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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역사) 교과서로 배우면 정통성이 오히려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 청와대 출입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에서 밝힌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대한 국정화 추진 이유다. 남북 분단의 특수상황에서는 '북한식 통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일 에버트재단 청년시민교육 총괄 책임자인 한케 박사.
 독일 에버트재단 청년시민교육 총괄 책임자인 한케 박사.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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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은 검정교과서였지만, 북한은 국정교과서였다. 한국도 내년 3월부터 북한과 일부 독재국가들처럼 국정으로 바뀐다.

'국정교과서의 분단국가 필요론'에 대해 동서 분단을 겪은 독일교육 학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1일, 방한 중인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청년시민교육 총괄 책임자인 슈테파니 한케 박사는 "분단 때문에 역사 국정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편협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정부가 하나의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이유는 분단체제에서 국민의 생각을 통일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해 대해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서다.

1990년 통일 전까지 서독은 주별로 제각기 다른 검정교과서였지만, 동독은 단 하나의 국정교과서였다.

에버트재단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최초의 독일 대통령인 에버트를 기념하기 위해 1925년에 설립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정치 재단이다. 이 재단은 1960년부터 한국에도 사무실을 설치한 뒤 한국과 독일 사이의 대화 창구 노릇을 하고 있다.

한케 박사는 이날 오후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이사장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가 연 '보이텔스바흐 협약 토론회'에서 발제한 뒤 한국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등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스벤 슈베어젠스키 에버트재단 한국 사무소장도 한케 박사를 거들었다.

"주마다 다른 교육과정, 독일의 강점"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독일의 교과서와 교육과정은 어떤 체제인가?
"독일의 장점은 교과서와 교육과정이 탈중앙화 되었다는 거다. 그래서 주마다 자체 교과서와 교육과정이 있다. 역사 교육과정만 해도 주마다 방향에서부터 차이를 보이기까지 한다. (교육계에서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 독일의 강점이라는 신념이 있다."(한케)

- 역사 교과서가 아닌 역사 교육과정도 주마다 다르다는 것인가?
"그렇다. 한 나라에서도 다른 입장이 존재할 수 있다.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도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과정 등에서) 하나로 합의를 이뤄낼 수가 없다."(한케)

- 한국 정부는 '하나의 역사를 가르치겠다'면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국정화 논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서 정확한 답을 드리기는 어렵다. 독일은 '민주주의의 강점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이전 서독에서도 정치신념과 역사에 대한 관점이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교과서는 불가능했다. 보이텔스바흐 협약도 이런 다양한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한케)

1976년 탄생한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현재 유럽 등지에서 '정치 역사교육의 헌법'이라고 불리는 교육 대원칙이다.

이 협약은 당시 서독 보수정당인 기민련 소속 정치교육원장이 좌우 정치세력 3000개를 모아 보이텔스바흐라는 지역에서 일주일간 열띤 회의를 벌인 끝에 탄생했다. 내용은 강제 주입 금지, 논쟁이 있는 내용은 수업도 논쟁적으로, 학생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학습 상황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는 3대 원칙으로 짜여 있다.

에버트재단이 만든 정치역사교육 자료.
 에버트재단이 만든 정치역사교육 자료.
ⓒ 에버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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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때문에 국정교과서? 편협한 생각"

- 독일도 역사 논쟁이 있었나?
"80년대 중반 역사논쟁이 크게 있었다. 내용은 나치정권에 대한 재해석에 대한 것이었다. 거의 1년 동안 언론이 보수와 진보 양쪽의 의견을 실었다. 이 기나긴 기간 동안 논쟁을 통해 얻은 결론은 '합의를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슈베어젠스키)

- 한국정부는 국정교과서 추진 이유를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 두고 있기도 하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 생각을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너무 편협한 생각이라고 본다. 이런 것들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한케)

- 중앙정부가 주 정부를 상대로 역사교육에 대해 간섭하지는 않나?
"독일에는 주마다 교육감이 있다. 그런데 역사교육에 대해 중앙정부에서 어떤 형태의 지시도 없다."(슈베어젠스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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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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