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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송치되는 여교사 성폭행 피의자들 10일 오후 전남 목포경찰서에서 신안 모 섬 여교사를 성폭행한 강간치상 혐의를 받고 있는 3명의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돼 호송차에 오르기 위해 경찰서를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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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면 안 넘어올 남자가 어딨어.""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공무원이 어떻게 처녀가 술을 떡 되게 그렇게 먹냐고."위의 말들의 출처가 어딘 줄 아는가. 바로 '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 마을 주민들의 입이다. 혹시 이글을 보는 당신은 3개 중에 몇 개를 동의하는가. 아니면 적어도 몇 퍼센트를 동의하는가.
사실 내가 사는 경기 안성에서도 몇 년 전에 정신지체 장애여성을 동네주민 등이 성폭행을 해서 뉴스가 된 적이 있다. 오랫동안 한 여성을 성폭행했지만, 그때도 마을 주민의 반응, 심지어 범행당사자들의 반응까지도 '신안 섬 주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성범죄 사건이 터지고 나면, "여자가 짧게 입고 다니니까 그런 거 아니냐. 여자가 그런 빌미를 준 거지. 남자만 잘못했다고 하기엔"이란 반응이 심심찮게 터져 나온다.
이런 이야기들이 하나의 의견이라는 점에선 무시할 순 없지만, 사실 그런 반응은 위 사건의 본질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여성의 처신을 문제 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전형적인 곡해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오로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집단 성폭행이 이루어진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더 가슴 아픈 일은 그런 일을 당한 피해여성이 으레(?) 두 번 죽임을 당한다는 거다. 이런 우리 사회의 메커니즘은 조선 시대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신안 사건' 또한 남성 몇 명이 벌인 사건이지만, 그건 우리 사회가 저지른 폭행이기도 하다. 여자의 처신을 문제 삼는 우리의 사회의식이 집단 성폭행을 유발하고 있다. 그것은 피해여성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심에다가 죄책감까지 덤으로 안겨주는 잔인한 일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을 넓혀보면 '여성의 처신'을 문제 삼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알 수 있다. '그 피해 여성이 내 딸이었다면, 내 누이였다면, 내 여자 친구였다면'이라고 한 번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찌 감히 '여성의 처신 문제'를 논하겠는가.
언제까지 우리사회는 피해여성을 두 번 죽일 셈인가. 아니 한 번 죽이는 일도 멈출 셈인가. 지금 이 시간도 피해여성은 얼마나 괴로울까. 그녀의 부모들은 또 얼마나 아플까. 우리 사회가 집단성폭행이란 일을 예방하는 것과, 그런 일이 있은 후에도 그 가정을 따스하게 위로하며, 치유에 같이 힘쓰는 사회가 된다는 건 정말 요원한 일인가.
피해여성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내게도 딸(23세)이 있고, 곧 있으면 대학을 졸업해 사회로 나간다. 더 이상 딸 가진 부모가 죄인이 되는 사회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