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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경기지사가 33살의 젊은 나이에 정계에 입문했을 때 그를 '오렌지족 정치인'으로 보는 따가운 시각이 있었다. 자수성가한 기업가이자 정치인(14, 15대 국회의원)인 남평우 전 의원의 아들이라는 점과 곱상한 외모에 세련된 패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었다.

하지만 남 지사는 한나라당 소장파 모인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를 이끌면서 '소장 개혁파'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와 국회 국가모델연구모임 대표로 활동하면서 더 큰 꿈을 향한 '패러다임 전환'까지 시도했다.

남 지사가 지난 2011년부터 '독일모델'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것도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과 관련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정치인 에르하르트 전 총리를 자신의 역사적 멘토로 생각하고 있고, 독일을 지탱해온 연정(Koalition)과 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chaft)는 그에게서 '지방정부 최초의 연정'과 '공유적 시장경제'로 되살아났다.

17일 세종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
 17일 세종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
ⓒ 세종포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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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그렇게 독일모델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남 지사는 지난 17일 오후 지역 중견언론인 모임인 세종포럼(총무 김대원 <무등일보> 서울취재본부장) 초청 토론회에서도 "독일이 저에게 여러 가지 감동을 줬다"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히틀러 파시즘으로 인해 패망국으로 전락했는데 70년 만에 세계 1위 국가가 됐다"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한 지도자로 에르하르트 전 총리를 들었다.

남 지사는 "에르하르트 총리가 히틀러에게 잡혀 죽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만들어낸 모델이 정치 연정과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현 독일 체제다"라며 "에르하르트 총리처럼 한국의 정치인들도 욕을 먹더라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는 "그것이 독일에서 배운, 제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고, 독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라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독일의 슈레더와 메르켈 사이에 연정이 가능한 이유는 두 사람이 훌륭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시스템이다"라며 "누가 지고 누가 이긴 것이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처럼) 한 명(메르켈)이 집권했으면 (슈뢰더가 추천한) 한 명은 장관이 됐다"라며 "우리나라처럼 (한 명은) 감옥에 가고 (한 명이)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 지사는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인 협치, 즉 연정이다"라고 전한 뒤 "어떻게 협치가 되느냐 하면 권력을 나누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권력을 나누지 않는 협치는 다 사기다"라고 지적했다.

남 지사는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을 때 가장 큰 것을 얻는다"라며 "여기(연정)까지 오면서 공과가 있겠지만 우리는 더 들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정무부지사 인선 권한을 야당에 넘기는 수준에서 지방장관제도까지 도입하는 수준까지 나아가겠다는 포부다.

남 지사는 "법에서는 금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정치적으로 무보수 명예직 지방장관을 대여섯명 정도 임명할 예정이다"라며 "내각제적 요소(지방장관제도)를 도입해서 같이 의사결정하면서 권력분산을 (더 깊이) 실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력과 특권의 상징인 청와대와 국회부터 세종시로 옮기자"

남 지사는 대한민국을 중대한 위기로 몰아간 문제로 ▲ 정치갈등 ▲ 저출산 ▲ 저성장 ▲ 청년실업을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이 리모델링(remodeling)하는 정도가 아니라 리빌딩(rebuilding)하는 정도가 돼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며 "문제의 원인은 기득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 지사는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 권력과 경제(돈)이 다 모여 있는데 그렇게 돈과 권력이 몰려 있으면 왜곡이 일어난다"라며 "한때 그러한 집중이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을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끝났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남 지사는 "거꾸로 정치와 경제, 기득권이 대한민국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제대로 분산시키고 해체해야 한다"라며 최근 '남경필발 이슈'로 주목받았던 청와대.국회 세종시 이전을 다시 언급했다. "일단 정치권력의 상징인 청와대와 특권의 상징인 국회부터 세종시로 옮기자"라는 것이다.

남 지사는 "집값, 저성장, 교통 등의 문제를 풀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 중에 하나가 정치권력을 (수도권에서) 떼어내는 것이다"라며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해 서울은 경제수도, 정치수도는 세종시로 나누는 국토 리빌딩부터 하자"라고 말했다. 그것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면 개헌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새누리당이 왜 졌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또한 남 지사는 "리더의 대표적인 직업이 선장인데 선장의 역할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나 '어디로 가느냐?'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깜깜한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을 쥐고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 선장의 첫 번째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새누리당이 헤매는 이유도 그렇다"라며 "국민이 (총선을 통해) '왜 졌는지 아느냐?', '너희들이 집권하려면 뭘 해야 하는지 아느냐?'고 질문을 던졌는데 새누리당은 그 첫 번째 질문부터 답을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 지사는 "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졌는지를 알아야 해법이 나온다"라며 "왜 졌는지를 모르니까 저 난리가 일어나고 있다,(그래서) 혁신 비대위가 해야 할 일은 왜 졌는지를 아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예를 들어서 잘못된 공천이 우리 지지층을 변하게 했다면 잘못된 공천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복당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라며 "그런데 그런 과정(왜 졌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과정)도 없이 복당부터 시키려고 하니까 난리다"라고 꼬집었다.

남 지사는 "혁신 비대위가 새누리당이 왜 총선에서 졌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하면 나머지 혁신은 이루어진다"라며 "지금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전당대회에서라도 왜 졌는지, 왜 국민이 새누리당을 심판했는지 그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태그:#남경필, #세종포럼, #세종시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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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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