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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아침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1도크 블록 안에서 하청노동자 김아무개(42)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런데 김씨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던 사실이 알려져 더 관심을 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업체 성산기업 소속인 김씨는 이날 오전 8시 10분경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협력업체 직원이 이날 아침 작업하러 들어갔다가 발견해 신고했던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10일 오전 대우조선에 출근한 출입증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날 늦은 밤이나 다음 날인 11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의 유류품에서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김씨는 1남 4녀 중 막내로, 결혼해 부인과 사이에 5살 아이를 두고 있다. 경찰은 유가족과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고인의 시신은 거제 대우병원에 안치됐다.

거제 대우조선해양.
 거제 대우조선해양.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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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폐업에 5월 말경 민주노총 찾아 상담하기도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이전에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 '삼원'에서 물량팀장으로 일해 왔다. 삼원은 임금 체불된 상태에서 지난 5월 13일 폐업 통보를 받았다.

고인을 비롯한 삼원 노동자들은 체불임금 해결과 고용보장을 요구했고, 이들은 민주노총 거제시지부를 찾아 상담하기도 했다.

당시 상담했던 이승호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지난 5월 말경으로 기억된다. 민주노총 거제지부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고인을 비롯해 8명이 찾아와서 임금체불 등에 대해 이야기 했다"며 "그래서 법과 제도로 해결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기에 정문 앞에서 농성이라도 하면 돕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삼원을 인수한 업체 대표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관리자는 체불임금의 70%만 받고 계속 일하든지, 체불임금 100%를 받고 나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제안했다"며 "이에 많은 노동자들이 체불임금 70%만 받고 일하는 것으로 했지만, 고인을 포함한 25명은 체불임금 100%를 받고 대우조선해양을 나왔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이후 25명 중 일부는 인근 거제 한 대형 조선소 사내하청업체에 입사지원을 했고 서류가 통과되어 신체검사까지 받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입사 불가 통보를 받았다"며 "고인의 동료 증언 등에 의하면 '단체행동' 등의 이유라 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한 달 동안 취업을 못하다가 지난 6월 14일 신체검사를 받고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인 성산기업에 물량팀 노동자로 취업했다. 그런데 취업 1주일 정도 뒤에 원청업체에서 고인을 내보낼 것을 요구했다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대책위는 "복수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증언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을 취업시킨 것에 대해 성산기업 사장한테 문제제기를 하고 고인을 내보낼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어렵게 다시 취업했는데 한 달도 일하지 못한 채 결국 고인은 현장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며 "대우조선해양이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고, 그에 따라 고인을 해고시킬 것을 요구한 사실은 명확하다. 하청노동자 블랙리스트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는 없고, 해당 협력사에 확인했다. 그리고 고인을 해고시키라고 요구한 사실도 없다"며 "아직 유서도 나오지 않았고, 사망은 다른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그:#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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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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