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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이면 최저임금이 얼마로 정해지는지가 쟁점이 된다. 지금 현재 한국 사회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들의 삶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 건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또한, 한 발 더 나아가 최저임금을 넘어 노동자들이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하게 살기 위해, 노동자들의 필요에 기반 한 건강 소득의 필요성을 고민해보았다. - 기자말

알바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가 최저 임금 1만원 인상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알바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가 최저 임금 1만원 인상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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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이다. 법정 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일한다고 했을 때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은 126만270원이 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이 정도의 소득으로 인간답게 살기란 굉장히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23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 평균 점심값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끼 점심값이 6566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최저임금 시급으론 밥 한 끼조차 해결할 수 없다.

한편,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되면 그 부작용으로 ▲ 고용이 감소하고 ▲ 실업이 증가하며 ▲ 중소자영업자가 몰락하고 ▲ 급기야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인 소득불평등 개선효과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이슈페이퍼 '소득불평등 개선, 경제위기 해법, 최저임금 인상으로 희망을 말한다.')

지난 6월 17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가 264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 중 13.7%) 집계되었다. 2001년 8월 59만 명 (전체 노동자 중 4.4%)에 비해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또, 올해 3월 기준으로 딱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185만 명 (전체 노동자 중 9.6%)이라고 하니 약 450만 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만을 받거나 이조차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4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전체 임금노동자의 48.3%가 한 달 200만 원 미만을 받고 있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한국 전체 임금 노동자 중 절반인 약 900만 명이 저임금 빈곤 상태에 있다해도 무방하다.

이렇다보니 최저임금 결정에 따라 소득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 비중 또한 2001년 2.1%에 불과했던 것이 2016년엔 18.6%로 높아졌다. 민주노총의 경우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약 600만 명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최저임금은 몇몇 소수의 저임금 빈곤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은 미혼 독신 노동자의 생계비를 근거로 산출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해외 연구 사례를 통해 최저임금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최저임금 올리니 몸도 튼튼?!'이라는 기사에서 미국 건강연구협회(Health Research Associates)의 연구를 소개했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2년 동안 미국의 최저 임금 수준 변화가 저임금 근로자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했는데, 최저임금 수준이 높을수록 노동자의 보건의료 접근성이 향상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경향신문>은 지난 4월 영국 오스퍼트대학, 리버풀대학,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 런던 위생, 열대의학대학원 연구진이 학술지인 '보건경제학'에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며 1999년 영국에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이후 임금이 향상된 노동자들에게서 우울증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 "최저임금은 '항우울제'와 같아"... 영국 최저임금제 도입 후 우울증 감소)

영국 정부의 가구 패널 조사 대상인 인구집단에서 추출하여 1991년부터 2009년에 이르는 기간 전국 약 5500만 가구와 개인 1만 명 표본을 추출하여 통상 우울증 등 정신건강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일반건강설문'(GHQ)을 이용해 설문 조사를 하고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확인한 것이다.

데이비드 스터클러 옥스퍼드대 교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면 금전적 여유로 인해 불안감과 우울증세가 완화되어 그들에게 정신건강에 항우울제를 처방한 것과 같은 정도의 강력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인 즉, 노동자가 삶을 살아가는 데 최소한의 임금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불안감과 우울 증세가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저임금 빈곤 노동자들은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벌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잔업과 특근을 맞바꾼다.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공단 노동자들의 경우 잔업과 특근이 많은 직장을 찾아 옮겨 다니기도 한다.

장시간 노동은 결국 노동자들을 안전사고와 각종 직업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몬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빈곤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과 임금을 맞바꾸고 잔업과 특근에 목을 매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재현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일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최저임금, #노동자건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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