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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항쟁 36주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5·18정신의 요체는 민주·인권·평화라고 말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민주·인권·평화의 5·18정신을 현재화하고 있는 현장과 사람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로 '오월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청년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광주 오월 알림이' 김동규 씨. 그는 지난 2014년 5월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 주세요>를 만들고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페이지를 통해 그는 5·18의 진실과 역사를 알리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광주 오월 알림이" 김동규 씨. 그는 지난 2014년 5월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 주세요>를 만들고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페이지를 통해 그는 5·18의 진실과 역사를 알리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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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6주년을 맞은 '광주 오월'은 여전히 지난한 싸움을 하고 있다. 이미 확인된 5·18의 역사적 사실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참혹한 죽음은 '조롱'의 재료가 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축소하는 '역사 지우기', 왜곡 사례가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보다 더 노골적이고 조직적이다. 지역감정(호남혐오)과 결합하며 증폭되는 양상이다.

수구 논객인 지만원 씨의 '5·18은 북한 특수부대가 광주에 침투해 벌인 무장폭동'이라는 주장과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게시 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색깔론 덧씌우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TV조선과 채널A는 북한 특수부대 침투설을 주장하는 탈북자의 발언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가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일베의 희생자 조롱에 충격"...'진실 알리기' 페이지 운영 3년째

그 정도와 빈도, 심각성은 2010년 이후 심해지기 시작했다. 광주지역 사회가 왜곡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하고, 당사자 등의 고소·고발을 통해 처벌을 하고 있지만, 왜곡은 멈출 줄 모른다. 이를 두고만 볼 수 없었던 21살 청년, 김동규 씨는 페이스북에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 주세요> 페이지를 개설,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 5·18 연구자인 안종철 박사가 <5·18 때 북한군이 광주에 왔다고?>라는 책을 펴내 북한군 침투설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처럼(관련기사 : "눈 뜨고 못 볼 5.18 왜곡... 일베는 이 책 읽어라" ), 김동규 씨는 '광주 청년'으로서 자신의 방식으로 진실 알리기에 나섰다.

김씨가 2014년 5월 개설한 페이지는 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14일 현재 페이지의 '좋아요'를 누른 이는 2만5470 명을 넘어섰다. 올 초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났다. 5월 들어 페이지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꾸준히 오월을 알려온 결과다. 페이지 게시 글, 동영상, 카드뉴스 등을 공유하는 횟수가 증가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2013년부터 5·18 역사를 왜곡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 같다. 특히 일베에 (당시 공수부대에 의해 희생당한 시민들의 시신과 관을 두고)'일광욕 중인 광주시민', '홍어 택배' 등으로 조롱하는 글이 게재되고 (그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을 보며 충격받았다. 지만원 씨처럼 '북한 특수부대 투입설' 등으로 왜곡하고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잘못 알려진 진실을 알리고, 일베나 보수언론 등이 왜곡하는 정보를 접하는 청소년과 젊은 세대에 오월 역사를 제대로 알려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었다."

이것이 페이지를 만든 이유다. "보수정권이 들어서 '5·18 지우기'를 하고, (정부 주관 기념식에서)'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못 하게 할 때부터 화가 났다"고 한다. 그는 "정부가 이러니 국가적 차원의 명예 회복은 됐지만 아직 '폭동'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새 진실마저 잊히고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4월 어느 날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다녀온 그는, 페이스북에 "5·18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실감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12일 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가 "페이지 운영을 더 열심히, 계속하겠다"라고 다짐하는 마음이 헤아려진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기억투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페이지에서는 5월 관련 이슈를 다룬 기사, 80년 당시 상황을 기록한 동영상, 김씨가 직접 제작한 카드뉴스, 역사 왜곡에 대한 비판 글을 볼 수 있다.

밤새워 만든 '카드뉴스' 인기, "소책자로 펴내 뿌듯"
 
지난 4월 19일 김동규 씨가 직접 제작해 페이지에 게재한 '90장의 카드로 이야기하는 5·18민주화운동'. 이를 공유한 이가 6천명이 넘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레드 페스타 주최 측은 이 카드뉴스를 청소년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소책자로 다시 엮었다.
 지난 4월 19일 김동규 씨가 직접 제작해 페이지에 게재한 "90장의 카드로 이야기하는 5·18민주화운동". 이를 공유한 이가 6천명이 넘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레드 페스타 주최 측은 이 카드뉴스를 청소년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소책자로 다시 엮었다.
ⓒ 페이지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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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당시 공수부대의 만행과 광주의 실상을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의 경우, 조회(재생) 횟수가 5만∼7만이 넘는 것들이 여럿이다. 최근에 그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카드 90장으로 말하는 5·18민주화운동'이다.

카드 90장으로 12·12 군사반란 등 5·18민주화운동의 배경, 전개과정, 공수부대의 참혹한 학살 현장, 10일간의 항쟁 과정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밤을 지새우며 제작한" 카드는 시기별·내용별로 나눠 게재하기도 했다. 카드를 제작하기 위해 그는 <5·18 그리고 역사>,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 1·2권>, <정사 5·18>) 등 책을 구해 읽고 계엄사 등 정부 공식 자료, 5·18기념재단 등 관련 단체의 자료를 꼼꼼히 살피고 확인했다.

"5·18이 어떤 배경에서 발생했는지, 어떻게 전개됐는지, 얼마나 많은 시민이 희생됐는지, 어떤 식으로 진상이 왜곡되고 있는지.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알리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에 쉽게 알려줄 수 있을까. 이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카드뉴스 형식으로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카드를 만들었다."

카드 90장. 넘겨 보기에 만만찮은 분량이지만 6000여 명이 공유하는 등 반향이 컸다. 카드뉴스를 접한 이들은 "소름 돋고. 가슴이 먹먹합니다(김재봉)"라며 그날을 되새기고, "언제쯤 광주민주화운동이 온전하게 우리 역사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까요?(염상섭)"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잊지 말자'는 다짐도 이어진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김동규 씨는 "페이지 운영을 위해 하루 평균 약 2시간을 들인다"라며 "혼자서 운영하며 어려움도 없지 않지만 '잘 봤다', '눈물을 흘렸다', '다시 오월을 되새기게 됐다'는 댓글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전두환, 회고록 아닌 '참회록' 써야", 왜곡 현상 "정부 책임"
 
지난 4월 19일 김동규 씨가 직접 제작해 페이지에 게재한 '90장의 카드로 이야기하는 5·18민주화운동'이 소책자로 재탄생했다. 이 책자는 21∼22일 금남로에서 열릴 예정인 레드 페스타 현장에서 배포된다.
 지난 4월 19일 김동규 씨가 직접 제작해 페이지에 게재한 "90장의 카드로 이야기하는 5·18민주화운동"이 소책자로 재탄생했다. 이 책자는 21∼22일 금남로에서 열릴 예정인 레드 페스타 현장에서 배포된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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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제작한 90장의 카드는 소책자로 재탄생했다. 21,22일 금남로에서 진행될 '5·18 청소년 문화제(레드 페스타 Red Festa)'에서 배포될 예정이다. "책자로 만들어 청소년들과 나눠 읽자"는 레드 페스타 주최 측의 제안에 그도 흔쾌히 함께 했다.

14일 저녁부터 '광주 오월 손글씨 릴레이'를 시작했다. 각자가 손수 쓴 오월 관련 글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지 메시지로 보내면 운영자가 올려준다. 그는 페이지 타이틀 해시 태그, 함께 할 페북 친구 3명 이상 태그하기를 "잊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손글씨 릴레이는 27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혼자 운영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의 응원과 공유로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 주세요> 페이지는 '모두의 기억 공간', 오늘의 오월 정신을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됐다. 페이지를 처음 만들 때(2014. 5.) 그는 역사·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고등학생(3학년)이었다. 한 고려대생의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대자보가 이슈가 됐던 2013년, 그는 몇몇 친구들과 <광주는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 경험이 '광주 오월 알림이' 활동에 동기부여가 됐다.

그는 5·18 왜곡 현상에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1997년 처음으로 열린 정부 주관 5·18기념식 때부터 아무 문제 없이 제창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을 거론하며 "(색깔론과 제창 논란을)바로 잡아야 한다"고 정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최근 사실 여부로 설왕설래하고 있는 '전두환 회고록 출간' 관련 보도, '광주 방문과 총체적 유감 표시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 등에 김동규 씨는 "황당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측근을 자처한 김충립 씨는 5월 단체 대표를 만나 "(전두환의) 신변안전과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해준다면 광주 방문과 총체적 유감 표시를 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논란이 일자 또 다른 측근은 "그런 일은 없다"고 밝혀 그 속내를 종잡을 수 없다.

"전두환은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을 써야 할 사람이다. 신변보호,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 광주 방문, 총체적 유감 표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가 예우해야 할 사람이 아니다. 발포 명령은 누가 했느냐? 군사반란, 계엄령 선포와 전국 확대, 내란, 항쟁 후 국보위 결성 등을 통해 권력을 탐한 전두환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당시 군사반란과 내란의 수괴, 내란목적살인의 책임자로서 감춰진 진실을 밝혀야 하고 진심 어린 사죄와 참회가 먼저라는 것이다. 그는 "꾸준히 더 열심히 진실을 알릴 것이다"라며 "80년 5월 당시 참혹하게 희생되신 시민, 한분 한분의 삶과 죽음을 카드뉴스로 제작할 계획이다, 그래서 포토샵을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리 형제, 우리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숨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최후까지 싸울 것입니다."

오월 광주를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의 주인공인 간호사 박신애(이요원 분)가 항쟁 막바지에 간절한 목소리로 했던 거리 방송. 2016년 5월,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 주세요"라는 청년 김동규의 호소와 다짐으로 이어진다. 오늘도 그는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상황을 정리한 카드뉴스로 진실을 알리고 있다.

태그:#김동규,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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