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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편백휴양림이 품은 편백숲.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이지만 편백숲은 그늘이 드리워져 선선하다. 그 길을 두 사람이 걷고 있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이 품은 편백숲.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이지만 편백숲은 그늘이 드리워져 선선하다. 그 길을 두 사람이 걷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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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걸을 필요가 없다. 서성거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숲속 그네에 앉아 흔들거리는 것도 행복했다. 숲에서 만난 시 한 구절도, 숲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들숨도, 날숨도 편안했다. 후텁지근한 날씨였지만 내 몸도, 마음도 뽀송뽀송해졌다.

지난 7월 9일 화순 편백숲에서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이 품고 있는 숲이다. 옛 안양산휴양림의 바뀐 이름이다. 전라남도 화순군 이서면 안심리에 있다.

편백숲의 면적이 30만㎡ 가까이 된다. 휴양림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이른다. 편백숲 사이로 난 길도 촘촘하다. 작업용 차량이 오가는 임도가 있고, 그 사이사이로 오솔길이 나 있다. 미려하게 구부러진 흙길도 예스럽다. 호젓하다. 숲에 들어앉은 표고목이 눈길을 끈다. 길섶에 핀 하얀 개망초와 까치수염의 자태도 예쁘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의 편백숲에는 군데군데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다. 부러 걸을 필요 없이, 의자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의 편백숲에는 군데군데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다. 부러 걸을 필요 없이, 의자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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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편백휴양림에는 편백과 삼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어 있다. 삼나무를 따라 넝쿨이 타고 오르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무등산편백휴양림에는 편백과 삼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어 있다. 삼나무를 따라 넝쿨이 타고 오르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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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따라 하늘거린다. 숲에 들어선 것만으로 머릿속이 벌써 상쾌하다. 재생이 필요한 내 몸이 금세 알아차린다.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도 좋다. 혈압도 낮아진다.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와 테르펜 덕분이다. 숲에 음이온도 넘실댄다. 온갖 시름이 절로 풀어진다.

편백과 삼나무의 피톤치드 함량이 다른 나무보다 많은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여름에 더 높다. 100g당 4.0∼5.5㎖를 함유하고 있다. 아토피, 고혈압, 당뇨, 우울증 치유에 효능을 지니고 있다.

후텁지근한 도심의 날씨와 달리, 숲속은 봄날 같다. 살갗에 와 닿는 바람결이 살갑다. 코끝을 간질이는 숲의 향도 감미롭다. 나무와 숲의 효능을 피부로 느낀다. 우연히 마주친 고라니의 발걸음도 느긋하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의 편백숲. 편백숲 사이사이로 임도와 오솔길이 단장돼 있다. 그 길을 하늘거리는 것만으로도 힐링과 치유가 된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의 편백숲. 편백숲 사이사이로 임도와 오솔길이 단장돼 있다. 그 길을 하늘거리는 것만으로도 힐링과 치유가 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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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편백휴양림의 편백숲에 들어앉아 있는 나무그네. 숲길을 걷던 연인이 그네에 앉아 흔들거리고 있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의 편백숲에 들어앉아 있는 나무그네. 숲길을 걷던 연인이 그네에 앉아 흔들거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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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만나는 시(詩)도 정겹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유심초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김광섭의 시 '저녁에'다.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생략).' 윤동주의 시 '편지'도 있다. 숲에서 느끼는 감성이 더 풍부해진다.

 편백숲에서 하늘거리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소나기가 내린 직후 편백숲은 생기까지 머금어 더 생동감이 넘친다.
 편백숲에서 하늘거리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소나기가 내린 직후 편백숲은 생기까지 머금어 더 생동감이 넘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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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기가 내린 직후의 편백숲. 캄캄해졌던 편백숲이 다시 환해지면서 몽환적인 풍경까지 선사한다.
 소나기가 내린 직후의 편백숲. 캄캄해졌던 편백숲이 다시 환해지면서 몽환적인 풍경까지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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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가까운 숲속 정자로 몸을 피해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연인과 함께라면, 우산을 쓰고 함께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여 분 지났을까. 다시 맑은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비를 맞은 편백이 생기까지 머금었다.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으로 눈이 호사를 누린다. 내 마음 속 찌든 때도 편백을 따라 하늘로 훌훌 날아간다. 건강을 주는, 보약 같은 숲이다.

편백숲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도 황홀하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무등산과 안양산, 대동산, 만연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발아래로는 화순 읍내가 펼쳐진다. 하나하나가 모두 그림이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의 편백숲 오솔길. 편백숲의 허리춤을 따라 난 길이 예스럽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의 편백숲 오솔길. 편백숲의 허리춤을 따라 난 길이 예스럽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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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편백휴양림에 들어앉은 숲속의집. 편백숲 오솔길과 떨어진 숲속에 여행객들이 쉴 수 있는 집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다.
 무등산편백휴양림에 들어앉은 숲속의집. 편백숲 오솔길과 떨어진 숲속에 여행객들이 쉴 수 있는 집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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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에서 내려오면 휴양림과 만난다. 편백숲과 휴양림 사이로 지나는 도로가 화순과 이서를 이어주는 길이다. 두 읍·면의 경계를 둔병재가 이루고 있다. 근대화되기 이전에 동면과 북면, 이서, 곡성옥과에서 광주를 이어주던 길이다. 산세가 험했던 탓에 6·25때 빨치산이 숨어들었다. 빨치산과 국군 사이의 격전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때엔 의병들이 주둔했다. '둔병재'로 불리는 이유다. 의병들이 병기를 만들었다고 '쇠메기골'로도 불린다. 장군이 머물렀다는 '장군대'도 있다. 의병장 제봉 고경명도 화순적벽으로 가는 길에 지났을 길이다. 둔병재 일대에 옛 성곽과 참호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금도 산자락에서 쇠 부스러기가 발견된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휴양림에는 광주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숲이 좋아서다. 몇 십 년씩 묵은 편백과 삼나무 숲이 아름답고 산책로도 단아하다. 숲속의 집과 산막이 많다. 계곡물을 이용한 물놀이장과 잔디축구장, 족구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의 진춘호 대표 부부. 부친이 가꾼 숲과 휴양림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의 진춘호 대표 부부. 부친이 가꾼 숲과 휴양림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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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편백휴양림의 편백숲. 숲속에서 대화를 끝낸 진춘호 대표 부부가 편백숲 사이로 걸어나가고 있다.
 무등산편백휴양림의 편백숲. 숲속에서 대화를 끝낸 진춘호 대표 부부가 편백숲 사이로 걸어나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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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진재량(93)씨의 피와 땀으로 일궜다. 축산을 하던 진 씨는 남다른 열정으로 오래 전부터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꿨다. 지금은 장남 진춘호(64)씨가 맡아서 관리하고 있다.

"1952년부터 농장을 하셨대요. 소를 길렀죠. 초지를 조성하고요. 민둥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고요. 특별하셨던 것 같아요. 돈만 생기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셨으니까요."

춘호씨가 들려주는 아버지의 삶이다. 춘호씨도 축산을 전공하고 아버지의 대를 이어 소를 키웠다. 2000년대 초까지 축산을 했다. 지금은 휴양림 관리에 전력을 쏟고 있다.

휴양림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맑은 물소리가 귓전을 간질이며 동행한다. 가끔씩 다람쥐가 나와서 반겨준다. 한여름 무더위도 느껴지지 않는다. 공기가 맑고 바람결이 선선하다. 내 몸도 활력의 음이온으로 가득 채워진다.

 무등산양떼목장의 양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무등산양떼목장은 호남 유일의 양떼목장이다.
 무등산양떼목장의 양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무등산양떼목장은 호남 유일의 양떼목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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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저수지 풍경. 산중에 들어선 서성저수지는 다른 저수지와 달리 빼어난 풍광을 지니고 있다. 저수지가 누정도 품고 있다.
 서성저수지 풍경. 산중에 들어선 서성저수지는 다른 저수지와 달리 빼어난 풍광을 지니고 있다. 저수지가 누정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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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가볼만한 다른 곳도 많다. 푸른 초원에서 노니는 양떼를 만날 수 있는 무등산양떼목장이 지척이다. 양들에 건초를 주는 체험도 재미가 있다. 풍광이 아름다운 서성저수지와 환산정도 가깝다. 환산정은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일으킨 백천 유함(1576∼1661)이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며 숨어 지내려고 지었다.

500년 된 둔동마을 숲정이는 동복면에 있다. 구암마을은 난고 김병연이 57살의 나이로 숨을 거둔 곳이다. 말년에 그가 살았던 압해 정씨의 종갓집이 복원돼 있다. 그의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김삿갓동산도 조성돼 있다.

 화순 둔동마을 숲정이. 동복천변에 자리한 마을숲이다. 빼어난 풍광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화순 둔동마을 숲정이. 동복천변에 자리한 마을숲이다. 빼어난 풍광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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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삿갓동산 풍경. 난고 김병연이 말년을 보내다가 숲을 거둔 화순 구암마을에 조성돼 있다.
 김삿갓동산 풍경. 난고 김병연이 말년을 보내다가 숲을 거둔 화순 구암마을에 조성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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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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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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