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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6일 오전부터 경찰이 지난 4.13총선 당시 낙천낙선운동을 벌인 2016총선시민네트워크(2016총선넷) 관련 단체 압수수색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앞에서 경찰수사관들이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 참여연대 압수수색 마친 경찰 지난 6월 16일 오전부터 경찰이 지난 4.13총선 당시 낙천낙선운동을 벌인 2016총선시민네트워크(2016총선넷) 관련 단체 압수수색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앞에서 경찰수사관들이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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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걱정과 위로의 전화 감사했습니다. 통화를 끝내고 생각해보니 좀 놀라신 음성이었는데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한 것 같아 메모를 납깁니다.

지난 6월 16일 아침, 문자 한 통이 날라 왔어요. 서울지방경찰청이 참여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4월 총선 기간에 활동했던 '2016총선시민네트워크'가 선거법을 위반했다고요.

사무실에 들어서니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상근 활동가들과 급하게 달려온 변호사들이 현장을 감시(?)하고 있더군요.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있는지, 이 사건과 관련 없는 참여연대 서류가 휩쓸려 들어가는지 확인하는 거지요. 낙선운동을 시작한 이래 압수수색은 처음 있는 일이거든요.

네~ 선배, 맞아요. 이 건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한 건이에요. 시민사회연대회의와 참여연대 사무실 두 곳과 참여연대 안진걸 처장, 이재근 정책실장, 연대회의 이승훈 사무국장,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의 자택 네 곳이 표적이었습니다.

낙선운동은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 아닙니까

낙선운동은 2000년 총선연대 활동 이래 선거 때마다 했었죠. 시민단체의 권리이자 의무 아닙니까? 20대 총선에서는 지역과 의제별로 기구를 만들어 낙천·낙선운동을 한 겁니다. 1000여 개 시민단체의 공개적 활동인 만큼 조사를 하려면 먼저 자료제출이나 관련자의 출석요구를 통해 확인했어야죠. 필수적 단계조차 거치지 않고 사무실과 시민운동가의 자택과 휴대폰·자동차·USB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과도한 공권력의 집행인 거죠. 앞으로 큰 쟁점이 될 겁니다.

선배, 저에게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가 아니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물으셨죠? 총선넷은 4월초 집중낙선대상자 35명과 정책과제 38개를 뽑았어요. 형식은 표본대상이 없는 인기투표 방식의 이벤트였어요. 지금까지의 낙선운동에서 온라인 시민투표는 이번이 첫 시도였습니다.

이 중에서 최악후보 10명(worst 10)과 최고정책 10개(best 10)를 다시 뽑아 발표한 겁니다. 헌법과 선거법 그리고 국제인권규범이 보장하는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새로운 이벤트로 실현해 본 셈이죠. 공직선거법 108조의 여론조사가 아니므로 사전신고 대상 또한 아닌 거지요. 이를 위법하다고 압수수색하는 것은 시민의 표현의 자유에 재갈 물리는 것이라는 혐의를 받지 않을까요?

2016총선시민테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 선거사무소 인근에서 오 후보의 낙선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낙선투어 1번, 종로 오세훈 후보' 2016총선시민테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 선거사무소 인근에서 오 후보의 낙선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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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도 아시다시피 부적절한 후보에 대한 공천반대나 낙선운동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잖아요? 또 기자회견이나 홈페이지에 낙선자명단 발표도 가능하고요. 다만 사진·벽보·인쇄물 배포나 현수막 설치, 집회·서명운동을 불허하고 있지요.

사실 이 부분에서 혹여 빌미를 주지 않을까 고심하고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답니다. '문서·도화·시설물 등 통해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고발내용에 대해 안진걸 처장은 "구멍 뚫린 피켓을 사용했으므로 무죄"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수사 기본 무시한 채 대규모 공권력 투입한 이유는 뭔가

낙선 기자회견이 공직선거법 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위반이라고요? 아닙니다. 후보자, 정당 이름, 사진 등을 적시한 한 적이 없거든요. 선거기간 중 집회금지를 지켜 기자회견을 통해 의견표명을 했고요. 이 때 기자들이 항상 동행 취재했답니다. 방향을 정해두고 몰아가는 식의 수사가 아니라면 객관적으로 입증해 줄 제3자들이 다수 있는 거죠.

도대체 왜 공소시효 6개월인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이렇게 수사의 기본도 무시한 채, 이례적으로 뒷북을 치며, 대규모 공권력을 투입하는 걸까요? 선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적어도 선거 패배에 대한 분풀이는 아니길 바랍니다. 시민단체 흠집내기나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적 수사여서는 더욱 안 되지요.

지금은 총선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정확히 규명해서 왜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는가? 정치철학 없는 이합집산, 당내 계파갈등, 공천을 둘러싼 끝없는 잡음에 등을 돌린 건 아닌가? 그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세월호, 메르스, 일본군 위안부, 국정교과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유권자의 마음이 여전히 납덩이처럼 가라앉아 있는 건 아닌가? 국민의 삶을 외면한 현 정권의 독주에 마음을 닫은 건 아닌가? 반성하고 국민에게 엎드려 다가가야 할 때입니다. 바로 지금은.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강자님은 참여연대 공동대표입니다. 이 글은 월간 <참여사회>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총선넷,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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