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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소개하기 조금 껄끄럽지만 조영남씨의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가사가 정말 어울리는 노선이 있습니다. 충북선, 태백선과 함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동서축 간선 철도노선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낙후된 노선과 가장 최신의 개량된 노선의 표본을 모두 보여주는 철도노선이 바로 경전선입니다.

2016년 7월 14일, 진주에서 하동을 잇는 약 44.3km의 구간이 신선으로 이전됩니다. 폐선되기 4일 전 다녀온 진주와 하동 간의 간이역 풍경을 담고, 폐선의 사용 방향에 대해 간단히 짚어본 2부작 르포를 연재합니다. 상편에서는 사라지는 6개 간이역의 풍경을, 하편에서는 경전선 폐선의 활용 방향에 대해 간단히 짚어봅니다.

진주역과 유수역을 잇는 철교. 꽤나 오래된 모습이다.
 진주역과 유수역을 잇는 철교. 꽤나 오래된 모습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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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출발해 김해의 삼랑진까지 잇는 300여km의 긴 노선 중, 삼랑진과 마산을 잇는 구간의 개량으로 시작해 광양과 순천을 잇는 구간까지, 경전선의 순천-삼랑진 구간은 지난 10년 동안 괄목할 정도의 많은 개량을 거쳤다. 광양항역에서는 막 만들어진 때깔 좋은 철강이 화차 위에 실리고, 진주와 마산을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진영읍에는 KTX가 들어올 정도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역은 대도시와 가까워지고, 더욱 빨라지기 위해서 하루에 승객이 한두 명도 채 타지 않았던 읍면지역의 간이역을 점점 리모델링하고 폐쇄하기 시작했다. 진례역, 한림정역은 원래의 조그마한 간이역 역사를 떠나 콘크리트와 유리로 만든 멋진 역사에서 승객을 받기 시작했고, 창원 덕산의 조그만 역이었던 덕산역은 이설로 인해 화물만을 받는 작은 기차역이 되었다.

2012년 진주-마산 간 KTX가 개통하면서 산인역, 갈촌역, 남문산역, 평촌역 등 아름다운 풍광을 가졌던 간이역이 대거 사라지면서 많은 철도 팬들이 안타까움에 빠진 것도 겨우 4년이 지났다. 그런데 올해 6월에는 광양 외곽의 골약역과 옥곡역을 폐지한 데 이어 7월에 경전선의 경상도 구간을 모두 복선화시키면서 6개의 간이역을 모두 신역사로 옮기게 된 것이다.

7월 14일 0시를 기해 진주에서 광양까지는 복선화가 이루어져 더 이상 좁다란 단선 철길을 굽이돌며 열차가 다니지 않는다. 하루 네 번 다니는, 길지 않은 '로컬철도'에는 이마저도 꽤 큰 사치요 지방 간 교통망에도 철도가 다시 득세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러면서 호젓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조그만 간이역들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된다는 안타까움도 겹친다.

진주 내동마을 안쪽에 있던 한적한 간이역이었던 유수역부터 사천시의 관문인 '무배치간이역' 완사역, 사천 원전마을의 한쪽 끝에 홀로 남겨졌던 다솔사역, 가수 나훈아가 정겹게 부르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기차역'인 북천역, 버스정류장만 한 조그만 벽돌가 건물 아래에서 아직 영업하고 있는 최후의 '응답하라 간이역'인 양보역, 명예역장의 손길이 남은 간이역인 횡천역, 그리고 녹차 다원 아래의 '간이역 같은 군의 얼굴마담'인 하동역까지. 진주부터 하동까지 7개의 기차역을 다녀와 보았다.

이미 열차가 멎은 유수역에는 정적만이 흐르고

유수역의 모습. 철로에 이미 벌겋게 녹이 슬어있다.
 유수역의 모습. 철로에 이미 벌겋게 녹이 슬어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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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시내에서 40분에 한 대씩 다니는 완사행 시내버스를 타면 유동마을이라는 생소한 마을을 지난다. 유동마을에서 널찍한 강을 건너 걸어가면, 철길이 지난다. 지난 1967년 만들어져 폐역을 앞둔 유수역이 여기 있다. 1967년 개업했을 때는 역장도 배치되고, 어엿한 역사(驛舍)를 가졌던 기차역이었던 유수역은 기차역에 흔한 모양의 플랫폼과 어엿한 화물 플랫폼까지 가지고 있었던 평범한 역이었다고 한다.

진주 시내가 커져 사람이 줄고 역의 운영비용을 줄여야 한다. 지금은 역 안의 보조선로도, 역사도, 화물 플랫폼도 철거해서 승강장 위에 벽돌로 만든 쉘터만이 있는 간이역으로 바뀌었는데, 승객은 이미 2007년부터 탈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역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는 진주로, 사천으로 가는 버스가 이미 하루에 이곳을 지나는 기차의 수보다 더욱 많이 지난다고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의 구간을 폐선하기 전이었음에도, 유수역에는 폐선 한 달 전부터 열차가 지나지 않았다. 완사-진주 구간의 복선화 공사가 미리 완료되어, 정차하지도 않는 유수역을 굳이 경유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좁은 이면도로를 헤치고 들어온 선로 위에는 벌건 녹이 슬어 있었다. 승강장도 관리가 원래 되지 않았는지, 여러 풀꽃들이 피어 있었다.

유수역을 방문한 시민들이 역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글귀를 남겨놓았다.
 유수역을 방문한 시민들이 역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글귀를 남겨놓았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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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역의 안쪽으로 들어오니 이 역을 이전에 방문한 사람들이 적어놓은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유수역의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이 역을 방문했다는 사람들의 메시지에, 이 역이 사라진다면 가끔 진주를 방문하는 이유가 없어진다는, 그런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폐선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리된 지난봄부터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리모델링 간이역' 완사역, 다솔사역에는 과거 향기 남을까

리모델링한 완사역의 전경. 밑의 빨간 벽돌담이 이전의 역의 모습을 추측케 한다.
 리모델링한 완사역의 전경. 밑의 빨간 벽돌담이 이전의 역의 모습을 추측케 한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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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로 우리에게 더욱 널리 알려진 사천시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차역은 사천시에서 멀찍이 떨어진 면 지역에 있다. 바로 곤명면에 있는 완사역이다. 시의 '관문'답지 않게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은 간이역인데, 다행히도 이번 폐역에는 포함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킨다고 한다. 그런데 방문한 완사역의 풍경은 뭔가 이상했다. 빨간 조적 건물의, '간이역스러운' 분위기의 역이 아니었다.

뒤편에 사용하던 폴사인이 눈에 띈다. 꽤나 오래된 디자인이다.
 뒤편에 사용하던 폴사인이 눈에 띈다. 꽤나 오래된 디자인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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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타일로 감싸진 완사역의 모습은 간이역이라기보다는 수도권의 흔한 지하철역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역사 안을 들어가 보니 보통역 영업 당시 설치되었던 철도청의 청록색 심벌들을 철거해서 버려두고, 승강장도 최신의 디자인으로 바꾼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간이역에서 느낄 수 있는 '과거의 향기'가 사라진 셈이다.

공사비를 아낀다는 목적 외에도, '간이역'이라는 청취를 한 곳에서라도 남길 수 없었나 하는 씁쓸함이 들었다. 이미 종점인 삼랑진역을 제외한 모든 역사의 풍경이 천편일률적인 '유리궁전'으로 바뀐 상태이고, 이미 1999년에 곤명댐 수몰로 인해 이설되어 재건축해, 굳이 개량할 필요가 없는 완사역을 또 개량한 이유는 무엇일까. 씁쓸한 생각이 들면서 완사역을 떠났다.

완사역 승강장.
 완사역 승강장.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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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사역은 곤명면의 5일장이 열리는 상권중심지에, 다솔사역은 곤명면사무소와 곤명농협이 소재한 행정중심지인 원전에 있다. 원전 면 소재지에서 5분 정도 철길 둑 아랫길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곳이다. 유수역에서 봤던 그 간이역사와 비슷한 모습이다. 옛 철길과 화물 플랫폼이 있던 부분은 이제는 하나 없는 승객을 위한 통로로 남아있고, 원래 있던 역사는 1992년 철거했다고 한다.

유수역은 지키는 이가 하나 없다지만, 다솔사역에는 지키는 이가 있다. 바로 '거미 역장'님과 풀꽃 역무원들이다. 다솔사역 간이역사 한쪽의 창문에는 커다란 거미가 창문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거미줄을 치고 역장님이 된 양 으스대고 있었다. 역사 밖으로 나가보니 이번에는 풀꽃 역무원들이 지키고 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신호를 전해주는 양 흐느적거린다. 풀꽃 사이에는 풀벌레 승객들이 열차를 타지도 못하는 플랫폼 앞에서 둥둥 뛰어다닌다.

다솔사역을 지키는 '왕거미 역장님'
 다솔사역을 지키는 '왕거미 역장님'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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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완사역을 지나 북천역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텅 빈 플랫폼을 잠시나마 채우기 위해 들어온다. 묵직한 디젤기관차의 소음과 함께 열차가 들어오자, 잠깐 역이 흔들린다. 그것도 잠시, 10초 만에 스치듯 다솔사역을 통과한 기차는 계속해서 완사역으로 달린다. 교행을 할 수 있는 별도의 선로도 없고, 역에 서는 열차는 더더욱 없었기 때문에 다솔사역은 10년 동안 승객 한 명 태우지 못하고 사라졌다.

다솔사역으로 횡천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다솔사역으로 횡천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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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북천역, '응답하라 간이역' 양보역은 이제 안녕

곤명면소재지, 원전에는 4~5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
 곤명면소재지, 원전에는 4~5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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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명 면 소재지의 원전정류소에는 진주로, 하동으로 가는 버스가 30분~1시간에 한 번 다닌다. 기차보다 훨씬 자주 다니는 버스가 아마 이 역의 존폐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버스를 타고 사천시를 떠나, 얼마 걸리지 않는 위치에 북천역이 있었다. 부산, 경남권에 거주하던 주민들에게는 코스모스 축제로 유명한 하동군 북천면의 중심 기차역이다. 매년 가을 열리는 코스모스 축제로 많은 시민이 찾는다.

코스모스빛 향기가 가득한 북천역의 모습.
 코스모스빛 향기가 가득한 북천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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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도 코스모스 모양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흔히들 보이는 파란색 계통의 역명판 대신 예쁜 코스모스 무늬가 그려진 파스텔톤의 역명판이 역을 지키고 서 있다. 1인 지정 근무 역으로 되어 있어 코스모스 축제가 열리지 않는 평소에는 역장님 한 분만이 근무한다. 입장권을 끊고 역 안에 들어가,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잔뜩 피는 비워놓은 선로를 바라보니 나훈아의 노래, '고향역'이 생각났다.

비록 '고향역'의 원래 모티브가 된 기차역은 익산의 황등역이지만, 황등역이 몇 번의 개축을 거치고 운전 취급상 중요한 역이 되고, 그러면서도 이용객은 커다란 익산역을 20분 안에 이어주는 버스에게 모조리 뺏겨 무궁화호가 서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황등역보다 북천역에게 더 어울리는 이름이 된 것만 같았다.

가을에는 이 풀밭에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난다.
 가을에는 이 풀밭에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난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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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설된 옛 북천역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꾸역꾸역' 밀려들어, 열차가 입석을 받지 못할 정도로 밀린 지난 가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북천역을 나서서 계속 가다 보니 새로운 역사가 보인다. 가을에 한시적으로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서인지, 역사가 꽤 큼직하게 지어졌다.

그런데, 코스모스 역의 느낌은 남아있는가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바로 앞에 코스모스단지가 큼지막하게 조성된다고는 하지만, 열차가 역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코스모스가 흐드러지는, 그런 풍경과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원래 역사에서 1km 떨어진 곳에 북천역의 새 역사가 있다.
 원래 역사에서 1km 떨어진 곳에 북천역의 새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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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역으로 향했다. 양보역은 유수역과 다솔사역과 비슷한 모양의 역사를 가졌다. 이 역도 1989년 역사를 없애고 승강장을 줄이는 조처를 했기 때문이다. 27년 동안 역사요, 대합실이요, 그리고 시설반의 휴식장소가 된 간이역사. 웬만한 역사만큼이나 오래 이곳을 지켰다.

양보역 승강장.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라, 따로 나무 역명판이 설치되어있다.
 양보역 승강장.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라, 따로 나무 역명판이 설치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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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유수역과 다솔사역과 다른 한 가지는, 양보역에는 우복리 주민들이 꽤 많이 이 역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간이역을 정차하는 열차가 대거 사라진 2006년, 2011년의 시간표 개정에도 살아남아 2016년까지 버텨왔다. 하지만 새로운 기찻길은 양보면을 구경도 않고 떠난다. 하동에서 횡천, 진주를 잇는 2번 국도와 다르지 않게 양보를 들르지 않고 그대로 이설되기 때문이다.

양보역의 모습. 시간표 옆에 7월 14일부터 폐역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양보역의 모습. 시간표 옆에 7월 14일부터 폐역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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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는 10초 남짓 역에 정차했다가 횡천역으로 떠나간다. 웬만한 지하철보다도 정차시간이 짧다. 사람 없는 간이역이라서 그런가보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열차가 빠릿빠릿하게 출발한다.

명예역장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은 횡천역도 '안녕'

횡천역의 모습.
 횡천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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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천역은 지난 2009년 코레일이 명예역장을 선발하면서 선발된 명예역장이 3년간 역을 괄목할 만큼 바꾸어놓은 기차역이었다. 역 안에 노선도도 만들어두고, 스탬프는 역 기둥에 고정해놓아 누구라도 찍을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역 안에 전시된 사진도 눈에 띄지만, 가장 눈에 띄던 것은 시계에 맞춰 작동되는 열차 출·도착 안내기.

횡천역의 명예역장이 설치했던 출/도착 안내기.
 횡천역의 명예역장이 설치했던 출/도착 안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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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역에도 없고, 진주역도 KTX가 들어올 때까지는 없었던 '신기방기한 그 물건'은 명예역장이 다른 철도동호인과 같이 만든 안내기라고 한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잔고장 없이 기차역을 지켜주었던 이 물건도, 횡천역 신역사가 영업을 시작하면 코레일에서 만든 전광판으로 바뀔 셈이다.

횡천역 승강장. 콘크리트로 만든 야트막한 의자가 간이역의 청취를 되살린다.
 횡천역 승강장. 콘크리트로 만든 야트막한 의자가 간이역의 청취를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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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노선도도, 시간표도, 사진도 철거되었고, 명예역장이 역을 관리한 손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은 출도착 안내기와 스탬프. 그마저도 7월 14일 폐역되면서 시설관리반이 철거했다고 한다. 이제는 새로운 횡천역에서 승객을 받을 참이겠다. 멀리 새로운 횡천역이 보였다. 어쩐지 바통터치처럼 보이는 모양새이다. 1번, 2번 승강장 대신 외측/내측 승강장으로 승강장 번호를 나눴던 횡천역은, 7월 14일 새로운 역사로 옮겨가게 되었다.

다시 진주로... 열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던 터널도 '안녕'

하동역 구역사의 모습.
 하동역 구역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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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하동역으로 이동했다. 진주로 되돌아가는 열차가 15분 뒤에 있다고 한다. 역무원에게 새 역 위치를 물으니, "하동역 새 역이... 저기 승강장에 벚나무숲 보이시죠? 그 건너편에 새 역이 있어요. 이번 주 목요일부터 저기서 타시면 돼요"라고 친절하게 답한다. 그러고 보니 봄의 하동역도 벚꽃이 흐드러진 벚꽃명소였구나. 싶었다. 이번 복선전철화로 꽤 많은 꽃 명소를 잃는다.

하동역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하동역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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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느릿느릿 하동역 안으로 들어왔다.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에서 자주 보이는, 지하철을 닮은 디젤 열차이다. 열차 안에 오르고 역을 출발하자 지금까지 돌아보았던 역들을 모두 지나게 되었다. 조금 전 들렀던 횡천역부터, 양보역, 북천역, 다솔사역, 완사역까지, 이미 복선전철화가 완료되어 사실상 폐역 상태였던 유수역만 뺀다면 모든 역을 다 다시금 보게 된다.

열차가 달리는 방향에서 왼쪽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열차 한 대가 겨우 지나는 터널을 지나고, 양보역에 이번에도 잠깐 서다 출발한다. 횡천역과 북천역에서는 수십 명의 승객이 타고 내린다. 다솔사역은 여느 때처럼 느릿느릿 통과하는데, 열차 안에서 보니 정말 버스정류장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완사역의 새 승강장에 익숙지 않은지 몇몇 승객들이 쭈뼛쭈뼛하며 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열차 안에서 어렴풋이 복선화된 신선의 모습이 보인다.
 열차 안에서 어렴풋이 복선화된 신선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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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진주역에 도착하자, '다시는 못 볼 풍경을 조금 더 자세히 살필 걸'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경전선 폐선은 멀어졌다. (하편에서 계속)



태그:#경전선, #폐선, #복선전철화, #하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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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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