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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
ⓒ 부산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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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식구 감싸기로 시작해 꼬리 자르기로 끝났다."

경찰청이 학교전담경찰관과 여고생의 성관계 사건 수사 결과를 내놨지만 여론의 평가는 이렇게 정리된다. 조직적 은폐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시작한 자체 특별조사단(아래 특조단) 수사마저 결국 수뇌부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 꼬리 자르기로 끝났다는 지적이다. 

특조단은 지난 12일 수사 발표를 통해 성관계 경찰관 2명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 최고위직 경찰관들에 대한 처리 결과가 주목받았지만 이들에게는 해당 사안을 몰랐다는 말로 사실상의 면죄부를 부여했다.

자체 조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경찰청이 수사 초기 "잘못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공언만 빈 소리 취급받게 됐다. 언론을 중심으로는 경찰청이 애초 이 사안을 파헤칠 의지가 있었는지를 꼬집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특히 수뇌부에게만큼은 특별했던 특조단의 수사는 그 의혹을 키웠다. 특조단은 최고위급 경찰 간부들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기는 했지만 그 의지는 하급 경찰관을 대할 때와는 달랐다. 경찰청장과 부산경찰청장은 그들의 말을 근거로 사건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고, 휴대폰 내역은 살펴보지도 않았다. 

불구속 입건한 정아무개 경장은 휴대전화를 탈탈 털어 카카오톡으로 1만8449건의 메시지를 여고생에게 보냈다고 언론에 공개까지 한 점과는 사뭇 대비된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의 핵심이었던 성관계 대가성과 강압성은 밝혀내지도 못했다. 여고생과 그 가족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서인데 이 수사는 다시 부산경찰청이 넘겨받는다. 

'셀프 감찰' 이어 '셀프 징계' 예고

특조단이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을 비롯한 17명의 경찰 간부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뒷말은 이어진다. 경찰청은 징계 수위를 시민감찰위원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실효성 있는 징계가 이뤄질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는다.

시민감찰위가 경찰청장이 임명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 규칙'을 보면 위원회 구성은 "사회적으로 신망이 높고 감사업무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학계·언론계·법조계·시민단체(NGO) 인사 및 전직 경찰공무원 중에서 청장이 위촉한다"고 되어 있다.

심지어 위원회의 실질적 운영을 도맡는 경찰 측 간사는 경찰청의 경우 감찰담당관이, 지방청은 감찰계장이 맡게 된다. 사건 은폐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된 경찰 감찰 분야는 본청 감찰기획계장·감찰과장, 부산경찰청 감찰계장, 청문감사관 등이 징계 대상에 올라있다.

시민감찰위에 어떤 인사가 배정되었는지는 대외비로 묶여있다. 부산경찰청 측은 이를 "징계 대상의 개별적 접촉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감찰 파트에 속해있던 인물들이 징계 대상이란 점에서 정말 이들이 위원들의 면면을 모를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부산경찰청 측은 불공정한 감사를 우려하는 지적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여론 수뇌부 책임론 거듭 제기

부산 지역 시민단체는 13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의 언론사 외압 의혹에 대한 감사를 경찰청에 청구했다. 앞서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2일 오후 부산지방경찰청 앞에서 학교전담경찰관과 여고생 성관계 사건 관련 경찰청 특별조사단 수사 결과 발표와 경찰의 지속적인 사건 은폐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는 13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의 언론사 외압 의혹에 대한 감사를 경찰청에 청구했다. 앞서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2일 오후 부산지방경찰청 앞에서 학교전담경찰관과 여고생 성관계 사건 관련 경찰청 특별조사단 수사 결과 발표와 경찰의 지속적인 사건 은폐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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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을 중심으로는 경찰의 꼬리 자르기식 수사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부산일보>는 "'학교전담경찰관 사건' 몰랐다고 수뇌부 책임 없나"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경찰의 자체 감찰 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를 "감찰 조사를 시작했을 때 우려됐던 '셀프 감찰' '꼬리 자르기식 감찰'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국제신문>도 같은 날 사설에서 특조단의 수사가 "'셀프 감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강신명 경찰청장은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면서 "특별조사단의 독립성을 믿어달라던 강 경찰청장의 말이 무색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연일 경찰의 자체 조사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12일 수사 결과 발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13일에는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의 보도 외압 의혹을 감사하라고 경찰청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 청장은 성관계 사안이 "큰 일 아니다"라는 자신의 발언을 보도한 방송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 41곳은 감사 청구서에서 "법을 수호하고 집행해야하는 경찰 간부가 기사 삭제와 보도 만류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경찰청 감사관실은 이러한 의혹이 더는 불거지지 않도록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엄밀한 조사와 더불어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련 기사: 시민단체, 부산경찰청장 언론 외압 감사 청구 )


태그:#경찰, #셀프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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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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