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21년 만든 미코시 가마와 749 만든 가라쿠라(唐鞍) 말갖춤입니다. 이 말갖춤은 국보로 지정된 것입니다.
 1921년 만든 미코시 가마와 749 만든 가라쿠라(唐鞍) 말갖춤입니다. 이 말갖춤은 국보로 지정된 것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13일 오후 시가현 시가라기 산속에 있는 미호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3월부터 이달 15일까지 불교 장엄구 장식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일본에 전해진 불교 장엄구 140여점을 모아서 특별 전시 중입니다.

불교에서는 신앙 세계의 위엄과 극락정토의 이상향을 나타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장엄구를 사용해 왔습니다.

일본에서는 불교뿐만 아니라 신사에서 사용하는 도구나 천황과 같이 특별한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도 신성시합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말갖춤도 가라쿠라(唐鞍)라고 하며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과 구별하기도 합니다.

특히 1921년 다이쇼 텐노 때 만들어진 가마는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이나 1945년 5월 29일 요코하마 대공습(横浜大空襲) 때에도 피해를 입지 않고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었다고 하여 신성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일본사람들은 신이나 왕이 타는 탈 것을 멋지게 만들어서 꾸미기를 좋아합니다. 신들을 가마에 태워서 사람들이 어깨에 메고 가면서 인간의 기원을 신에게 전하고, 신의 뜻을 인간이 받습니다. 그래야 복을 받고,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에서 불교 장신구나 신사의 가마가 화려한 것은 위엄과 이상향을 나타내려는 것도 있지만 불교가 귀족 불교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왕들은 은퇴하여 절의 주지가 되기도 하고, 왕실이나 귀족들이 스스로 스님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미타 상들입니다. 아미타는 극락정도에서 아미타를 신앙하는 신자들의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여 오래 전 일본 귀족들이 믿었습니다.
 아미타 상들입니다. 아미타는 극락정도에서 아미타를 신앙하는 신자들의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여 오래 전 일본 귀족들이 믿었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특히 일본에는 아미타여래가 많습니다. 아미타여래는 극락을 만들어 관리하며 죽은 영혼을 맞이하여 저승으로 안내하기도 합니다.

아미타 내영도는 죽는 사람의 시간에 맞추어 극락에서 이 세상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살아서 영화를 누린 귀족들이 두려움 죽음 앞에서 아미타여래를 신앙하면서 저승에서도 이승의 영화가 이어지기를 기원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축제나 신에 대한 관념이 소박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줄을 만들어 용줄이라고 하면서 신성시하고 벼농사의 풍요를 기원했습니다.

이 용줄로 마을 사람들이 남녀로 나누어 줄다리기를 하고, 마을 입석 당산에 둘둘 감아놓았습니다. 이것을 당산 옷입히기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야 풍년이 든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신들은 소박하고, 단순하고, 검소합니다.

           전라북고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당산제에서 줄을 메고 지신을 밟는 모습과 줄다리기가 끝나고 줄을 당산에 감아놓은 전라북도 김제시 월촌동입니다.
 전라북고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당산제에서 줄을 메고 지신을 밟는 모습과 줄다리기가 끝나고 줄을 당산에 감아놓은 전라북도 김제시 월촌동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일본 불교나 신앙의 화려한 장엄구를 보면서 우리나라 것들과 비교해보았습니다. 신앙은 증명을 필요로 하는 과학과 다른 세계입니다. 마음의 평화와 인간 존재의 근본을 묻는 존재론적 질문의 과정입니다.

화려한 종교 장신구가 마음의 평화나 존재론적 질문에 답을 주지 않습니다. 소박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뜻과 힘을 모아 줄을 만들고, 줄다리기를 하고, 다시 그 줄을 당산에 감아놓으며 당산에 풍년을 기원했습니다.

미호뮤지엄은 중국계 미국인 아이 엠 페이((Ieoh Ming Pei, 1917-)가 설계하여 지었습니다. 무릉도원을 주제로 건물 입구에서는 미술관 정면이 보이지 않지만 동굴을 지나고, 골짜기 건너 아스라이 지붕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건물 안에 들어서면 골짜기 위에서 넓은 세계가 펼쳐집니다. 이 과정은 나무꾼이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나타낸 것입니다.

미호뮤지엄 상설전에서는 실크로드를 주제로, 이집트, 아시리아, 페르시아, 인도, 이슬람, 중국 따위 여러 곳의 멋진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다음 여름철 특별전시는 6월 4일부터 7월 31일까지 차물을 끓이는 가마 전이 열립니다.  
   
           미호뮤지엄 입구에서 굴을 통해서 본관으로 가는 길과 미술관 안 행운목을 키워놓은 곳입니다.
 미호뮤지엄 입구에서 굴을 통해서 본관으로 가는 길과 미술관 안 행운목을 키워놓은 곳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전시 참고
미호뮤지엄, http://www.miho.or.jp/, 2016.5.13.

가는 법> JR오사카나 교토역에서 비와코선 전차를 타고 이시야마역(石山驛)에 내리면 미호뮤지엄행 테산버스가 있습니다. 전시기간 중 매 시간 10분에 출발합니다. 한 시간 쯤 걸립니다.

첨부파일
MIHO-20160513.pdf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미호뮤지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