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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안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하청노동자 김아무개(42)씨와 관련해, 경찰이 '블랙리스트 존재 근거'가 없다고 발표하자 노동단체가 유감을 표시하며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관련기사: 조선소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 하청노동자 숨져)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8시경 대우조선해양 1도크 블록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다. 노동단체와 정의당 경남도당은 김씨 죽음과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블랙리스트란 '경계를 요하는 사람들의 목록'을 말한다.

거제경찰서 "블랙리스트 근거 없다"

거제경찰서는 14일 낸 자료를 통해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 현재까지 파악된 내용을 말씀드리겠다"며 "현재까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하청업체가 폐업되면서 밀린 임금 100%를 받고 나온 22명 중 김씨를 포함한 7명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종 협력업체에 취업했고, 1명은 취업 대기 상태이고 3명은 신청 중이며, 일부는 개인 사정으로 취업 지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취업 중인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퇴사 압박을 받았다거나 대우조선해양 측에서 협력사 취업에 관여한 사정도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 대우조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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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경찰 발표 유감, 국회 진상조사 요구"

이와 관련해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15일 낸 자료를 통해 "'유령'과의 싸움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경찰의 수사발표에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단' 구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두 달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취업의 길이 막혀 답답해하는 고인을 비롯한 하청노동자들과 상담을 한 바 있다"며 "고인이 안치되어 있는 대우병원 장례식장에서 지금도 취업을 못해 고통 받고 있는 고인의 동료 노동자들의 절절한 하소연을 직접 들어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므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경찰의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또 경찰이 이례적으로 그리고 서둘러 이 같은 발표를 한 것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경찰이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며 취업의 길이 막힌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이 같은 발표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덧붙였다.

대책위는 "블랙리스트 문제는 '유령'과도 같다. 블랙리스트로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은 현실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사내하청업체에서는 그 존재를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며 "사안의 성격상 관련 문서 등 증거물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므로 만약 경찰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수사할 의지가 진정으로 있었다면 보다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수사를 통해 그 실체를 파헤쳤어야 한다"며 "그러나 경찰은 블랙리스트라는 '유령'과의 싸움을 너무 쉽게, 너무 일찍 포기해 버렸다"고 덧붙였다.

또 대책위는 "고용노동부의 수수방관, 직무유기를 엄중히 규탄한다"며 "고용노동부는 지금 이 시간까지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에도 고용노동부는 책상에 앉아 '고소 또는 고발 사건이 접수되어야 조사하겠다'고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경찰은 너무 일찍 포기해 버렸다. 고용노동부는 애초에 진상을 밝힐 의지가 없다. 그렇다면 고통 받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며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들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조선소 하청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을 옥죄는 블랙리스트의 진상을 밝혀주시기 바란다"며 "국회 진상조사단 구성이 어렵다면 야당들만이라도 공동조사단을 구성에서 이 곳 거제로 내려와 고통 받는 하청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상 조사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김아무개씨 빈소는 거제 대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 있고,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태그:#대우조선해양, #거제경찰서,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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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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