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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시청 기자실에서 종종 기자회견을 연다.
 시민단체들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시청 기자실에서 종종 기자회견을 연다.
ⓒ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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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기자실 좀 이용할 수 있나요?"
"어딘가요?"

"대구환경운동연합입니다."
"시청기자실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아니 왜요? 시청기자실은 기자들이 기사 쓰기 위해 모여있는 공간이고, 기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라 그곳에서 기자회견을 많이 하잖아요?"
"글쎄, 시청기자실에서는 기자회견을 할 수 없어요. 시청 앞에서 하면 되잖아요?"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추가 피해자 발표 및 추모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서 실내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전국 순회 기자회견 형식 발표라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대구시청기자실이 딱 좋을 듯했지요. 그래서 문의를 해본 것인데 무조건 안된다는 답이 돌아오니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시청기자실을 이용하고 있는 기자에게 통화를 해서 알아봤습니다.

"시청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되지요?"
"시청기자실 주무관을 통하면 될 겁니다."

"그런데 미리 알아봤더니 시청기자실에서는 기자회견을 할 수 없다고 하던데요."
"그래요? 대구시에서는 한번씩 기자회견을 하던데요."

"아니, 대구시는 기자회견을 한다구요?"
"예, 한번씩 대구시가 알리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하지요."

"뭐라구요. 그럼 대구시는 기자회견을 할 수 있고, 외부 단체에서는 기자회견을 못한다구요.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요?"

그래서 다시 시청기자실 담담 주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습니다.

"아니 시청기자실 출입하는 기자에게 들으니, 대구시는 시청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면서요. 그럼 시는 되고 시민단체는 안된다는 소리인가요? 이게 어느 나라 법입니까?

"시청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있다면 무수한 단체에서 몰려올 것인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주무관 같은 분들이 계시는 거 아닙니까? 꼭 기자실을 이용해야 하는 기자회견은 할 수 있어야지 무조건 안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다른 지역들 보세요, 시청기자실에서 수시로 기자회견이 열립니다.

이번에 우리가 준비하는 기자회견은 가습기 살균제 추가피해자 발표로서 추모의 성격도 있어서 촛불퍼포먼스도 하려고 해서 실내 공간이 필요해서 그런 겁니다. 이런 경우는 시청기자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튼 시청기자실 이용은 우리가 정한 게 아닙니다. 출입하는 기자들이 정한 겁니다. 기자들이 그렇게 정했으니 그리 아십시오."

시민 위에 군림하는 행정은 사라져야

"타 지역에서는 이렇게 시청기자실을 이용해서 기자회견을 자유롭게 벌이고 있습니다."
 "타 지역에서는 이렇게 시청기자실을 이용해서 기자회견을 자유롭게 벌이고 있습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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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시에서 제어를 못하는가요? 주무관 같은 분이 그 자리에 계시는 건 그런 일을 하라고 계시는 거 아닌가요? 이런 불합리한 관행이 어디 있어요? 대구시는 시청기자실을 이용할 수 있고, 시민들은 기자실을 이용할 수 없는 이런 불합리한 관행은 대구뿐입니다. 제발 합리적인 행정을 해주세요.

이것이 대구시 행정의 일단입니다. 시민단체가, 시민이 시청기자실 이용해 기자회견도 할 수 없는 곳이 대구입니다. 그 불합리한 관행도 고칠 생각조차 않고 그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곳이 바로 이곳 대구입니다.

시민 위에 군림하는 행정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불합리한 제도는 문제제기가 들어오면 겸허히 수용해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꿔야 합니다. 그것이 선진행정이고 시민을 위한 행정이고, 다음번에도 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행정입니다.

변화는 큰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런 사소하고 작다고 생각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시민을 위한 대구시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대구시청, #고담대구, #기자회견, #가습기 살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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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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