 다른 질병들…. 게다가 타인에게 끼치는 피해…. 이것은 기호식품이라기보다는 독극물에 가깝지요.

그런데 너무 멀리 와버린 거예요. 담배로 거둬들이는 세금수입이 연간 7조 원이나 되고, 담배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생각해야 하고, 과거 담배의 해악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흡연을 시작한 기성세대들은 억울한 마음을 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해도, '선악'은 구별돼야 하죠. 저는,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흡연은 '악' 이라고 생각합니다. '악'의 정의가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요.

그래서 저 자신도 흡연자였지만 끊었고요. 병원 구석진 곳의 화장실에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운 적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어요. 그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말이죠.

권리라는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때 고려할 수 있는 것이겠죠. 그러니까,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장소에서 흡연할 권리는 고려 가능하나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권리를 논할 수 없는 것이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당연히 제재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 :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도 거의 전적으로 동의해요."
Q : "별말씀을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담배를 끊는 방법과 담배를 끊었을 때의 이익에 대해서도 한 번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것도 흥미로운 주제거든요."
K : "아하, 그것 좋은 생각이네요. 그 때는 혹시 식사를 하게 되면, 담배 피우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지 살피고 먹어야겠어요!"
Q : "그러게 말이에요.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공적인 제재로 인해서가 아니라, 시민의식에 의해 자발적으로 없어졌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임채홍님은 현재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입니다.



태그:#종양학전문의, #암, #흡연,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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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고통을 수용하지만, 문제는 외면하면 더 커져서 우리를 덮친다. 길거리흡연은 언제쯤 사라질까? 죄의식이 없는 잘못이 가장 큰 잘못이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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